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초록의 가치를 묻는다면 물처럼 공기처럼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만큼 값지다는 어렴풋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이 초록을 산업과 연관 짓는다면 농업과 임업의 합(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산업은 산출량을 화폐가치로 환산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교역의 가치를 따져 중요도를 매긴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농업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불과하며 교역량도 미미하다. 하지만 농업과 임업은 식량안보를 비롯해, 자연경관 보전, 공기와 물의 정화, 물의 저장 등 환경보전을 통한 쾌적한 삶터를 가꾸는 무한한 공공재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능은 결코 다른 산업이 대신할 수 없다. 그저 물처럼 공기처럼 너무도 당연히 여겨 평소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아갈 뿐이다.
-〈오래된 미래 농업〉 중에서
농협의 사업은 물론이고 농협이 전개하는 모든 사회공헌활동까지도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농협이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하여 경영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농업·농촌이 지속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협의 모든 사회 공헌활동은 궁극적으로 농촌 사랑을 깊고 넓게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 사랑, 사회공헌의 큰 줄기〉 중에서
낭개탄티를 지나 고라빠니(고라는 말, 빠니는 물을 뜻함)에 올라서자 나의 산 친구 최태식이가 1982년에 우리나라 초등을 했던 다울라기리 주봉과 2, 3, 4봉과 그 너머 무스탕왕국, 투쿠체, 닐기리, 못생기고 덩치 큰 안나푸르나 주봉과 남봉, 히운출리의 설산 파노라마가 눈앞에 펼쳐진다. 티베트 크롤 돌 목걸이 두 개를 사서 트레킹이 무사해달라고 목에 건다. 고라빠니는 한눈에 봐도 요충지이자 교역지라는 인상이 짙다. 〈투쿠체 롯지〉에 짐을 풀고 구름 위에 두둥실 떠다니는 설산의 향연을 보며 마시는 차 한 잔은 어디에다 비길꼬. 사진을 찍고 내일 새벽 푼힐의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밤하늘에 부서지는 별들 때문에 잠 못 들고 롯지의 창가로 바로 다가선 달빛에 젖은 봉우리에 숨이 멎는다.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중에서
고갯마루에 걸터앉아 지나온 길을 의심하며 발아래 한점 미아지 산장을 내려다본다. 이상고온으로 알프스의 빙하도 점점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그재그 길을 힘겹게 오르는 트레커들 힘들어도 표정만은 밝다.
만국어로 인사를 서로 나눈다. 젖소들이 큰 빙울을 달고 한가로이 풀을 뜯는 트룩 산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머리도 짧고 근육질인 이탈리아 출신 현지 여성 산악가이드인 키아라, 말도 많고 싱글벙글 지칠 줄을 모른다. 꼬불꼬불 내리막을 한참 걸어 레옹떼민 몽슈아라는 산악마을에 이른다. 오늘 숙소인 난트보란트까지는 4km가 더 남았다. 해는 저녁 8시가 넘어도 환하다.
-〈유럽 알프스 몽블랑 트레킹(TMB)〉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겨울 히말라야! 신과 함께 살아가는 땅 네팔!
강진콤파는 소박한 평화가 흐르는 곳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천상의 화원을 찾아가는 산길 랑탕계곡의 끝자락에 있는 얄라피크(5,520m) 등반을 위해 기량이 출중하고 경험이 많은 후배와 베이스캠프(BC)까지 필요한 짐을 나를 포터 3명과 길을 재촉합니다.
세수를 해도 숨이 차고 선글라스를 껴도 눈이 부십니다. 대자연의 땅 인간의 길을 걷습니다. 간젤라패스와 야크가 죽은 곳이라는 뜻의 랑시사카르카 대계곡 그리고 틸만패스를 계곡 아래에 두고 체르고리(4,980m) 산허리를 13바퀴 오른쪽으로 빙글빙글 돕니다.
1시간쯤 걷노라면 체르고리와 얄라피크 갈림길이 나옵니다. 야크는 평화롭게 풀을 뜯고 우린 칸첸포를 바라보며 동으로 동으로 힘겹게 고도를 높입니다. 햇살은 따스하고 설산릿지들은 우리와 함께 길을 걷습니다.
-〈신의 땅! 인간의 길! 히말라야 랑탕 그리고 얄라피크〉 중에서
술은 근심의 어머니고 담배는 생각의 스승이라 했던가!
담배를 한 대 빼 물고는 맘을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떠올려본다.
옛날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방증일까!
회한도 담배연기를 따라 차창을 흐른다.
머리털 나고 그렇게 앓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감기 몸살로 4월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리도 그리워할 바에야 차라리 갔을 것을. 이제야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같은 냇물에 두 번 다시 손을 씻을 수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뇐다.
-〈우농원 그리고 그리운 이여 안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