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읽고 독후감을 적는 진성 책덕이던 나,
정신 차려 보니 대한민국 출판계의 한줄기 빛...!?
‘활자중독자’ 김미옥. 건강 문제로 조기 은퇴하고 평생의 소망이었던 책읽기에 몰두하기 시작한 그녀. 읽고 싶은 책들은 모조리 주문해 읽고 또 읽으며 페이스북에 독후감을 올리고 올렸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찌르는 문장들, 그리고 다독과 다독으로 단련된 풍부한 배경 지식에 팬들이 하나둘씩 늘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서평 포스팅이 곧 증쇄를 부르는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SNS 텍스트만을 간신히 새로고침하던 유저들에게는 최고의 독서 자극제, 불황에 허덕이던 출판사들에게는 혜성처럼 나타난 도서 홍보 대사(심지어 문학, 인문, 시사, 과학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서고에서 잠자던 양서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 희망으로 통하는 저자 김미옥. 국내 최고의 독서선동가 중 하나인 그녀는 자신을 흔히 ‘활자중독자’라고 소개한다.
오랫동안 책은 그녀의 여가였고 취향이었고 삶의 일부였다. 오랫동안 자신만을 위해 책을 읽었고 오직 자신을 위해서 글을 썼다. 페이스북에 서평을 올린 것도 멘탈을 다독이기 위해서였고, 혼자만 보기 아까운 책들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가 다른 이유 일부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런 꿋꿋한 꾸준함이 결국 내공이 되고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 책은 그 읽기·쓰기의 결과다.
그녀의 신간,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쓰다》에서는 1부인 ‘그대가 읽지 않아 내가 읽는다’에서는 책들의 의인적 매력, 그리고 서재형 인간의 탄생과 그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 ‘시대의 경계를 읽다’에서는 책으로 확장되는 인식의 지평을 다룬다. 개인에서 이웃으로, 인간 사회로, 종을 초월한 생명으로 사유와 연민의 사슬은 이어진다.
3부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작가들이 묘사하는 삶의 조각들, 그리고 그것에서 추출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일상적 가치에 대한 사색이다.
4부 ‘우리는 아름다울 수 있을까’는 말 그대로, 책에서 발견하는 미적인 즐거움을 다루는 파트다.
이 서평집 겸 에세이, 또는 독서 선동서에는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물성에 대한 집념 어린 고찰이 새겨져 있다. 좋은 책과 좋은 작가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이 작품에서, 때로 저자는 자신이 젊은 시절 과소평가하던 작품들에 대한 사과를 늘어놓기도 한다.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덕질 동지이자, 가이드이자, ‘나도 쓸 수 있다’는 동기부여자가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다.
잘생긴 책, 나쁜 남자, 주류에서 살짝 밀려난 예술가들, 평범한 영혼들의 절망과 환희를 이야기하는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쓰다》. 저자는 서평들 사이에서 어려웠던 인생사를 담담히 고백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계기로 책과 사색과 글쓰기를 꼽는다.
물론 이 ‘책에 대한 책’에서 책의 재미에 대한 소소한 잡담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왜 읽고, 왜 써야 하는가’로 귀결된다. 또는, 책읽기와 글쓰기가 삶을 어떻게 구출하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