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랑 맞나요?
사랑의 문을 열기 시작한 십 대들의 다채로운 사랑 모습
『기념일의 무게』는 사랑을 하는 십 대들의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겨 있다. 사랑, 좋지만 정해진 답이 없이 혼자 하거나 두 마음이 화합해야 하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돌연 시간을 갖자는 여자 친구의 말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내일 편지」의 동우, 왜 결혼했을까 싶은 부모님과 어쩌다 여자아이들의 연애상담사가 된 「권태기 권태준」의 태기, 혼자 사랑에 빠졌다가 혼자 마음을 접는 「오후 4시, 달고나」의 서율, 천 일 이벤트의 압박으로 돈벌이에 뛰어든 「기념일의 무게」의 태윤 등 사랑에 고군분투하며 친구와 고민을 나누는 아이들의 일상과 감정이 유머러스하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친구가 사귀니 나도 호기심에, 우리의 마음은 같을 거라는 섣부른 단정, 고민되는 스킨십, 기념일의 압박, 고백의 용기 등 막 사랑의 문을 연 아이들 앞에 사랑은 기쁨과 시련을 주는 미션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마음은 언제고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 마음을 잘 키워 내는 것’도 사랑하는 이들의 임무라는 태기의 말처럼, 작품 속의 아이들은 쉽지 않은 사랑을 나름 잘 헤쳐 나간다. 사랑을 잘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사랑은 곧 사람이라는 어려운 듯하면서도 행복한 의미를 주는 작품이다.
그것도 사랑이에요?
사랑의 문이 닫힌 것 같은 어른들의 복잡한 사랑 모습
이 작품의 미덕은 교차점이 없을 것 같은 십 대와 노인이 만나 함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은근 할아버지의 재력에 의지하는 엄마에게 연애를 선언하고 재혼을 하겠다는 「그래도 네가 좋아」의 선후네 할아버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 맞지도 않는데 수십 년 고생한 의리로 졸혼을 했다는 「내일 편지」의 캘리그래피 선생님, 평생 권태기인 것처럼 서로 무신경하고 애정도 없어서 왜 결혼했을까 싶은 「권태기 권태준」에서의 태기네 부모님 등 어른들에게서 보이는 사랑은 이상하다. 빛바랜 색, 모나고 상처 난 모습, 슬프고 응어리진 소리……. 사랑의 이면을 경험한 어른들의 사랑은 풋풋하고 명랑한 십 대의 사랑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형태가 바뀌었지 본질은 같다’는 태기네 아빠 말처럼 어른들도 사랑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청소년이든, 중년이든, 노인이든 개개인의 삶에 상대가 있다. ‘상대를 대하는 마음’이 수많은 사랑의 언어와 마음결을 생산해 여러 형태의 사랑을 만든다. 어떤 형태든 사랑이 사랑으로 맺음되게 하는 것이 사람의 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기에 우리는 살아가지.
사랑의 문을 잘 여는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
사람이 살아가는 데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 사랑 없이 사람은 살아갈 수 없고, 모든 사람은 사랑을 주고 나눌 수 있다.
기억을 깡그리 잃어버린 할아버지가 이태한이라는 아들 이름만은 끝까지 기억하는 것, 폐지 줍는 할머니가 폐지를 줍는 또 다른 할머니를 챙기는 것, 할아버지가 뜬금없이 다 큰 손주의 손을 잡는 일들은 모두 사랑의 마음에서 발현된 것이다. 사랑은 타인을 향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그래서 서율이가 기억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이서율 손녀와 이관웅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고, 폐지 줍는 할머니의 선행을 본 태윤이 여자 친구와 함께 얼굴도 모르는 이웃 할머니를 챙기려고 하고, 손주의 손을 잡기까지 큰 용기를 냈을 할아버지의 마음을 짐작한 선후가 할아버지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은 아름다운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전해져 세상의 사랑이 된다. 십 대의 사랑, 어른의 사랑, 친구와 이웃에 대한 사랑까지 사랑의 집합체인 『기념일의 무게』는 세상에 사랑을 퍼뜨리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