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아름답게 살고 싶었다.
자기 몸을 떼어 가난한 사람을 도운 저 행복한 왕자처럼.”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잃지 않는,
지금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동화 같은 실화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움이 퇴색되지 않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출간한 지 4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몽실 언니』. 우리나라 그림책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강아지똥』. 이제는 어린아이들에게도 익숙한 단어인 『엄마 까투리』 등.
이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는 저자 권정생의 삶을 꼭 닮아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화 작가 권정생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권정생은 늘 가난했지요. 그는 삯바느질하는 어머니 품에 누워 굶어 죽은 둘째 목생이 형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죽은 형이 불쌍해서 울고, 녹아 없어진 눈토끼가 불쌍해서 울고, 깨진 저금통이 생각나서 우는, 꼬마 정생이는 울보였어요. 그때부터 정생은 동화를 좋아했습니다. 아버지가 주워 온 헌 책더미 속에서 동화책을 골라 읽으며 꿈을 키워나가기도 했지요.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해방이 되자 정생은 가족들과 고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전쟁과 더욱더 지독해진 가난이었지요. 밥을 굶어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해도, 상점 주인에게 혼이 나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난해도 떳떳하게, 아름답게 살고자 했어요. 자기 몸을 떼어 가난한 사람을 도운 동화 속 『행복한 왕자』 처럼요. 그러나 돈을 벌러 간 부산에서 그는 결국 폐병에 걸리고 맙니다. 이때부터 그는 평생을 병마와 싸우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결국 거지가 되어 거리를 떠돌아다니게 되지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머물렀던 작가. 그가 그곳에서 건져 올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낙엽도 거지도 하다못해 개똥도.”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길어 올린 아름다운 이야기
권정생 이야기를 지금 읽어야 하는 이유!
권정생은 평생을 낮은 곳에서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남을 원망하지 않았어요. 오직 자신처럼 낮은 곳에 있는 모든 존재들을 따스하게 끌어안을 뿐이었지요. 이 책에는 그러한 권정생의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몽실 언니』의 슬픔과 아픔을 끌어안았던, 『강아지똥』의 숭고함을 보듬었던 권정생의 마음이 담겨있지요. 자식을 온몸으로 끌어안아 살리고자 했던 『엄마 까투리』, 권정생 어머니의 이야기도 엿볼 수 있습니다. 권정생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평생 새 옷 한 벌 사 입은 적이 없지요.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오로지 죽는 순간까지 그를 괴롭힌 폐결핵이라는 병마와, 가슴 속에 주렁주렁 열리는 이야기들뿐이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도 여러 번, 큰 수술도 여러 차례 이겨낸 정생은, 하루하루를 죽으로 연명하며 겨우겨우 살아갑니다. 집도 없었던 권정생은 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살며 보잘 것 없는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거지도 무람없이 드나들던 토담집. 그곳에는 생쥐 친구도, 개구리 친구도 있었지요. 메뚜기, 지네, 굼벵이... 정생은 이름 없는 것들과 다독다독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가슴 속에 샘물처럼 고여있던 이야기들을 원고지에 옮기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땅바닥을 뒹구는 강아지똥처럼, 세상에 스며든 권정생의 이야기는 마침내 아름다운 꽃이 되어 피어납니다.
권정생은 평생을 한결같이 살았습니다. 작가로 유명세를 타고 큰돈을 번 뒤에도 말이지요. 이러한 권정생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줍니다. 무엇이 사람을 사랍답게 하는 걸까요?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많은 것을 가져야만 성공한 삶이고 본받을 만한 사람인 걸까요? 권정생 작가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해가 갈수록 그의 삶이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아마, 우리가 중요한 무엇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시대, 욕망이 미디어를 점령한 요즘, 이제는 다시 한번 권정생을 만날 시간입니다.
“그 깊고 순한 마음이 나를 울렸다.”
글로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정지아 소설가와
깊고 순한 권정생 작가의 찰떡같은 만남
이 책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소설가 정지아가 쓴 권정생의 전기입니다. 정지아 소설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라는 베스트셀러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었지요. 만해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김유정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정지아 소설가의 작품은 사람 냄새 나는 글, 인간미 넘치는 문장으로 유명합니다.
“권정생의 유언장을 읽고 나는 울었다. 나는 본디 좀체 울지 않는 사람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았다. 그런데 권정생 유언장의 첫 대목을 읽고 울컥 눈물이 솟구쳤다.”
작가의 말에서 정지아는 권정생의 유언장을 읽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밝힙니다. 권정생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생이, 그의 깊고 순한 마음이, 정지아 작가를 울린 것이지요.
이미 세상을 떠난 권정생의 마음이 정지아 작가에게 닿기라도 했던 걸까요? 정지아 작가는 아주 섬세한 시선으로 권정생의 인생을 다시 불러냈습니다. 그러고는 마치 그의 세상을 들여다보듯,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생생하게 이야기를 써 내려갔지요. 그 때문인지 이 책에서는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문장과 표현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어쩌면 정지아 작가가 아니면 다시 만나는 권정생의 이야기는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정지아 작가의 문장 속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작가의 삶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책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선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