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까마귀랑 고양이가 말하는 거 들어 봤어요?”
할머니는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한번 흘겨볼 뿐이었다.
“가족이 되었으니 반드시 지켜야 할 게 하나 있다.”
엄마와 난 할머니 말에 얌전히 귀를 기울였다.
“싱크대 아래쪽은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이니 절대로 열어 보면 안 된다.”
“안 된다는데 왜 대답이 없어!”
난 얼른 이렇게 말했다.
“저는 원래 싱크대에는 1도 관심 없어요!”
그런데 난 대답을 할 때부터 궁금해졌다.
‘저 안에 뭐가 있지? _ p.22
“무엇보다 우린 둘 다 필요 없는 사람이야.”
“무슨 말이야?”
“오빠가 그랬잖아. 오빠를 쫓아내고 싶어 한다며, 할머니가 오빠 엄마를 쫓아냈다며.”
“까악 까악, 엄마 닮은 아들! 엄마 닮은 아들!”
“그런데 너는 왜?”
“할머니가 나한테는 혹이래.”
“혹?”
“우리 엄마한테 달린 혹!”
“깍깍깍깍! 혹혹혹혹!” _ p.46
마녀가 우리를 번갈아 가며 훑어보았다.
“요 녀석은 사람이 맞는데, 넌 사람이냐, 마녀냐?”
마녀는 나를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아주 어설픈 마녀로구나, 어쨌든 잘됐다! 내 약초밭에 들어와 너희들 맘대로 열매를 따 먹은 값으로 100년만 일하여라.”
“100년이요?”
마녀가 내 대답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마법을 부렸다.
“알라리아 꼴라리아 욜라라우리 다람쥐로 변해라, 얍!” _ p.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