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승환이는 동시에 물었다.
“정말 우리 집에서 키울 거야?”
아빠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가 늠름한 어른 고양이로 키워 봐. 그만큼 너희 마음도 쑥쑥 자라게 될 거야.”
“야, 신난다!”
나와 승환이는 두 팔을 번쩍 쳐든 채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내가 아빠에게서 아기 고양이를 받아들고 들여다보니 너무 깜찍했다. 아기 고양이의 머리와 등과 엉덩이는 까맣고 가슴과 배와 다리는 하얗다. 어제오늘에나 떴음직한 두 눈은 노란색이었다. 그런 모습만으로도 귀여운데 입가에는 앙증맞게 수염까지 나 있었다.
(11쪽)
“엄마가 알레르기 체질이래. 처음 티나를 가져온 날부터 재채기를 하고 팔이 벌겋게 부풀기도 하더라고.”
“그럼 빨리 티나에게서 떨어지시게 해야 돼.”
“처음엔 몰랐어. 엄마도 괜찮다고 하고.”
정아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앞으로는 어떡할 거니?”
“아빠는 티나가 원래 있던 곳으로 가져다 놓았으면 해. 그럼 어미가 돌아와 보살필 거라나. 난 그 말을 안 믿어. 한 번 새끼를 버리고 갔는데 쉽게 돌아오겠어? 더구나 승환이는 절대 안 된대.”
정아는 곰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 입양 보내는 방법도 있어. 좋은 주인을 만나면 티나도 행복할 거야.”
“그건 안 돼. 절대 안 돼.”
(49~50쪽)
그때 내 방에서 야옹, 야옹 하고 티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고픈가 봐.”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갔다. 젖병을 꺼내 분유를 넣는데 문득 가슴 한구석이 아려 왔다. 나는 커피포트의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티나에게 속삭였다.
‘티나야, 정아네 집에 가서도 씩씩하게 살아야 돼. 할머니와 부모님 모두 좋은 분들이어서 다행이야. 자주 보러 갈 테니까 섭섭해도 참아.’
그렇게 속삭이고 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래서 물이 끓고 나서도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101~103쪽)
정아가 일어서려는 순간, 승환이가 정아의 어깨를 확 밀쳤다. 정아는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화가 치밀어 승환이의 팔을 낚아챘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정아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승환이는 지지 않고 소리쳤다.
“누가 잘못했다고 했어! 우리 티나 데려갈 거냐고 물었지!”
나는 승환이를 진정시키려고 목소리를 낮췄다.
“정아가 어렵다는 걸 내가 부탁했어. 그럼 됐어?”
정아는 승환이가 내게 해코지라도 할 줄 알았는지 얼른 두 손을 내저었다.
“아, 아냐. 민지한테 뭐라고 하지 마. 나도 좋다고 했어.”
승환이는 씩씩거리며 나와 정아를 쏘아보고 있더니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승환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잠시 울고 있다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정아가 얼른 일어나 승환이의 양 볼에 손을 가져갔다.
“승환아, 미안해. 네가 싫다면 안 데려갈게.”
승환이는 다시 어깨를 들썩이고 있더니 목멘 소리로 말했다.
“아냐. 누나네 집에 보낼게. 잘 보살펴 줘.”
(115~116쪽)
:: 작가의 말 ::
어느 날, 한 가족에게 운명처럼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아기 고양이는 가족의 일원이 되어 아낌없는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됩니다. 아기 고양이에게 온갖 정성과 사랑을 쏟아부은 가족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이죠.
만약 여러분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떡하겠어요? 슬픔에 잠긴 채 그저 체념하고 있을 건가요? 아니면, 자신 앞에 닥친 상황을 부정하고 저항할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보내야 할 대상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건가요? 이 동화 속의 주인공도 어려운 선택 앞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고민하죠. 그 과정 속에서 아기 고양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뭔가를 깨닫게 됩니다.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