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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침공


  • ISBN-13
    979-11-93024-71-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안전가옥 / 안전가옥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5-2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권혁일
  • 번역
    -
  • 메인주제어
    로맨스: 판타지 및 파라노말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로맨스: 판타지 및 파라노말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00 * 182 mm, 228 Page

책소개

짝사랑 그녀가 고백했다,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첫사랑의 침공’이라는 제목은 비유가 아니다. 이 로맨스 단편집의 표제작 〈첫사랑의 침공〉에서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은 누나는 지구를 침략하러 온 외계인이다. 다른 수록작 주인공들의 처지도 험난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업무 평가에서 매번 꼴찌를 도맡는 신을, 지구를 침략할 생각이 없는 외계인을, 북한에서 온 간첩을 마음에 둔다.

 

수채화처럼 마음에 스미는 사랑의 서사

특별하다 못해 기상천외한 존재의 등장으로 눈길을 모은 이야기들은 이내 사랑의 모든 과정을 다정하게 보듬는다. 불현듯 피어난 마음에 당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평생의 반려자에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순간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를 사랑했기에 가슴에 새겨진 수많은 장면들이 세밀한 수채화처럼 책장 곳곳에 스며 있다.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문득문득 지나가거나 다가올 사랑에 대해 가만히 생각하게 되는 까닭은 그 찬찬한 표현들에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세계관으로 독자를 이끄는 상처받은 자들의 대변인

권혁일 작가는 첫 장편 소설의 시놉시스를 공개한 것만으로 크라우드 펀딩 721% 달성을 기록한 바 있는 화제의 신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세계관으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상처입은 이들을 대변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가의 능력이 단편이라는 형식과 로맨스라는 장르를 만나 얼마나 매력적인 시너지를 이루었는지 《첫사랑의 침공》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차

첫사랑의 침공 · 6p
세상 모든 노랑 · 54p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 · 116p

하와이안 오징어볶음 · 174p

작가의 말 · 218p
프로듀서의 말 · 222p

본문인용

“난 이게 맛있더라. 여기 와서 처음 먹어 봤어.”

누나는 자판기에서 뽑은 포카리스웨트 캔을 보여 주었다.

“진짜? 누나 외국 살다 왔어? 어떻게 포카리를 스무 살이 넘도록.... 아, 아 뭐. 그럴 수도
있지. 나도 태어나서 이건 한 번도 안 먹어 봤어!”

혹시 누나가 민망해할까 봐, 나는 서둘러 컨피던스라는 음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그럼 다음에는 저걸 마셔 봐야겠다. 포카리스웨트보다 맛있으면 좋겠네.”

“다음에 같이 마셔 보자. 누나, 그거 이리 줘 봐. 내가 따 줄게. 자... 여기.”

“고마워, 윤아.”

누나가 웃으며 캔을 받아 들었다. 그 웃음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 내 하루가 다 저물어 버
려도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욕심을 내 볼 생각이었다. 나는 소리 죽여 목을 가다듬고는, 어젯밤
수백 번 연습했던 말을 아주 조심스럽게 꺼냈다. 내 안에 존재하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간신히 완성한 문장이었다.

“누나, 우리 한강으로 산책 갈래? 날씨도 좋으니까.” 

- 30~31p

 

“저기! 혹시....”

영은 자신도 모르게 다급한 손길로 노란색의 신의 팔목을 잡았다. 반쯤 돌아섰던 노란색
의 신이 영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영은 노란색의 신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신의 눈동자
또한 머리칼처럼 찬란한 노랑으로 빛났다. 영의 귓가에 치이이익 도화선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울렸다. 노란색 스위치가 당긴 불이 어느새 눈에서 마음으로 옮겨붙은 것이었다.

“그, 저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다른 이유는 아니고요, 제가 노란색을 꼭 봐야 할 일
이 있어서요.”

영은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손은 여전히 노란색의 신의 팔목을 잡고 있었다.

“아, 네.... 좋아요.”

노란색의 신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영의 눈빛에 저항할 틈도 없이 무너져 버렸다. 영에
게 잡힌 팔목이 뜨거웠다. 신에게도 맥박이 있었다면, 그 부근에서 지진이라도 일어났을
것이다. 

- 65p

 

“서현은 왜 내가 보낸 메시지에 답장을 했어? 외계 종족의 존재를 의심할 수도 있었을 텐
데.”

“메로는 별걸 다 궁금해하네. 호기심이 참 많은 외계인이야.”

“서현, 외계인이라는 말보다는 카뎀이라....”

“믿고 싶었거든.”

나는 별이 빼곡한 하늘을 가리켰다.

“이 지구에는 없더라도, 저렇게 크고 넓은 우주 어딘가에는 나를 좋아해 줄 존재가 하나쯤
은 있을 거라고. 언젠가는 저 별들을 다 헤치고 나에게 날아와 줄 거라고. 지금 생각해 보
면 그렇게 믿길 참 잘했어.”

“그 메시지가 서현에게 닿아서 정말로 다행이야.” 

- 153p

 

“이 사건에 당신이...?”

“이제 좀 말이 통하겠네. 내가 사라지고 나면 당에서는 당신을 찾으려 들 거야. 나에 대한
정보를 캐내야 할 테니까. 신나게 고문하다가 결국에는 죽이겠지.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아니면 지금 내 손에 죽든가.”

“당신이 외계인이든 간첩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나는 어쨌든 당신을 우주 끝까지 따라
갈 거야. 그만큼 사랑하니까!”

정훈은 처음 만난 날부터 한결같이 끈질겼다. 위장 취업한 회사에서 만난 정훈은 민정에
게 첫눈에 반했다며 졸졸 따라다녔다.(당시 민정은 주머니에 든 나이프를 꺼내야 할지 심
각하게 고민했었다.)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정훈은 마음을 꺾지 않았다. 그러다 당에서 신
분 위장 강화를 위해 결혼을 지시했고, 별수 없이 가장 빠르게 결혼할 수 있는 상대인 정훈
을 고른 것뿐이었다. 이런 내막을 알 리 없는 정훈은 그날 이후로 메신저 상태 메시지를
‘노★ 력하면 이루어진다♥ ’로 바꾸었다.(그리고 6년 동안 토씨 하나 고치지 않았다.) 

-
188p

서평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에게 건네는 일상으로의 초대

《첫사랑의 침공》에 수록된 네 작품은 모두 서두에서부터 눈길을 잡아끈다. 로맨스 소설 주인공이라기엔 몹시도 강렬한 존재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첫사랑의 침공〉의 서고 누나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성윤에게 “우리 종족은 언젠가 지구의 모든 것을 빼앗으러 올거야.”라고 선언한다. 선천적으로 노란색을 보지 못하는 〈세상 모든 노랑〉의 영은 어느날 노란색의 신을 만나 처음 보는 색채의 향연에 휩싸인다.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의 서현은 중고로 산 컴퓨터를 켰다가 “카뎀 48 핸성 이요. 는나는 외계ᅨᅨᅨ종족의. 지구 인 응답 은? 바라라 다다다.”라는 메시지를 받는다.(오타가 아니다.) 〈하와이
안 오징어볶음〉의 민정은 결혼한 지 6년 만에 남편 정훈에게 본인이 북에서 온 특수 요원, 즉 ‘남조선 아새끼들 말로 하면 간첩’이라고 밝힌다.

 

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저 지구인이고 인간이고 국정원과 무관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이 사람들 또한 다른 의미로 비범하다. 상대의 파격적인 정체를 처음 알게 된 순간에는 놀라고 당황했을지언정 곧 빠르게 납득하고 본인의 감정에 집중한다. 어차피 정체를 모르는 채로 사랑에 빠졌으니 이제 와서 마음이 바뀔 일은 없으며,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정보쯤은 그의 다종다양한 매력 가운데 하나로 넣으면 된다는 식이다. 현실 세계에 뿌리를 깊이 내린 인물들은 낯선 세계에서 온 존재를 자신의 일상으로 부드럽게 이끈다.

 

사랑의 모든 순간을 긍정하는 따스한 연애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 주인공들의 삶에는 불안과 고독과 결핍이 있었다. 연애가 한창 무르익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그 어둑한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고통은 혼자서 감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애정이 그러한 고통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첫사랑의 침공》이 그리는 사랑이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수단이 아니다. 이 작품집 속의 연인들은 영원을 쉽게 약속하지도 않는다.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작품에는 사랑의 끝이 묘사된다. 주인공들은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현실에 기반을 두었기에 작중의 모든 사랑은 자연스럽다. 상대에게 매료되는 순간은 물론이고 상대에게 이별을 고하는 순간까지도 설득력을 갖는다. 사랑해도 괜찮고 헤어져도 괜찮다는 메시지다. 마음의 결을 촘촘하게 묘사하는 감성적인 언어가 단순한 미사여구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소중했던 관계가 부서져 내리는 장면마저 감싸면서 실패한 사랑은 없다고 나직하게 다독이기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은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언제든 다시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는 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경험 중 최고라 생각한다’고 말하는 작가가 쓴 연애담은 이토록 품이 넓다.

저자소개

저자 : 권혁일
소설을 쓸 때, 허구인 척하면서 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이 책을 다 읽으신다면, 저를 아는 사람쯤으로 여겨 주셔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쓴 책과 앞으로 쓸 책이 당신 책장에 오래도록 기쁜 이야기로 남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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