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역설 중 하나는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그 세상을 작아지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_19쪽, 〈서문〉
우리에게는 각자 그리워하는 것이 있다. 아무도 몰랐던 낚시터, 문 앞에 놓인 〈보그〉 9월호, 온라인 도박에 빠져버린 오랜 포커 친구, 레스토랑에 함께 앉은 이와 무엇을 찾을지 모르는 채 메뉴를 열어보는 즐거움.
_22쪽, 〈서문〉
이 책은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가까운 과거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먼지가 되어 뭉쳐지는 동안 우리는 이미 상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시 멈춰서 기억을 기록하고 기뻐하며, 감탄하거나 애도하거나 축하하자. 우리의 집단적 추억을 떠올리자. 그 기억 역시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맞서기 위해서.
_23쪽, 〈서문〉
여행 중 길을 잃는 것은 최악의 순간이 될 수도 있지만, 최고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가운데 우연에 굴복하고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_40쪽, [4]길 잃기
이제 누가 녹음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저속한 건배사는 하지 않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싶을 땐 댄스 플로어에 나오지 않는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접근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은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비밀을 엄수하리라는 확신 없이는 파티 자리에서 눈물 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문맥에서 벗어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거나,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로 알아들을 가능성이 있는 반어적인 말을 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신이 온라인에 게시하지 않아도, 듣거나 본 다른 사람이 올릴 수도 있다.
_76쪽, [15]무방비 상태
발굴의 감각은 사라졌다. 이동 중에 클릭 한 번이면 구입이 가능해졌으니 몇 년 동안 찾던 음반을 우연히 발견하거나 절판된 책을 교외의 서점에서 발견하는 일이 더는 발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베티의 유명한 파이를 맛보기 위해 미네소타 북부로 여행을 가거나 자바 베이글을 먹으러 뉴욕까지 가거나 심지어 이번 주 식료품을 사러 길모퉁이 슈퍼마켓까지 갈 필요도 없다.
_82쪽, [17]벼룩시장 발굴
직접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전화 받기란 아주 중요한 일이었고, 명확한 응답을 하도록 교육받았다. 항상 밝은 “여보세요”로 전화를 받은 다음 “언니에게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라고 물어야 했다. 밤 10시 이후에 전화 금지. 일요일 정오 전에 전화 금지. 30분 이상 통화 금지. 허락 없이 장거리 전화 절대 금지!
_90쪽, [20]부엌전화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았을 상황에서도 단절감을 느끼고 심지어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아무도 당신에게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듯 느낄 수 있다.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달콤한 고독보다는 고립처럼 느껴질 수 있다.
_107~108쪽, [25]고독
슬랙에 쓰는 이 모든 시간은 나를 게으름뱅이처럼 느끼게 한다. 하지만 6개의 대화가 진행 중이고 다음 대화로 넘어가기 전에 이 글에 맞는 이모티콘을 찾고 있어서 멈출 수가 없다. 읽지 않은 글, 읽지 않은 글, 읽지 않은 글.
_110쪽, [26]독자 의견
자, 이제 우리는 안다.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안다. 물론, 우리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내야 하지만,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듣는 사람 모두가 나와 같은 편이라는 것을 알 때만 말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처럼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에서 목소리를 내기란 안전한 거리를 두고 미리 정해진 여러 통 중 하나에 들어가는 일과 같다. 일단 당신이 안전하게 줄을 서면, 같은 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당신의 올바른 생각을 인정하며 등을 두드려줄 것이다.
_141쪽, [37]인기 없는 의견
미래의 전기 작가들은 편지 대신 페이스북 피드, 트위터 스레드, 오고 간 이메일 목록, 수집된 텍스트를 샅샅이 뒤지게 될까?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수천 명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에 대한 어설픈 생각으로 채워진, 사적인 사색을 공유하기보다는 리트윗 수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이 넓은 창문은 어쩌면 피사체의 감정과 생각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될지도 모른다.
_191쪽, [55]손으로 쓴 편지
“모든 것이 내게 맞춰 큐레이션되고 있어서 더는 큐레이터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40대의 한 음악 애호가가 말했다. “슬프죠. 누군가를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가 너무 쉬워져서 무의미하게 느껴지네요.”
_204쪽, [59]LP판
문자 메시지와 소셜 미디어가 없던 시절, 쪽지는 복잡한 우정 네트워크를 탐색하고 지루한 수업을 견뎌내고 방과 후 할 일을 계획하는 방법이었다.
_257쪽, [80]쪽지 전달
표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일은 당연했다.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섰고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일주일 전에 온라인에서 미리 좌석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_272~273쪽, [86]영화관
인터넷은 우리 모두를 리얼리티 TV 캐릭터로 만들 수 있다. 장점을 강조하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런 식으로 살았을까, 아니면 인터넷이 우리 모두를 과시적으로 만들었을까?
_295쪽, [93]겸손
옛날 앨범은 수납장 밑바닥에서 몇 년에 한 번씩 꺼내 보는 정도라 해도,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당신은 아버지의 인조가죽 앨범이나 조부모님의 앨범을 가지고 있을 테고, 앨범 속 사진에 담긴 사람들의 태반은 누군지 모르더라도 그 거대한 역사가 내 손 안에 있는 듯 느끼리라.
_304쪽, [97]사진 앨범
잃어버린 것들을 잊지 못하고 놓아주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존재도 바로 우리 인간이다.
_320쪽, [100]종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