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2D 뒤표지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과 낭만


  • ISBN-13
    979-11-93166-50-5 (0384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상상아카데미 / 생각의힘
  • 정가
    19,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5-2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패멀라 폴
  • 번역
    이다혜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0 * 200 mm, 328 Page

책소개

인터넷의 출현과 발달은 우리 삶의 많은 제약을 없앴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제약뿐일까? 인터넷이 출현하고 발달한 시기를 모두 거쳐온 저자 패멀라 폴은 섬세한 감각으로 지나간 삶의 파편을 더듬어낸다. 엊그제 같은 그때가 점점 먼지 쌓인 과거가 되며 아날로그 시대를 막연한 ‘낭만’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기술이 더 발달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대 기술이 태동하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던 그 시대에 인간이 아직 서로에게 품었던 마음을 기억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가 바로 얼마 전 지나온 약간 불편했던 시대에 인간의 행위는 더 풍부한 의미와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의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이 책은 불편함이 없어진 자리에서 아쉬움을 찾는다. 그때 우리가 느꼈던 감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저자가 터뜨린 타임캡슐에서 쏟아진 무려 100가지 추억을 좇으며 독자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게 된다. 서둘러 오느라 두고 온 과거로부터의 상실을 기억한다면 현재는 더 나은 미래가 될 것이다. 과거를 낱낱이 기억하고, 한 조각이라도 더 이름 붙이자. 우리가 도달한 현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

 

모든 것이 더 소중했던 시대를

‘비디오테이프’처럼 뒤로 감아

‘LP판’의 바늘처럼 부드럽게 짚어내는 

사소하고 심오한 100가지 이야기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했다. 2010년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완전한 디지털 시대가 문을 열었다. 아날로그 시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아날로그란 어떤 수치를 연속된 물리량으로 표현함을 뜻한다. 아리송하지만 ‘물리량’이라는 대목에서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과연 아날로그 시대에는 많은 것이 오늘날보다 물리적으로 존재했다.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은 검고 둥근 ‘LP판’에 담겨 있었고 바늘로 긁어내는 빼곡한 홈으로 존재했다. 또는 ‘카세트테이프’에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어플에 음악이 담겨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극장에서 놓친 영화를 보려면 ‘비디오 대여점’에 달려가야 했고 한 편의 영화가 한 개, 또는 러닝 타임에 따라 두 개의 ‘비디오테이프’에 담겨 빽빽하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데이터 파일이 넷플릭스 본사에 존재한다고 해야 할지, 어떨지. 

인터넷의 출현과 발달은 우리 삶의 많은 제약을 없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출현했으며 이들 세대에게 이전 세대가 겪어온 시간적, 공간적 제약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지금의 우리는 손바닥 안의 기기 하나로 아무 때 아무 곳에서 아무나와 대화할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만큼 뒤져볼 수 있다. 우리 삶의 실로 많은 제약이 사라졌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제약뿐일까? 인터넷이 출현하고 발달한 시기를 모두 거쳐온 저자 패멀라 폴은 섬세한 감각으로 지나간 삶의 파편을 더듬어낸다. 부엌 전화(집 전화), 길 잃기, 공연에 몰입하기…. 저자가 그려낸 구체적이고 재기발랄한 소재와 장면들은 우리의 향수를 자극함은 물론, 기술의 이기를 마음껏 누리는 오늘날 놓치고 있는 일상의 의미와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때 우리는

더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1970년대 태어난 저자 패멀라 폴은 본인을 ‘X세대’로 칭한다. 세대 구분은 기술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오히려 근간의 기술 발달과 궤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X세대에서 이어지는 밀레니얼 세대-Z세대-알파 세대는 디지털 매체와 스마트폰을 언제 접했는가, 즉 아날로그 매체를 얼마나 오래 경험했고 기억하고 있는가로 구분된다. 엊그제 같은 그때가 점점 먼지 쌓인 과거가 되며 아날로그 시대를 막연한 ‘낭만’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아날로그 시대가 애틋한 것은 당연하다. 당시 인간은 기술이 부족한 만큼 서로의 존재에 더 의지했다. 세상이 부족한 만큼 서로가 서로의 영혼을 채우고 지탱했다. 동시에,  고유의 불편함과 어려움도 분명 있었다. 그 다채로운 ‘낭만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가? 없다. 그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기술이 더 발달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대 기술이 태동하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하던 그 시대에 인간이 아직 서로에게 품었던 마음을 기억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가 바로 얼마 전 지나온 약간 불편했던 시대에 인간의 행위는 더 풍부한 의미와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하며 살았다. 그때의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이 책은 불편함이 없어진 자리에서 아쉬움을 찾는다. 우리는 모든 것이 더 쉽고 편리해진 세상에서 어쩌면 크고 작은 낭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지. 

 

과거와 현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소하고 심오한 100가지 유실물

 

과거를 이야기함은 결국 우리의 현재와 나아갈 미래를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막 지나온 과거를 황급히 창고에 욱여넣기는 아직 이르다. X세대의 한 사람이자, 아날로그와 디지털 두 시대를 거쳐온 인간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며, 〈뉴욕타임스 북리뷰〉 편집장이자 〈뉴욕타임스〉 출판 지면 및 주간 북리뷰 팟캐스트를 담당해온 저자는 특유의 감각으로 과거 우리 삶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장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앞선 시대에 두고 온 줄도 몰랐던 100가지 유실물로 재기발랄하게 우리를 안내한다. 회사 일을 완전히 잊을 수 있던 병가,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서성이던 학교 도서관, 지도를 펼치고 모험처럼 나서는 초행길, 오로지 주선자의 정보에만 의존했던 소개팅, 사전과 유인물에 의지해 풀어내던 숙제….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물건과 상황과 사건만 소개하지 않는다. 그때 우리가 느꼈던 감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저자가 터뜨린 타임캡슐에서 쏟아진 무려 100가지 추억을 좇으며 독자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게 된다. 이 책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은 〈씨네21〉이다혜 기자가 맡았다. 영화와 책으로 새로운 세상을 전달하는 데 진심인 옮긴이의 지휘로 국내 상공에 날아온 이 책은 사회학자, 소설가, 시인, 산문가의 추천과 함께 착륙한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저자 김지효, 《사랑의 꿈》저자 손보미, 시인 박참새, 《헤아림의 조각들》저자 임지은 네 화제의 인물 모두 저자에게 열띤 동의를 보낸다. 무엇보다, 우리는 알고 있다. 함께 추억을 이야기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우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시대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어제를 기억하자, 

오늘이 더 나은 미래가 되도록

 

전 지구가 대변혁의 시대를 막 지나온 오늘날, 저자뿐 아니라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화의 산증인이다. 개인의 아주 사소한 이야기가 인류의 가장 심오한 주제가 될 수 있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열심히 추억하자. 그래 그런 물건이 있었지! 그런 감정을 느꼈지! ‘여름 합숙 캠프’의 소녀들처럼 함께 지나온 시간을 모닥불 삼아 둘러앉고 서로의 추억을 나누고 기억하자. ‘다이어리’에 직접 가까운 사람의 생일을 써두고 ‘손으로 쓴 편지’를 건네던 날들에 우리가 서로에게 쏟았던 시간과 주었던 의미와 한 인간이 한 인간에게 베풀 수 있었던 마음을 기억하자. 서둘러 오느라 두고 온 과거로부터의 상실을 기억한다면 현재는 더 나은 미래가 될 것이다. 과거를 추억함은 결국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이다.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과거를 낱낱이 기억하고, 한 조각이라도 더 이름 붙이자. 우리가 도달한 현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더 좋은 시대에 도착하기 위해. 나아갈 미래를 위해. 어쩌면, 미래 세대에게 ‘꽤 괜찮았던 과거’로 남을 오늘이 되기 위해. 

목차

서문 

 

1. 지루함 

2. 마침표

3. 척척박사

4. 길 잃기

5. 티켓 분실하기

6. 로맨틱한 첫 만남

7. 실패한 사진

8. 파일 정리

9. 구남친

10. 지각

11. 긍정적인 무관심

12. 운전 담당

13. 전화

14. 의료 양식

15. 무방비 상태

16. 학교 도서관

17. 벼룩시장 발굴

18. 고등학교 동창회

19. “다들 내 생일을 잊어버렸어.”

20. 부엌전화

21. 가족 식사

22. 개인적 모욕감

23. 책벌레 소년

24. 윈도우 쇼핑

25. 고독

26. 생산성

27. 독자 의견

28. 공연에 몰입하기

29. 롤로덱스

30. 의사에게 의지하기

31. 첫 번째 사람이 되기

32. 유일무이한 존재 되기

33. 생일 카드

34. 숙면

35. 번호 기억하기

36. 종이신문

37. 인기 없는 의견

38. 혼자 여행

39. 서류 작업

40. 부재중 전화

41. 스페인어-영어 사전

42. 인내심

43. 타인 무시하기

44. 디토 인쇄물

45. 연공서열

46. 창밖 내다보기

47. 〈TV 가이드〉

48. 예의범절

49. 접수원

50. 사적인 기념일들

51. 메시지 남기기

52. 장난감과 게임들

53. 지도

54. 공감

55. 손으로 쓴 편지

56. 올드 테크

57. 그 순간에 있기

58. 맞춤법

59. LP판 

60. 날씨 궁금해하기

61. 취침 전 독서 

62. 긴급 통화 서비스

63. 당신의 집중력

64. 여름 합숙 캠프

65. RSVPS

66. 사회 교과서

67. 휴가

68. 파일로팩스 다이어리

69. 눈 맞춤

70. 독립적으로 작업하기

71. 잡지

72. 공손한 질문

73. 비행기에서의 만남

74. 수표책

75. 놓치기

76. 글씨체

77. “실례합니다”

78. 크리스마스 편지

79. 그 배우가 누군지 알아내기

80. 쪽지 전달

81. 병가

82. 비밀

83. 도서관 서지 카드

84. 대학 강의

85. 기억

86. 영화관

87. 사용 설명서 분실

88. 소개팅

89. 백과사전

90. 새로 온 아이

91. 전망

92. 스크래블 타일

93. 겸손

94. 클리프노트

95. 부모의 전폭적인 관심

96. 보지 않고 타자 치기

97. 사진 앨범

98. 차단하기

99. 사회적 신호

100. 종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본문인용

인터넷의 역설 중 하나는 우리에게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동시에 그 세상을 작아지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_19쪽, 〈서문〉

 

우리에게는 각자 그리워하는 것이 있다. 아무도 몰랐던 낚시터, 문 앞에 놓인 〈보그〉 9월호, 온라인 도박에 빠져버린 오랜 포커 친구, 레스토랑에 함께 앉은 이와 무엇을 찾을지 모르는 채 메뉴를 열어보는 즐거움.

_22쪽, 〈서문〉

 

이 책은 우리가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들, 존재조차 몰랐던 것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부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가까운 과거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먼지가 되어 뭉쳐지는 동안 우리는 이미 상실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시 멈춰서 기억을 기록하고 기뻐하며, 감탄하거나 애도하거나 축하하자. 우리의 집단적 추억을 떠올리자. 그 기억 역시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맞서기 위해서.

_23쪽, 〈서문〉

 

여행 중 길을 잃는 것은 최악의 순간이 될 수도 있지만, 최고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길을 잃고 방황하는 가운데 우연에 굴복하고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_40쪽, [4]길 잃기

 

이제 누가 녹음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저속한 건배사는 하지 않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싶을 땐 댄스 플로어에 나오지 않는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접근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은 모든 사람이 철저하게 비밀을 엄수하리라는 확신 없이는 파티 자리에서 눈물 나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문맥에서 벗어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거나,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로 알아들을 가능성이 있는 반어적인 말을 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신이 온라인에 게시하지 않아도, 듣거나 본 다른 사람이 올릴 수도 있다. 

_76쪽, [15]무방비 상태

 

발굴의 감각은 사라졌다. 이동 중에 클릭 한 번이면 구입이 가능해졌으니 몇 년 동안 찾던 음반을 우연히 발견하거나 절판된 책을 교외의 서점에서 발견하는 일이 더는 발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베티의 유명한 파이를 맛보기 위해 미네소타 북부로 여행을 가거나 자바 베이글을 먹으러 뉴욕까지 가거나 심지어 이번 주 식료품을 사러 길모퉁이 슈퍼마켓까지 갈 필요도 없다. 

_82쪽, [17]벼룩시장 발굴

 

직접 전화를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전화 받기란 아주 중요한 일이었고, 명확한 응답을 하도록 교육받았다. 항상 밝은 “여보세요”로 전화를 받은 다음 “언니에게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라고 물어야 했다. 밤 10시 이후에 전화 금지. 일요일 정오 전에 전화 금지. 30분 이상 통화 금지. 허락 없이 장거리 전화 절대 금지!

_90쪽, [20]부엌전화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았을 상황에서도 단절감을 느끼고 심지어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아무도 당신에게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듯 느낄 수 있다.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달콤한 고독보다는 고립처럼 느껴질 수 있다.

_107~108쪽, [25]고독

 

슬랙에 쓰는 이 모든 시간은 나를 게으름뱅이처럼 느끼게 한다. 하지만 6개의 대화가 진행 중이고 다음 대화로 넘어가기 전에 이 글에 맞는 이모티콘을 찾고 있어서 멈출 수가 없다. 읽지 않은 글, 읽지 않은 글, 읽지 않은 글.

_110쪽, [26]독자 의견

 

자, 이제 우리는 안다.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안다. 물론, 우리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내야 하지만,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듣는 사람 모두가 나와 같은 편이라는 것을 알 때만 말할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처럼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에서 목소리를 내기란 안전한 거리를 두고 미리 정해진 여러 통 중 하나에 들어가는 일과 같다. 일단 당신이 안전하게 줄을 서면, 같은 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당신의 올바른 생각을 인정하며 등을 두드려줄 것이다. 

_141쪽, [37]인기 없는 의견

 

미래의 전기 작가들은 편지 대신 페이스북 피드, 트위터 스레드, 오고 간 이메일 목록, 수집된 텍스트를 샅샅이 뒤지게 될까?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수천 명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에 대한 어설픈 생각으로 채워진, 사적인 사색을 공유하기보다는 리트윗 수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이 넓은 창문은 어쩌면 피사체의 감정과 생각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될지도 모른다.

_191쪽, [55]손으로 쓴 편지

 

“모든 것이 내게 맞춰 큐레이션되고 있어서 더는 큐레이터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40대의 한 음악 애호가가 말했다. “슬프죠. 누군가를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가 너무 쉬워져서 무의미하게 느껴지네요.”

_204쪽, [59]LP판

 

문자 메시지와 소셜 미디어가 없던 시절, 쪽지는 복잡한 우정 네트워크를 탐색하고 지루한 수업을 견뎌내고 방과 후 할 일을 계획하는 방법이었다.

_257쪽, [80]쪽지 전달

 

표를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일은 당연했다.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섰고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일주일 전에 온라인에서 미리 좌석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_272~273쪽, [86]영화관

 

인터넷은 우리 모두를 리얼리티 TV 캐릭터로 만들 수 있다. 장점을 강조하고 과장된 모습을 보여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런 식으로 살았을까, 아니면 인터넷이 우리 모두를 과시적으로 만들었을까?

_295쪽, [93]겸손

 

옛날 앨범은 수납장 밑바닥에서 몇 년에 한 번씩 꺼내 보는 정도라 해도,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당신은 아버지의 인조가죽 앨범이나 조부모님의 앨범을 가지고 있을 테고, 앨범 속 사진에 담긴 사람들의 태반은 누군지 모르더라도 그 거대한 역사가 내 손 안에 있는 듯 느끼리라. 

_304쪽, [97]사진 앨범

 

잃어버린 것들을 잊지 못하고 놓아주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선택의 여지가 남아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존재도 바로 우리 인간이다. 

_320쪽, [100]종결

서평

세상은 빨라지고 수명은 길어졌다. 사람들은 새롭게 얻은 시간에 유튜버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내 SNS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의 목록을 살펴본다. 이것은 진보일까? 후퇴일까? 낙관과 비관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거대한 단어들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저자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두고 온 것들을 헤아린다. 저자가 만든 목록에는 결코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만 있지 않다. 오히려 우리가 해결했다고 생각한 문제나 얻었다고 여긴 것들도 있다. 이 책은 그렇게 긍정과 부정의 기준을 뒤섞으며 둘의 경계를 흩트려 놓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새 시대에는 잃은 것과 얻은 것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좋은 책은 답이 아닌 질문을 준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균열을 내고 헷갈리게 만든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두고 온 것들’이지만 이는 ‘우리가 얻은 것들’로도 다시 쓰일 수 있다.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우리는 얻으며 잃고, 잃으며 얻었다는 걸. 성급한 낙관과 비관이 쏟아지는 시대, 변화를 정직하게 응시하는 사려 깊은 책이 도착했다. 어떤 날은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어떤 날은 SNS 스타를 부러워하는 동시대인들과 함께 읽고 싶다.

_김지효(《인생샷 뒤의 여자들》 저자)

 

불가능해 보이지만 여전히, 인터넷 기반의 세상으로부터 (다소)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물리적으로 스스로를 차단하면 된다. 제한된 기능만을 제공하는 덤 폰dumb phone을 사용하고, 공공장소의 와이파이만 사용하겠다 다짐하고, 번호를 바꾸기까지 할 수도 있다. 우리의 이름에 배당된 8개의 숫자 중, 단 하나의 배열만 바뀌어도 완벽히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같잖은 노력이 없어도 우리는 대부분의 순간에 거의 소멸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 그 사이. 우리 자신은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가? 안에서만 존재하는 소실과 소멸을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움에 맞장구치면서도 이 책의 한 구절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싶어지는가? 

목록은 중요하다. 번호를 매기고 이름을 부여할 때마다 조금씩 선명해지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끝나는 지점에서 영원히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목록은 반드시 다시 쓰이게 된다. 우리가 멈추지 않으니까. 나는 이 사실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고, 다만 믿고 싶다. 

_박참새(시인)

 

어쩌면 이 책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관한 작지만 거대한 기록서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을 더는 참지 못하고, 최대한 실수를 할 가능성은 차단해야 하며, 그 무엇도 낭비되어서는 안 되는 세계. 어느 때보다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정작 타인의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는 기꺼이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세계. 세상에,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상실한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로 남겨두고 온 유실물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 때문에. 

때때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상기하는 행위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책의 정말로 놀라운 점은, 무턱대고 우리를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상실감으로 밀어 넣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오히려 나는 묘한 희망에 젖어 들었다. 여전히 우리 손에 남겨진 것이 있다는 것.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아직 다 그려지지 않은 지도 같은 거라고. 빈 부분은 우리가 채워 넣을 수 있다고. 어디로 갈지 스스로 결정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그리고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_손보미(《사랑의 꿈》 저자)

 

좋은 건 같이 알았으면 하다가도, 내게 소중한 것들은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기고 싶어진다. 문득 나는 그 마음이 너무 많은 공유가 만들어낸 무덤들에서 불쑥 자라난 것임을 눈치챈다. 요즘처럼 항시 연결되고 공유되는 상태란 한 개인이 고유한 의미를 갖도록 허락해 주지 않고 그런 게 나는 자주 숨 막히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기술이 발달한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이전 번거롭고 성가셨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 책은 그 시절 우리에게 있었던 것, 이를테면 비밀과 인내, 예기치 못한 순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시간 따위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다. 점점 빨라지는 세상의 유속에 휘말려 그 디테일이 영영 스러지기 전 한 번 더 추억해 보려는 다정한 시도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한 시절에게 건네는 근사하고 뼈아픈 작별 인사다. 그리고 읽는 내내 나는 오늘날 사라진 불편들이 내 삶의 의미를 만들어주는 데 퍽 유용했음을 깨닫는다. 지금의 내가 줄곧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느껴왔다는 것과, 좋은 작별 인사란 그 상실감을 보듬어준다는 것도.

_임지은(《헤아림의 조각들》 저자)

 

저자소개

저자 : 패멀라 폴
패멀라 폴(Pamela Paul)
〈뉴욕타임스 북리뷰〉의 편집장이며, 〈뉴욕타임스〉 출판 지면과 주간 북리뷰 팟캐스트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로는 《작가의 책》《난생처음 북클럽》《밥과 함께한 나의 삶My Life with Bob》《육아 주식회사Parenting, Inc.》《포르노화Pornified》《첫 번째 결혼과 결혼 제도의 미래The Starter Marriage and the Future of Matrimony》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책 《직사각형 시간Rectangle Time》 등이 있다. 〈뉴욕타임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타임〉과 〈이코노미스트〉에 기고했고, 〈애틀랜틱〉〈워싱턴포스트〉〈보그〉에도 글을 실었다.
번역 : 이다혜
이다혜
영화 전문지 〈씨네21〉 기자. 《퇴근길의 마음》《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법》《내일을 위한 내 일》《아무튼, 스릴러》 등을 썼고, 옮긴 책으로 《타르콥스키, 기도하는 영혼》《영화를 만든다는 것》 등이 있다. 영화와 책에 대해 읽고, 쓰고, 말하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