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무심하게 떠다니는 구름 사이로
누군가의 얼굴이 보일 때가 있었어요.
내 눈길이 닿는 곳마다 그 얼굴이 보여서 오래 아팠던 마음이,
이제 이야기로 남은 시절이 있어요.
어떤 토끼의 마음을 들어주실래요?
-고정순-
어떤 토끼가 있어, 사랑에 푹 빠진
-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를 사랑할 때, 무언가에 깊이 빠질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 본다. 좋아하는 상대가 나타나면 어느새 긴장하고, 온 신경이 상대에게 향한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보다 상대를 생각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간다. 평소에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그를 통해 알게 되고, 사소한 것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온통 내 세상을 상대로 채우는 날들이 늘어갈수록 행복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마음이 커질수록 나는 더욱 초라한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채우기 위해 괜한 노력으로 본래의 자신을 잃어가기도 한다.
『어떤 토끼』는 한 번쯤 사랑에 빠져보았을, 또는 사랑에 아파 보았거나, 사랑에 푹 빠진 순수한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온 우주를 돌아도 지금 눈앞에 있는 멋진 토끼보다 더 멋진 토끼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어떤 토끼의 마음은, 사랑을 담기 위해, 상대를 닮기 위해 애썼던 이의 마음이다. 좋아한다는 고백 뒤로 찾아오는 고요한 시간, 이전과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는 삶 속에서 어떤 토끼는 이제 괜찮아졌을까? 지나간 사랑이 떠오르는 그림책.
얼마나 사랑하면 세상은 온통 너였을까
- 그림책을 사랑한 작가가 어떤 토끼를 빌어 전하는 이야기
『어떤 토끼』는 작가와 닮았다. 그림책을 좋아해 그림책 작가가 되었고,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전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 ‘어떤 토끼’ 같다. 중요한 이야기들을 무심한 듯, 그러나 가볍지 않게 다루기도 하고, 슬픔과 그리움을 이야기마다 다른 표현 방식으로 눌러 담는 작가의 작업에서 그림책에 대한 사랑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처럼, 눈길이 닿는 곳마다 그의 얼굴이 보여서 오래 아팠던 마음이 이야기로 남은 그림책이다. 한편으로 이 그림책은 늘 입버릇처럼 짝사랑하듯 이야기하는 작가의 그림책에 대한 사랑도 담긴 듯하다. 어떤 토끼의 이야기를 빌려 사랑하는 그림책과, 그림책 속 대상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 얼마나 사랑하면 세상이 온통 너일까 싶은 그 마음, 그림책과 독자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어떤 토끼’로 남았다.
줄거리
어떤 토끼가 있어요. 우주 어딘가에 있는 행성에 살고 있죠.
낡은 우주선들이 보내는 작고 약한 신호를 들을 수 있는 어떤 토끼는
사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토끼랍니다.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죠.
한 토끼가 어떤 토끼를 찾아왔어요. 어떤 토끼는 할머니가 남겼다는 낡은 라디오를 고쳐 주었죠.
그 뒤로 둘은 자주, 우연히 마주쳤어요.
멋진 토끼는 어떤 토끼의 고요한 세상을 바꿔 놓아요. 온통 멋진 토끼뿐이었죠.
“널 좋아해.”
그 한마디에 어떤 토끼의 세상은 다시 고요해집니다.
-우주 어딘가 행성에 살고 있는 어떤 토끼의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