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학교는 문제가 많았다. 선생님 중에도 별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고다니 선생님은 아이들이 쓴 글을 누구한테 보여 봤으면 싶었다.
누구한테?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아다치 선생님을 떠올렸다. -16쪽
“기미는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하고 잘못을 뉘우친 게 아닙니다. 좋아하는 선생님이 찾아와서 아무튼 그만두라고 하니까, 이 세상에 오직 한두 명뿐인 좋아하는 사람이 그만두라고 하니까, 할 수 없지, 뭐. 기미의 심정은 그런 거였을 거요.”-35쪽
“선생님, 데쓰 야단치러 온 거야? 그 자식은 개하고 파리 말곤 친구가 없단 말이야. 좀 봐줘.”
이사오가 간곡히 사정했다.
“야단치러 온 거 아냐. 어째서 파리를 기르는지 데쓰조랑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러 온 거지.”
“뭐, 그렇담 괜찮지만. 그 자식, 진짜로 파리 말곤 친구가 없단 말이야. 선생님은 미인이니까 파리 같은 거랑은 거리가 멀겠지만.”
이사오가 어른스러운 투로 말했다.
“빈말하고 있어”하며 고다니 선생님이 이사오의 이마를 가볍게 퉁기자, 이사오는 “헤헤헤”웃으며 고다니 선생님의 팔을 잡았다. -44쪽
“하지만 나는 사토시 기분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빵이 스무 개씩이나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아버지가 이삼일씩 돌아오지 않더라도 빵이 그만큼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지 않겠소? 그렇게 생각하고 매일 빵을 얻고 매일 빵을 버린다, 내가 지나친 생각을 하는 걸까요?”-91쪽
미나코는 교실보다 바깥을 더 좋아한다. 즐거운 듯 웃으며 해파리처럼 휘적휘적 달려간다. 고다니 선생님은 허둥지둥 찾아 나선다. 그런 아이가 자전거를 무서워할 리 없고 하수도 구멍이 두려울 까닭도 없다. 곳곳에 위험이 가득하다.
고다니 선생님이 새파랗게 질린 채 찾아다니다 보면, 미나코는 학교에서 기르는 염소랑 한가하게 놀고 있곤 한다. -137쪽
“나는 가만히 보았다. 그러고 나서 상자 속까지 가만히 보았다. 빨간 놈이 나왔다. 나는 코가 찡했다. 사이다 마신 것 같다. 나는 가슴이 찡했다. 나는 빨간 놈이 좋아, 고다니 선생님이 좋아.”
‘고다니 선생님이 좋아’하는 대목에서는 고다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252쪽
“그래? 너도 싸우고 있구나.”
아다치 선생님은 가슴이 뭉클했다.
고지는 처리장으로 뛰어갔다. 고지는 홈런을 친 야구 선수처럼 여기저기 얻어맞으면서 대환영을 받았다. 고지를 따라온 아다치 선생님은 이 광경을 즐겁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가 어른이 되면 어떤 세상이 될까?”-299쪽
“세상에 도둑질하고도 태연한 사람은 없어. 선생님은 평생 후회하게 될 착각을 했던 거야. 나는 형님의 목숨을 먹었어. 나는 형님의 목숨을 먹고 자랐어.”
아이들은 조용했다.
“나뿐만 아냐. 우리는 모두 남의 목숨을 먹고 살고 있어.”
아다치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 30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