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2D 뒤표지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

우리는 왜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가?


  • ISBN-13
    979-11-87700-05-0 (0332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여문책 / 도서출판 여문책
  • 정가
    3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5-3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앤드류 세이어
  • 번역
    전강수
  • 메인주제어
    거시경제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거시경제학 #자본주의/신자유주의/불평등/불로소득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0 * 210 mm, 616 Page

책소개

‘불로소득’이라는 주제로 현대 자본주의 분석에 새 지평을 연 역작!

 

많은 국가에서 불평등이 확대되고 긴축정책의 효과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부자들의 부는 날로 급증하고 있다.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는 상위 1퍼센트가 부동산과 자금을 통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부를 빨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불의하고 역기능적인 메커니즘을 폭로한다. 저명한 사회과학자인 앤드류 세이어는 전 세계 부자들이 어떻게 부채를 늘리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능력을 강화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2015년 영국 아카데미 피터 타운센드상을 받은 이 중요한 책은 부자들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부의 창출자라는 신화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또한 부자들이 어떻게 지속 불가능한 성장에 의존함으로써 지구를 위협하는지 폭로한다. 이 책은 경제를 지속 가능하고 공정하게 만들며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급진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제 부자들의 지배를 끝내야 할 때다!”

 

◆ 부자들의 부는 얼마나 정당한가?

 

많은 사람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슈퍼리치(억만장자)를 포함한 부자들은 그럴 만한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으며, 일반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막대한 부를 누리면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나아가 솔직히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인 게 현실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앤드류 세이어는 이 물음에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영국은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근대 자본주의의 아버지, 특히 신자유주의의 어머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라다. 그 나라에서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흔히 ‘불만의 겨울’이라고 불리는 1970년대를 보낸 세이어는 불같이 일어난 노조의 파업과 극심한 노조 탄압, 대처 행정부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세이어야말로 현대 자본주의의 심장부에서 그 굴곡을 온몸으로 겪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글로벌’한 대다수 부자는 ‘불의의 정치’를 등에 업고 어마어마한 ‘불로소득’을 통해 지금의 부를 빨아들였으며 이 지구는 물론 민주주의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주범이므로 절대 그들을 부러워하면 안 될 뿐 아니라 더는 그들을 지원해서도 안 된다는 것! 

 

“부자를 부러워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들의 과도한 소비를 부러워하면 모방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사람들이 창출한 부를 추출하기 위해 자산을 지배하는 것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불의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451쪽)

 

“부자가 더 부유해진 것은, 상위 계층이 더 진취적이고 역동적으로 부를 창출했기 때문일까? 오늘날의 자본가들(또는 기업가라고 해도 좋다. 그들은 그렇게 불리길 원한다)은 전후 호황기에 그들보다 적게 받고 일했던 선배들보다 경제발전을 훨씬 더 잘 이끌고 있을까? 경제 통계를 보면 그 반대가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전후 호황기 때보다 낮다. 부자들이 부유해진 것은 빠른 경제성장의 효과가 아니라 경제성장이 둔화했음에도 더 많은 몫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부자들은 국민총소득에서 더 많은 몫을 가져갈 뿐 아니라 최고세율의 현격한 하락 덕분에 가져간 몫을 더 많이 지킬 수 있게 되었다.” (26~27쪽)

요즘 같은 금융화 시대에 너도나도 ‘투자’라는 ‘마술적 단어’ 앞에서 대중으로 하여금 부동산이냐 주식이냐 비트코인이냐를 놓고 고민하게 만드는 현실은 확실히 비정상적일 뿐 아니라 개인의 시야를 ‘돈/부’에 묶어두는 신자유주의의 교묘한 술책이다. 지금 우리는 날마다 이 폐해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경제권력은 정치권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이어는 우리가 매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경제위기는 물론이고 기후위기까지 우리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중위기’를 과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 워싱턴도 아니고 모스크바도 아니다!

 

세이어는 책의 앞부분에서 분명히 밝힌다. 자신은 현대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미국이나 구소련의 공산주의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고(여기서 ‘기계적 중도’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돈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우리의 삶을 돈 모으는 데 바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설파한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불로소득자의 안락사”라는 명제를 던진 케인스까지 비판적 학자들의 저작에 기대 자신의 논의를 전개하겠다고. 그러므로 부자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인 이 책의 저자 세이어가 정치적으로 어느 편인지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는 영국의 이름난 학자로서가 아니라 지구라는 하나뿐인 행성에서 사는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 현재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열정적으로 안내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 것이므로.  

 

◆ 신자유주의가 감추고 있는 더러운 비밀

 

주택 소유자들은 자기 집을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투자’로 간주하도록 권유받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모기지 부채를 ‘투자’로 여기기까지 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자기 힘으로 불로소득자가 되기 위해 밟아야 하는 한 단계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고 자동차나 중고 자전거를 살 때는 원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가? 왜 주택은 그렇지 않을까? 혹자는 집값 상승 덕분에 보통의 주택 소유자가 국가의 경제성장에 동참할 수 있다는 말로 이를 정당화하려고 했다. 가끔은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필요에 기반을 둔 이전지출처럼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진 잉여의 분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부를 일부 계층이 사유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156쪽)

 

많은 사람이 집값 인플레이션 덕에 불로소득을 얻었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용인이면서 동시에 영세 불로소득자인 사람들이 많다고 해야 한다. 그들은 불로소득 게임에서 단역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이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대대적으로 이 게임에 참여한다는 사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중요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지대 추구를 소득원으로 삼으며, 부자들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만들어지고, 부유한 불로소득자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착각이 생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신문의 경제면은 지대 추구를 신중하고 현명한 행동으로 여기도록 평범한 사람들을 부추긴다. 마치 신중함과 현명함만이 불로소득을 정당화하는 듯 말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의 재산이 탐욕스러운 금융기관의 전략에 묶여버린다는 점도 중요하다. 금융기관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저축을 이용하고 수수료와 비용을 챙기면서도 그들의 연금을 보호하지는 않는다. (180쪽)

세이어는 이와 같은 금융과 신자유주의의 부상으로 생산적 자본에서 불로소득자에게로 권력이 크게 이동했다고 밝힌다. 또한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물가 안정을 바라는 소비자의 이해를 지원함으로써 은밀하게 불로소득자를 도왔는데, 바로 이 자산 인플레이션이 신자유주의가 감추고 있는 더러운 비밀이라고 폭로한다. 자산 인플레이션은 자산이 없어서 노력소득에 의존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산을 소유하고 그것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사람들에게로 부를 재분배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 “지갑이 투표용지를 이긴다.”

 

◆ 경제가 사람을 지원해야지, 그 반대는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는 경제적으로 극심한 불황에 직면했다. 이때 달러라는 막강한 뒷배를 가진 미국은 무한정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고, 그 영향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야기되자 대출금리를 가파르게 높이며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이 와중에 다른 나라들은 황새 쫓아가기 바쁜 뱁새들이 되어 여전히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의 슈퍼리치들은 이 위기를 활용해 ‘공유부’에서 더 많은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

 

부자들이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추출한다extract고 주장하면, 반드시 반론이 제기된다. 그와 같은 반론에 대답하는 것이 이 책의 최대 과제이며, 따라서 책의 상당 부분은 그런 내용으로 채워진다. 물론 다른 반론에 대한 답도 들어 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이 책은 질투의 정치가 아니라 불의의 정치the politics of injustice를 다룬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사실 질투의 정치라는 말은 논리와 증거를 회피하고자 하는 자들이 입에 올리는 값싼 비방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부자들을 시기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그런 시기심을 완전히 엉터리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부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부를 추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를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불의한 체제에 대해서는 분노한다.

이 체제는 불의할 뿐 아니라 심각하게 고장 나 있고 비효율적이다. 그 결과 극심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사회가 만들어진다. (19~20쪽)

 

세이어는 작금의 불평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꼼꼼하게 짚어준다. “상위 1퍼센트와 99퍼센트 간의 불평등보다는 상위 1퍼센트 내의 불평등이 훨씬 더 심하다.” 그리고 “자산(개인이 축적한 재산에서 부채를 뺀 값)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더 심하다.” 한마디로 자산 분배는 소득 분배보다 훨씬 불평등하다! 이 책의 번역자 전강수 교수는 세이어가 불평등 확대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준 공로가 크다며 다음과 같이 평한다.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이 심화했음은 토마 피케티의 방대한 연구로 밝혀졌지만, 그것이 주로 부자들의 불로소득 취득에 따른 것임을 논증한 것은 세이어가 처음이다. 이 책이 출간된 다음 현대 자본주의를 불로소득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작들이 이어졌다.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의 『불로소득 자본주의』(여문책, 2019), 마리아나 마추카토의 『가치의 모든 것』(민음사, 2020), 브렛 크리스토퍼스의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여문책, 2024)가 대표적이다. 바야흐로 ‘불로소득 자본주의론’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를 현대 자본주의 분석에 새 지평이 열린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7~8쪽)

 

거의 10년에 한 번 꼴로 찾아오는 ‘경제위기’는 경제적 불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지대, 이자, 부채, 신용, 부동산, 주식・채권 등의 금융상품, 분업, 민영화, 조세회피와 탈세, 불로소득과 노력소득, 시장 자유화, 자본 이동, 노동시간과 최저임금/최고임금,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단순한 ‘혜택’이 아닌 ‘필요’를 기반으로 한 복지 등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재건해야 한다. 

거대 기업이 파산하는 경제위기 때마다 구제금융이라는 단어가 뉴스를 독차지하는 와중에도 CEO와 임원들이 막대한 보너스를 챙기는 현실은 크게 잘못되었다. 다수 국민의 세금으로 극히 일부의 경제(경제인)를 떠받치기보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서민이 많은 지금 같은 때는 경제가 사람을 지원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모든 악의 근원도 아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정치체제는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희생시킴으로써 불로소득자의 이해를 옹호한다. 그러므로 이 체제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제 우리는 그동안 주류 경제학이 주입해온 ‘능력주의 사회’라는 신화에서 벗어나 보수・분업・자산・인종・젠더 등의 불평등을 극복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 우리는 왜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가?: ‘녹색’ 관점의 자본주의 비판

 

세이어는 우리가 지금 같은 삶을 지속하려면 지구가 세 개는 필요하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미국식 삶을 살려면 지구 같은 행성이 다섯 개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지금의 자본주의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논점이다. 우리가 더 평등하고 공정하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부자들뿐만 아니라 불평등과 무한한 복합성장에 토대를 둔 경제체제도 감당할 수 없다. 자본주의가 지속 가능하다고 여기는 ‘녹색성장’의 꿈은 평화를 위해 총을 팔아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끝없는 탐욕이 아니라 충분함을 토대로 작동하는 경제가 필요하다. 사회가 평등하면 평등할수록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상호 존중과 공공선・연대・배려 등의 감각을 개발할 수 있으므로, 그런 사회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가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매우 불평등한 지위들을 놓고 경쟁해야만 하는 압박을 계속 받는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일부의 사람들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자유를 누린다면, 다른 사람들이 좀 더 검소한 소비 수준을 받아들이리라 기대할 수도 없다. (488쪽)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부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멈추고 새로운 ‘경제정의’를 확립해야 한다!

목차

그림 목록  

옮긴이 서문  

추천사

 

1장 도입부 

 

1부 부의 추출에 대한 안내

 

2장 위험한 세 단어: ‘벌이’, ‘투자’, ‘부’

3장 노력소득과 불로소득 

4장 지대, 무엇에 대한 대가인가? 

5장 이자, 무엇에 대한 대가인가?: 고리대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6장 생산에서 나오는 이윤: 자본가와 불로소득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7장 고양이 가죽을 벗기는 다른 방법

8장 부자는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는가? 그 외 다른 반론들

 

2부 부자들을 제자리에 두기: 무엇이 사람들의 수입을 결정할까

 

9장 우리의 부는 어디서 나올까? 공유부의 중요성

10장 그러니까 무엇이 보수를 결정하는가?

11장 평평한 운동장의 신화 

 

3부 부자는 어떻게 더 부유해지는가: 위기 발발에서 그들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12장 위기의 뿌리 

13장 핵심 승자들 

14장 요약: 경제위기와 불로소득자의 귀환

 

4부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지배

 

15장 부자들의 지배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16장 숨기기 

17장 법의 부패: 법 위에 군림하든지 아니면 법을 만들든지

18장 자선사업은 어떤가?

19장 계급: 전쟁을 말하지 말라!

 

5부 나쁘게 벌어서 나쁘게 쓴다: 소비에서 이산화탄소로

 

20장 부자들의 지출

21장 반전: 지구 온난화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22장 결론: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후기  

감사의 말  

미주와 출처  

찾아보기 

 

본문인용

긴축정책의 부담은 최하층에 가장 무겁게 돌아가는 반면, 상위 10퍼센트, 특히 상위 1퍼센트는 오히려 보호받는다. 일반적으로 위기에 책임이 적은 사람일수록 소득 대비 희생은 더 크다. 청년 실업도 급증하고 있다. (중략) 이는 청년들의 인생이 터무니없이 낭비되고 있음을 뜻한다. 많은 나라에서 청년층은 자기 부모 세대가 경험한 번영을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시대의 경제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장 소중한 자산인 사람을 더 낭비하는 데서 찾고 있으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17~18쪽)

 

1930년대 이후 한동안 부자에게 적용하는 세율은 치솟았는데, 영국・미국・프랑스・독일에서는 무려 90퍼센트까지 올라갔다. 부자에게 적용하는 세율이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진 지금, 이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많은 나라의 정부들은 이를 더 낮추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최고세율이 높았을 때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런 나라들은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부자에게 과세하면 성장이 저해된다는 말을 늘 들으며 살고 있다. / 우리는 지금 1920년대, 1930년대의 대공황 이래 가장 깊은 경기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1930년대에는 미국이 뉴딜정책을 펼치며 했던 것처럼 부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높이고 금융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식의 대응이 이뤄졌던 반면, 지금은 대서양 양쪽 어디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부자들은 교묘하게 그런 일을 피했고, 금융 부문은 아무렇지 않게 더 큰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27~28쪽)

 

우리가 부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려면, 그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어떻게 돈을 벌었으며 어떻게 돈을 쓰는지를 묘사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부자들과 금융위기를 다루는 많은 책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부자들이 가진 부의 정당성legitimacy을 따지는 일이다. 하지만 부자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일반인이 소화하기 어려운 통계 수치들로 독자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 통계는 제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 부자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인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9쪽)

 

경제조직의 기본 특징에 대한 도덕적 정당화를 평가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이 책은 받을 수 있는 것과 받을 자격(또는 필요)이 있는 것 간에 엄청난 격차가 생겼다는 사실을 중시한다. 받을 자격의 문제를 생각할 때,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는 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부자들의 경우 실제로 받는 것이 그들이 누리는 권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쉽게 입증할 수 있다. 부자들이 얻는 소득은 대부분 토지와 화폐 등의 자산을 운용해서 다른 사람들이 생산한 부를 뽑아낸 것이다. 그런 소득은 불로소득이다. 더욱이 지난 35년 동안 금융의 경제 지배, 곧 ‘금융화’가 강화되면서 부자들은 불로소득의 원천을 확장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예전보다 훨씬 더 부유해졌다. / 이 책은 화폐와 재화뿐만 아니라 경제생활에서 쓰이는 언어도 다룬다. 근대 경제의 역사는 경제적 실천을 어떻게 표현하고 범주화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44쪽)

 

투자는 분명히 좋은 것이다. (중략) 우리는 사람들을 훈련하고, 더 좋은 인프라와 통신망을 만들고, 기술을 개선하는 등 미래를 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는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이나 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의 제공을 수반한다. 그러나 상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용어는 부의 원천을 위장한다는 점에서 경제용어 중 가장 위험하고 애매한 단어다. (중략) 투자는 첫 번째 의미로는 부를 창출하는 행위를 뜻하지만, 두 번째 의미로는 부를 추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개인이나 기관이 진정한 투자를 위해 돈을 대는지, 아니면 단지 ‘투자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수단에 돈을 대는지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관행이다. 우리가 투자라는 단어를 쓰는 방식 때문에, 이 사실은 드러나지 않고 은폐된다. (65~67쪽)

 

지난 30년 사이에 신자유주의가 부상하면서, 젊은이들은 자신을 시장에서 거래되어야만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고용주를 설득하기 위해 취업용 이력서를 잘 작성하라는 충고를 받게 되었다. 한편, 교육기관은 학생들이 노동시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되었다. 고용주에 대한 노동자의 의존성이 문화적으로 강화된 것이다. (134쪽)

 

케인스의 용어로 말하자면,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한계소비성향’이 낮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동일한 경우, 부자들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면 총수요는 감소하고, 저소득층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면 총수요는 증가한다. / 이는 ‘낙수효과’론이 틀렸음을 뜻한다. 물론 부자들은 하인을 고용하고 회계사, 세무사, 그리고 사치심을 충족시키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지만, 거기서 생기는 일자리는 소비성향이 아주 높은 서민층에게 소득이 재분배되는 경우보다 훨씬 적다. 부자들에게서 하위 계층으로 돈이 흘러내리도록 하는 방법 가운데 최선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거나, 애초에 불로소득을 추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184쪽)

 

주류 경제학자와 비즈니스 미디어가 통상 써먹는 수법은 자본주의적 배분 효율성이 초역사적인 첫 번째 버전과 다르지 않다고 믿게끔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배분 효율성은 부의 창출을 돕는 한에서만 유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단, 그 경우에도 우리는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 민간임대에 대한 일부 옹호론의 논리도 이와 비슷하다. 지대가 토지와 부동산을 최선 사용자에게 배분함으로써 배급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지는 접근성이 가장 좋은 중심부에 있으므로, 가장 많이 필요로 하고 가장 여유가 있는 사용자가 최고의 입찰가를 제시할 것이며, 지주들은 그들에게 부동산을 임대할 것이다. 이 논리는 희소한 도심 토지가 ‘최고・최선의 용도’에 배분된다는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얼핏 보면 합리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부자들은 필요의 상대적 강도나 토지 용도에 상관없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비싼 가격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것은 교묘히 속이는 말임을 알 수 있다. (200~201쪽)

 

내가 지금까지 펼친 주요 주장은 자본주의 역사의 모든 단계에 적용되며,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자본주의가 호황인지 위기인지와는 관계가 없다. 자산 지배에 토대를 둔 불로소득은 늘 문제였지만, 지난 40년 동안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금융화는 20세기 중반 밀려났던 불로소득자가 설욕하는 수단이었다. 이들은 수동적이지 않고, 지대 추구를 통해 경제체제에서 부를 추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능동적인 불로소득자(이른바 일하는 부자들의 일부)였다. 금융화는 부의 창출이 부의 추출로 전환되고 그와 더불어 부가 부자들에게 이동하게 된 원인이자 결과였다. 위기를 설명할 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쉽게 간과한다. (267~268쪽)

 

금융화한 자본주의는 생산이 아니라 구매와 판매를 우선시하는 주류 경제학의 환상을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주류 경제학은 마치 대출하고 기존 자산과 미래 자산을 사고팔기만 하면 부를 무한히 창출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긴다. 또 계속해서 수익성이 더 높은 수입원을 찾아가는 것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실물투자의 대체물이 될 수 있으며, 불로소득을 노리는 주주들의 압력과 과도하게 활성화한 기업 지배권 시장이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기업 지배권 시장이 극도로 활성화되면 기업들이 더 나은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315쪽)

 

미국에서 주류 경제학을 선도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그 이론의 진정한 신봉자로서 자신들의 학계 자격증을 상징자본으로 활용해 대학교수 자리, 대형 금융기관의 일자리, 규제 당국자와 정부 자문의 직위 사이를 오가며 활동했다. (중략) 스스로 금융 시스템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주류 경제학자들이 그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392쪽)

 

변화를 가져오려면 많은 전선에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진보하고자 할 때, 필요한(그러나 충분하지는 않은) 조치는 부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그들의 부가 대부분 불로소득에서 생겼음을 폭로하고, 그들의 권력이 부당하고 비민주적이며 착취적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사실을 널리 이해시키고, ‘부 창출자’나 정상적인 사업을 운운하는 헛소리를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개선의 기회는 없다.

아울러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필요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를 개선하며, 임금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자와 사용자를 경제조직의 핵심 이해관계자로 만들며, 정치를 민주화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과 생활방식 쪽으로 투자를 전환하면, 우리와 다음 세대의 삶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523쪽)

서평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보완하는 유용한 책으로 부자들과 그 하수인들이 퍼뜨리는 많은 주장을 강력하게 논박한다.―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

 

부자들과 슈퍼리치들이 어떻게 경제뿐만 아니라 지구까지 파괴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 마이클 뷰러오이Michael Burawoy, UC 버클리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슈퍼리치들이 우리의 경제·사회 구조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폭로하고 급진적인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치인과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필독서다.

― 프랜시스 오그레이디Frances O’Grady, 전 영국 노동조합총연맹TUC 사무총장

 

우리가 왜 부자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기가 어려운지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 샘 피지가티Sam Piziggati, 미국 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세이어는 사적 부의 엄청난 축적을 용납함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투머치Too Much

저자소개

저자 : 앤드류 세이어
Andrew Sayer

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그는 스스로 사회이론·정치경제학 교수라고 말해왔다. 도덕경제에 관해 오랫동안 탐구해왔으며, 그 외에도 사회과학 방법, 윤리, 불평등, 계급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중요한 연구 성과를 다수 남겼다. 2005년에 출간한 『계급의 도덕적 중요성The Moral Significance of Class』(Cambridge University Press)은 사람들이 계급 불평등을 경험하면서 어떤 윤리적 태도를 취하게 되는지를 분석한 역작이다. 그는 윤리와 도덕의 관점에서 사회를 분석하는 연구를 더 진행해 2011년에는 『어떤 일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유: 사회과학, 가치, 윤리적 삶Why Things Matter to People: Social Science, Values and Ethical Life』(Cambridge University Press)을 출간했다. 이는 오늘날 사회과학이 왜 사회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규범적 평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지를 탐구한 뛰어난 책이다. 여기서 그가 주목한 원인은 가치란 순전히 주관적이거나 관습적이며 이성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여기는 근대주의적 세계관이었다.
『불로소득 시대 부자들의 정체』는 지난 수십 년간의 불평등 확대가 부의 추출을 통한 불로소득 취득에서 비롯됨을 밝혀 현대 자본주의 분석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이어는 영국 랭카스터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퇴직한 후 현재 명예교수를 맡고 있는데, 지금까지 위의 세 책 외에도 『사회과학의 방법Method in Social Science』(Routledge, 2010), 『리얼리즘과 사회과학Realism and Social Science』(Sage, 2000), 『새로운 사회경제: 분업의 재구성The New Social Economy: Reworking the Division of Labor』(리처드 워커Richard Walker와 공저, Blackwell, 1992)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번역 : 전강수
전강수는 경제학자다. 단,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하며 낙수효과를 외치는 여느 경제학자와는 결이 다르다. 그렇다고 시장을 부정하고 정부의 무조건적 개입만을 주장하는 쪽도 아니다. 시장을 시장답게,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들어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 농민과 열심히 사업하는 기업가, 자영업자가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도록 해야만 경제정의와 효율이 달성된다고 믿는다. 시장을 시장답게,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토지제도를 정의롭게 만들어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1987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로 집필과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의 종말』, 『토지의 경제학』, 『부동산공화국 경제사』, 『《반일종족주의》의 오만과 거짓』, 『세상을 고치는 경제 의사들』 등을 썼으며, 『희년의 경제학』, 『사회문제의 경제학』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