전진과 반동이 반복되었던 서양사의 중심에는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욕망과 병리, 사랑과 집착이 있었다!
V 앵그르의 〈라파엘로와 라 포르나리나〉에는 종교개혁의 씨앗이 담겨 있다?
V 들라로슈의 〈제인 그레이의 처형〉에는 여왕이 된지 9일 만에 참수당한 소녀의 비극이 담겨 있다?
V 보드리의 〈마라의 암살〉에는 폭주 기관차같던 프랑스 혁명기의 혼란이 담겨 있다?
V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에는 낙관의 시대가 저물어 가던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이 담겨 있다?
명화에 담긴 개인의 삶을 알면,
우리가 알던 서양사도 다르게 보인다!
예로부터 그림은 책의 역할을 했다. 글이 널리 퍼지기 전에는 신의 말씀을 전하는 교리서의 역할을, 왕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록하는 역사서의 역할을 했다. 그 자체로 예술성을 표출하는 수단이 된 지금도 그림에는 언제나 피사체와 함께 화가의 시선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이 담긴다.
역사란 무엇일까? 역사에는 개인의 삶을 뜻하는 미시사와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거대한 흐름의 거시사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매끄럽게 정리된,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역사의 흐름을 배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중대한 역사의 흐름 안에 살던 개개인들도 자신이 그러한 흐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역사를 멀리서 바라보기 때문에 역사가 쭉 뻗은 곧은 길인 것으로 인식하지만, 역사의 한복판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구불구불하고, 눈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알 수 없는 안개 낀 진흙탕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삶이다.
〈명화 잡사〉는 언제나 우리가 멀리서 바라봤기 때문에 놓칠 수밖에 없었던, 역사에 속한 인물들의 살아 숨 쉬는 욕망과 병리, 사랑과 집착을 살핀다. 어떻게? 바로 명화에 얽힌 잡다한 뒷이야기를 통해서다.
예술과 인문학을 접목시킨 강의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김태진 교수의 빠져드는 명화 잡사
문학적 감성으로 예술 이야기에 인문학을 녹여내는 작가이자 강연가, ‘아트인문학’이라는 수식어로 강연과 저술, 유튜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김태진 작가가 이번에는 명화 속 뒷이야기를 전하러 왔다. 〈명화 잡사〉를 통해 작가는 르네상스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아우르는 시대의 변곡점들을 훑는다. 특유의 흡인력 있는 문체로 예술에 얽힌 인문학적 지식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작가는 이번 책에서 명화에 얽힌 사사롭고 잡다한 뒷이야기를 통해 명화 속 인물들이 그림 밖으로 걸어 나와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비애와 복잡다단한 욕망은 단면적으로만 인식되던 역사를 다채롭고 입체적인 인간사로 읽히게 한다.
르네상스 전성기에 활약했던 라파엘로의 사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나면 종교 개혁의 시발점이 되었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겨울왕, 겨울왕비로 불렸던 잉꼬 부부 프리드리히 5세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알면 기나긴 재앙이 되었던 30년 전쟁의 서막이 다르게 보인다. 프랑스 혁명이 낳은 괴물, 장 폴 마라를 죽인 샤를로트 코르데의 이야기를 알면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리는 역사의 흐름에서 개인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역사의 고고한 흐름 속에 빛나는 윤슬로 존재했던
인간의 삶이라는 진짜 역사를 읽어 내는 단 한 권의 책
한 손에는 그림을, 한 손에는 돋보기를 들고 그림 너머의 사사롭고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인물들이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단순히 선과 악, 옳고 그름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인간의 욕망이 보인다. 이로써 그림이 역사의 파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작가가 이끄는 대로 펼쳐진 명화와 명화 뒤편의 이야기 들을 따라가다 보면, 치열한 삶을 살아냈던 개인의 삶이 보이고, 그들이 속했던 시대가 보인다. 자, 이제부터 그와 함께 명화 뒤편으로 넘어가 보자, 그리고 그가 소개하는 명화 속 인간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자. 그리고 다시 그림 밖으로 나오자. 이제 한 발 떨어져서 우리가 알던 역사를 다시 바라보면, 역사의 고고한 흐름 속에 빛나는 윤슬이 더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어쩌면 너무 작아서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사사롭고 잡다한 이야기들 속에 인간의 삶이라는 진짜 역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