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도 한 명이 투수와 타자를 모두 잘한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했지만, 현실 세계의 오타니는 만화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타니는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야구 선수를 넘어, 과거 대한민국 위인전에까지 등장했던 전설적인 선수 베이브 루스와 비교되는 반열로 올라섰다. 이런 성과는 오타니의 천부적인 재능에다, 끊임없는 노력이 어우러져 가능했다.
오타니가 대단한 것은 ‘노력하는 천재’라는 점이다. 오타니는 야구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생각될 정도로, 오직 야구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야구장과 숙소만을 오가기 때문에 뉴욕 거리를 걸어본 적도 없고, 술 담배는 전혀 하지 않으며, 동료들의 식사 제안까지 대부분 거절하고 야구에만 집중한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하루 10시간의 수면을 지키는데, 편안한 수면을 위해 항상 베개와 매트리스를 갖고 다닐 정도이다. 프로 스포츠 역대 최고 금액인 7억 달러에 계약을 맺은 이후에도, 다른 선수보다 한 달 이상 빠른 2024년 1월부터 계속 LA 다저스 야구장에 나와 훈련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8~9 쪽
고학년이 되면서 오타니는 지역 리틀 야구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오타니의 후배들이 지금도 뛰고 있는 미즈사와 리틀 야구장은 하천 근처에 있다. 오타니가 친 공은 대부분 홈런으로 이어졌는데, 홈런을 너무 많이 쳐도 문제가 발생했다. 홈런 타구가 하천으로 흘러가면서, 야구공을 잃어버리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 리틀 야구단으로선 공 한 개 한 개가 소중하다. 더 이상 공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하천 근처에 네트를 설치했다. 담장 오른쪽에 네트를 쳐 공 분실을 막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네트를 설치해도 오타니의 공이 하천으로 날아가는 걸 완벽하게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오타니의 타구가 네트를 넘기면서 하천으로 빠지게 되자, 아사리 감독은 연습할 때는 당겨치는 것을 금지했다. 이렇게 시작한 ‘당겨치기 금지’는 오타니를 홈런왕 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홈런왕이 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9쪽
오타니는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중학교 1학년 리틀 야구 도호쿠 지역 대회에서 만난 오사카 덕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저는 작은 지역에서 야구했기에 주위에서 오타니, 오타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건 이와테현이라는 작은 지역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현 대회만이 아닌 도호쿠 지역 대회에 나갔을 때 만난 오사카 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국 대회에서도 뛰어난 선수가 많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라이벌을 뛰어넘은 오타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일본 고교야구 최고 선수로 불리던 후지나미 신타로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58쪽
“꿈은 정말 꿈인가?”라는 말은, 꿈은 이루기 위해 꾸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말을 의미한다고 한다. 구리야마 감독은 ‘사고초려’ 끝에 만나게 된 원석 오타니 쇼헤이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만든다는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오타니가 작성한 만다라 차트에는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8가지 방법이 적혀 있는데, 제구와 구위, 스피드, 변화구 등 모두 투수 분야에 관한 이야기만 나온다.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한 내용은 전혀 없다. 오타니 자신은 프로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업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이 바로 구리야마 감독이다. 이도류 육성 방침을 밝히자, 오타니 본인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깜짝 놀랐다. 이도류에 회의적이었던 오타니는 니혼햄 입단 기자 회견을 할 때 ‘투수와 타자, 양쪽 모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이도류 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나타냈다. 오타니가 이도류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109쪽
“뉴욕의 야구장 이외의 장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내고 있습니까?”
뉴욕 지역 언론은 오타니가 타임스퀘어를 걷거나,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는 평범한 모습을 기대했을 수도 있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싶다거나, 아니면 ‘바른 생활 사나이’답게 박물관이나 도서관이라도 간다는 지극히 평범한 대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한번도 나간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오타니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154쪽
2023년 3월, WBC 일본과 이탈리아의 8강전이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허구연 KBO 총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한 기자, 지금 TV 보고 있어요?”
“네 총재님, 일본 야구 잘하네요.”
“오타니 번트 대는 거 봤죠?”
“네 상대 허를 찌르는 정말 대단한 번트였고, 번트 하나로 흐름이 완전히 바뀐 것 같습니다.”
“이건 정말 야구 센스인데, 호주전 때를 생각해 보세요. 마지막에 우리에게 기회가 있었을 때, 호주 3루수는 완전히 뒤에 있었어요. 그때 들었던 생각이 뭐냐면, ‘아, 이때 3루쪽으로 번트 대면 무조건 살 수 있는데, 그리고 상대는 스스로 무너질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하지 않았고, 결국 우리가 호주에 지면서 WBC 전체가 어긋나게 된 것 같아요. 당시 그렇게 아쉬웠던 번트 장면을 오타니에게 보게 될 줄이야. 너무 아쉬워서 한 기자에게 전화 건 거에요.”
193~194쪽
“제가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동경하는 걸 그만둡시다. 1루에 골드슈미트가 있는 것이나 중견수를 보면 마이크 트라우트가 있는 데다 외야에는 무키 베츠가 있는 것처럼, 야구인이라면 누구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선수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늘 하루 역시 동경하게 된다면 그들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우리들은 오늘 이기기 위해서, 1위를 하기 위해서 왔기에 오늘 하루만은 그들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을 생각합시다. 자, 가자!!”
210~211쪽
“저는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믿고 있습니다. 일단 결정을 내린 이후에는 결정으로 인해 특정한 길로 나아가며 특정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직 하나의 길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습니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내린 모든 결정에 만족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든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결정을 돌아보고 옳은 결정이었다고 믿으면서, 실제로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