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그 근원성과 희망의 정치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의 저자
더글러스 러미스의 ‘사유의 저수지’ 같은 저서
오키나와에서 보내온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 수록
『래디컬 데모크라시』는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의 저자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더글러스 러미스의 사유의 저수지 같은 텍스트이다. 원저가 출판된 지 28년 만에 드디어 한국어판이 나왔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경제성장이라는 허술한 동아줄에 매달려 있는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래디컬 데모크라시』의 번역 출간은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인가?”
“경제성장과 과학기술의 발전은 당연한 것인가?”
전복성을 잃어버린 가짜 민주주의 미신에 사로잡힌
우리의 무기력한 인식을 뒤흔든다.
이 책의 목표는 민주주의라는 ‘세계의 근원적 권력 구조’를 은폐하는 근대성의 핵심을 해체하여, 궁극적으로 국가라는 정치체제를 탈구축할 수 있다는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것이다. 또한 현재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경제개발(또는 경제성장)과 그 수단으로서 과학기술 발전의 맹목적 추구의 허구성을 역사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그리하여 희망을 일구기 위해 결국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모색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민중 권력이라고 부른다. ‘권력’은 무작위적 행운의 손에서 가능성을 취하여 예술, 즉 창조적인 기획으로 전환한다. 권력은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역사 ‘발전’ 과정을 통해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것을 등장시킨다. 권력은 꿈과 환상을 가능성으로, 그리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든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실제, 즉 민중 권력은 실행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만 존재한다. 아렌트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듯이, 민주주의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어떤 존재일 수 있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행할 수 있는 어떤 것일 뿐이다.
― 더글러스 러미스, 본문 중에서
생전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이 경제성장 시대의 종언과 민주주의에 대한 사유를 전개하는 데에, 이 책이 제시하는 민주주의의 근원성에 대한 담론과의 지적 · 정신적 대화가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래디컬 데모크라시』의 한국어판 번역 · 출간은, 경제성장에 의해 주도되는 근대 문명의 근본적 전환을 위해 고투한 김종철 선생 영전에 바치는 헌사가 아닐 수 없다.
― 이승렬, 역자 서문 중에서
지금 당장 전쟁과 폭력이 사라진 세계가 도래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자기 힘으로 자신의 자유의 조건들을 만들어 가는 도전들이 필요하다. 더글러스 러미스 선생은 민주주의 정신을 가진 민중이 그런 권력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지금 당장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기득권에 포획되어 버린 일상을 하나씩 우리의 것으로 탈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은 발전의 이름으로 강요되는 것을, 선거로 확산되는 이데올로기를 거부할 용기, 그런 것들과 헤어질 결심이 섰을 때 시작될 수 있다.
― 하승우, 역자 후기 중에서
■ 추천사
더글러스 러미스는 세계 도처의 사회와 민주주의 실천에 관해 글을 쓰는 가장 생각 깊고 훌륭한 지식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일본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시야는 전 세계에 걸쳐 있다. 『래디컬 데모크라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것에 대한 명쾌하고도 독자적인 사유의 모범이다.
― 수전 손택(Susan Sontag)
『래디컬 데모크라시』는 민주주의를 사유하는 방법에 대한 기본지침서이며, 민주주의를 이론화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 주는 흔치 않은 전범이다.
― 쉘던 월린(Sheldon Wolin)
러미스는 민주주의의 희망이 우리 동료 인간에 대한 믿음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 신앙’은 ‘사람들이 이따금씩 보이는 모습을 근거로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믿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우리에게 희망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 토머스 해리슨(Thomas Harri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