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삶을 생각하는 시간
‘죽음’. 저자 이종건은 그 말을 생짜로 썼다. 그 말을 대하는 사람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그리하는 것이 죽음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거의 유일한 방식이라 생각해서다. 삶도 그런 식으로 아무 수식 없이 생각하고, 함께 또는 홀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 대하는 것이 성숙해 가는 길이자 성숙의 표식이 아니겠냐고 생각한다. 기쁨도 고통도, 슬픔도 외로움도, 좌절도 모멸도 겉치레 없이 에두르기 없이 과장 없이 피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경험하며 사는 것 혹은 살 수 있는 것. 저자는 그것이 원숙하고 맑은 삶이라 생각한다.
저자 이종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매듭 지으며 살아왔다. 은퇴를 앞둔 여러 해 전, 죽음에 대해 찬찬히 생각했고 은퇴 이후에는 자신이 살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고자 준비했다. 내 집 짓기 프로젝트로 잠시 미뤘지만, 은퇴하면서 또 하나의 매듭을 지었다. 그로써 삶에 대해 다시 따져보게 되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생각을 반드시 불러낸다는 뻔한 사실을 예상치 않았던 탓이다. 죽음을 앞에, 삶을 뒤에 둔 이 책의 구성은 그렇게 해서 형성되었다.
왜 죽음을 생각하는가? 무엇이 좋은 죽음인가? 질문으로 시작하는 『죽음이 온다 살아야겠다』는 부조리 혹은 무의미, 환상, 사랑, 연민 등을 통해 삶의 의미와 목적을 끊임없이 탐구하다가 종국에는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런데 그것을 왜 묻는가? 다시 질문하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