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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개인주의자


  • ISBN-13
    979-11-92964-86-7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파람북 / 파람북
  • 정가
    16,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4-1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정수복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윤리적 이슈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 윤리적 이슈 #개인주의 #민주주의 #책임 #열린 사회 #공동체주의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8 mm, 216 Page

책소개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자아실현에 도달하는 책임 있는 개인의 탄생을 위한 풍부한 사유!

사회학자/작가 정수복의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그 이후의 이야기

 

2007년 출간되어 그해 제1회 한국출판문화대상을 받은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에서 저자는 압축 성장을 경험한 한국 사회의 정신적 문제를 ‘문화적 문법’으로 설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사회의 불완전한 근대화의 근원적 원인을 한국인의 사회문화적 관행을 통해 심도 있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 후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저자가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출간 14년 만에 펴낸 이 책 『이타적 개인주의자』는 그 책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의 ‘실천’ 편에 해당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개인주의를 한국 사회의 부정적 관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 사상으로 제시하는데,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안에는 이미 이 책을 위한 다음과 같은 단초가 들어 있었다.

 

“나는 한국인의 오래된 문화적 문법을 해체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뇌관이 개인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 개인이 존중되지 않는 한 한국 사회에서 집단의 논리 앞에 개인을 줄 세우는 오래된 문법은 계속될 것이다.” [정수복,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나무, 2007), 8쪽]

 

저자는 먼저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체한다. 진정한 의미의 개인주의는 자기중심주의가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며, 차별과 배제를 거부하고 상호존중으로 나아간다. 획일주의를 넘어 자신의 개성을 가꾸며, 자기 내면에 영혼이 숨 쉬는 공간을 마련한다. 개인주의자는 공동체와 대립하지 않으며, 타자와 더불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자 한다. 선동과 광고에 흔들리지 않는 사유와 판단의 주체인 개인주의자들이 없는, 제도만의 민주주의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억압의 시대’는 이미 물 건너간 듯이 보인다. 그러나 우리를 옭아매는 보이지 않는 구속의 ‘줄’이 여전히 곳곳에서 우리 각자가 자기답게 사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보이지 않는 줄을 끊어버리고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자는 하나의 우정어린 제안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 모두 함께 협력해 그런 삶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하나의 힘찬 선언이기도 하다. 각자가 책임 있는 개인으로서 자아를 실현하는 개인주의가 굳건하게 설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것이다. 

 

목차

머리말: 독자에게 보내는 ‘유리병 편지’_004 

프롤로그: 나는 나답게 살고 싶었다_012

 

1부_ 개인주의란 무엇인가?

개인주의 사상의 기원_019

개인주의 사상의 세 갈래_028

사고와 판단의 주체로서 개인_036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어떻게 다른가_041 

나다운 삶의 추구로서 개인주의_048 

개성 존중으로서 개인주의_051

자아실현으로서 개인주의_062 

주체 형성으로서 개인주의_068 

민주주의의 기초로서 개인주의_074 

일상의 예절로서 개인주의_081 

탐미적 쾌락주의로서 개인주의_087

 

2부_ 개인주의는 어떤 조건에서 등장하는가?

‘압축 근대’와 전통의 지속_095 

민주화에서 ‘압축 개인화’로_098 

개인화에서 개인주의로_103 

개인주의자가 사는 법_109 

개인주의의 아방가르드_112 

개인주의 등장의 정치적 조건_123 

개인주의의 물질적 기반_126 

민주주의와 복지사회의 결합_130 

개인주의를 위한 조직문화_133 

개인주의를 위한 자기만의 방_138

 

3부_ 개인주의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존엄한 개인의 탄생_145

개인주의와 실존적 선택_150

사회화와 주체화_154

연령주의와 집단주의를 넘어서_159 

나만의 나다운 삶을 살려는 꿈_165 

보이지 않는 ‘줄’의 조종에서 벗어나기_170 

주어 ‘나 I’와 목적어 ‘나 Me’의 분리_172 

나만의 삶을 찾는 모험_179

개인주의와 고독_187 

개인주의와 교양_192 

개인주의와 영성_196

 

에필로그: 개인주의라는 뇌관 때리기_203

본문인용

서구 개인주의의 역사를 쓴 러시아 역사학자 구레비치(Aron Gurevich)는 러시아의 역사에서 정치와 경제만이 아니라 감정과 문화의 측면에서도 전체주의가 개인의 주도권과 개인의 창의성을 억눌렀음을 비판했다. 러시아 사회를 재앙에서 구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지적 분위기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고민 끝에 러시아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개인주의라는 문제를 핵심적 쟁점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_ 26쪽

 

사회주의는 본래 개인주의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다. 마르크스는 아침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토론하는 자유로운 일상을 꿈꾸었다. 사회주의는 존엄한 개인이 생산관계에 의해 소외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개인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면 계급관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혁명의 지도자 레온 트로츠키가 말했듯이 “사회주의는 진정한 의미의 개인주의를 거친 사회에서만 건설할 수 있다.” _ 32쪽

 

개인주의자는 전통과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대세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무심코 따르는 관습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류의 지배적 의견을 따르지 않고 비판적 소수 의견을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타당한 의견을 주장하면 그것을 경청하고 수용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개인주의자는 무엇보다도 독자적으로 사유하는 생각의 주체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개인주의자는 없다. _ 37쪽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주의를 이기주의(egoism) 같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자유로운 개인주의자(individualist)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는 우선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가 다르다.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는 자기 밖의 이익이 될 만한 것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관계를 중시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 이익(self-interst)’을 우선적으로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진정한 자아(authentic self)’를 추구한다. 이기주의자는 세상의 쾌락과 재화를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안에 들어 있는 자기다움을 실현하려고 한다. _ 41쪽

 

개인주의자는 철저하게 자기 본위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살 때 힘들지만 행복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자기와 다른 기준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가만히 보지 못하 

는 획일주의에 물든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들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사람들의 ‘튀는’ 부분을 죽여서 자기와 비슷한 존재로 만들어놓아야 직성이 풀리고 안심이 된다. 한국 사회는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라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버티기가 힘든 사회다. _ 60쪽

 

개인주의 없는 민주주의는 취약하다. 유럽의 파시즘만이 아니라 일본의 천황제 파시즘도 취약한 개인주의에서 비롯되었다. 1919년 다이쇼 민주주의를 구가하던 일본을 방문한 존 듀이는 개인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제도화되지 못할 경우, 일본은 관료들과 군인들이 지배하는 군국주의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예견했다. 1945년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한 일본 사회개 

혁의 일차적 과제는 군국주의 체제를 민주적 체제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미군정하에서 일본 사회는 제도적으로는 민주화되었다. 그러나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집단주의 에토스가 일본 사회의 민주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_ 76쪽

 

미학적 쾌락주의자는 오도된 욕망, 물신화된 상품 소유 욕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각과 세련된 안목으로 자기만의 쾌락을 추구한다. 다른 사람들이 다 걸어가는 닳아빠진 뻔한 길이 아니라 자기만의 한적한 오솔길을 찾는다. 개인주의자의 쾌락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없던 것을 발명하면서 극대화된다. 감각적 유흥이나 불필요한 과소비, 세속적 과시나 가벼운 놀이에서 즉각적으로 얻는 즐거움도 좋지만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기를 발견하고, 내면의 비밀정원을 가꾸고, 자연의 신비로운 변화를 관찰하면서 그윽한 즐거움을 누린다. 미학적 쾌락주의자는 매일매일의 삶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인식의 지평이 확대되고 내면적 삶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며 마음의 충만함을 누린다. 그것은 갑자기 급하게 다가오는 쾌락이 아니라 서서히 차오르는 즐거움이다. _ 91쪽

 

이제야말로 개인주의를 동반하는 개인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각자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으로 살아가면서 상호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개인들 사이에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모든 인간관계를 집단주의에 근거한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개인주의에 기초한 수평적 인간관계로 바꾸어야 한다. _ 106쪽

 

개인주의자는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 마음의 자정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소비사회의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가져온 폐해는 상업적 웰빙이나 피상적 힐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각자 자기 스스로 자기의 내면생활을 풍요롭게 일구지 않는 한, 언제나 경쟁에 시달리고 물질에 목마르고 남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으로 불타기 쉽다. 개인주의자는 자기 내면에 그 무엇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공간을 만든다. 내면에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한 개인주의자는 물질주의적 가치, 황금만능주의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 자기만의 평온한 삶을 산다. _ 111쪽

 

개인주의가 자유롭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본 교육을 마치고 성인이 되면,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벌어 쓸 수 있도록 개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경제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최소한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 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생존에 매달려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에서는 자신의 고유한 삶을 발견하고 발명할 겨를이 없다. 민주주의와 복지사회가 결합되어야 개인주의가 꽃필 수 있다. _ 132쪽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는 여성이 작가가 되려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일정한 재산과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몰두할 수 있을 때, 인습을 타파하고 인습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 수 있다. 작가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당연의 세계’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려면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자기만의 방’은 외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사생활의 공간이다. 자기만의 공간은 독립성과 자율성이 숨 쉬고 자라는 공간이다. _ 139쪽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거나, 낙엽 지는 가을날 숲속을 거닐면서, 바다 위의 수평선이나 넓은 들판의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겸손하게 나의 삶이 갖는 의미를 묻게 된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를 말해준다. 인간은 종교를 통해 자신의 삶에 주어진 의미를 깨닫는다. 각자 자신의 수련과 기도, 수행과 고행을 통해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한다. 세속을 벗어나 피안에 있는 초월적 존재와 교류함으로써 모든 개인은 인격의 존엄성을 확인한다. _ 148쪽

 

많은 사람이 생물학적 욕구, 습관과 관습, 광고가 만든 트렌드에 따라 살면서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산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나의 욕망은 조작된 욕망일 수 있다.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뜻대로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함정과 덫에 걸려 있을 수도 있다. 인형극 공연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살아가면서 자기의 의도대로 산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인형을 움직이는 줄은 눈에 보이지만,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과 의식을 조작하는 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줄의 존재를 인식하고 외부의 힘에 의해 조종된 삶을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렵다. 개인주의자는 그 줄의 존재와 모습을 투명하게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존재다. _ 170~171쪽

 

많은 사람이 고독을 피해야 할 부정적 상황으로 생각하지만,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사람에게 고독은 창조를 위한 숙성의 시간이다. 무서운 건 고독이 아니라 구속이다. 구속은 자유로운 창조를 가로막지만, 고독은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고독은 소외와 다르다. 소외는 타인으로 격리되는 수동적 상태이지만,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능동적 상황이다. _ 189쪽

서평

인류 최초의 존재이자 최후의 존재인 나!

나를 발견하고 나를 발명하며

나만의 삶을 완성하는 개인주의 선언!

 

개인주의를 주장하는 이 책은 사회학자이자 작가로 살아온 저자가 과거 세대의 정신적 유산을 청산하고 자신의 길을 찾으면서 성찰한 바를 미래 세대를 위해 요약해 풀어쓴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 삶과 정신적 고투의 여정이 스며 있는 이 책을 젊은 세대에게 보내는 ‘유리병 편지’라고 밝힌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부터 관습적이고 상투적인 삶을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삶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실현하는 삶을 꿈꾸었다. 각자 자기다운 삶을 살면서도 상대방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며 함께 사는 사회를 갈망했다. 세월이 흐른 뒤 저자는 자신이 궁극적으로는 지배와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 ‘개인주의자’였음을 자각한다. 오랫동안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이젠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삶의 길이 활짝 열린 듯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를 옭아매는 보이지 않는 구속의 ‘줄’이 도처에서 각자가 자기답게 사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보이지 않는 줄을 끊어버리고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자는 제안이며, 모두 함께 협력해 그런 삶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제의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기하는 ‘개인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자아실현을 향해 가는 정신적 태도이고 삶의 방식이다. 문제는 개인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가 여전히 많은 사람의 뇌리에 기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근현대사의 전개 속에서 형성된 집단주의와 국가주의, 민족주의와 가족주의 등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강요된 편견 때문이다. 오랜 세월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여겨졌고,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이익만 챙기는 자기중심주의로 오해받아 왔다. 이런 편견과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저자는 서구 정신사에서 태동한 개인주의의 지성사를 차근차근 짚어가는 것으로 책의 1부를 시작한다. 개인주의는 인권, 민주주의 그리고 시장경제의 정착과 깊게 관련된 사유체계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서구에서 유래한 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를 내세우면서도 개인주의를 배격해 왔다. 그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흔히 일상생활에서 한국인들은 개인주의를 공동체주의와 대척점에 두면서, ‘나’보다는 ‘우리’를 앞세우고 ‘홀로 있음’보다는 ‘함께 어우러짐’을 중시한다. 그러나 개인주의는 공동체주의와 적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공동체주의라는 이름으로 가장된 집단이기주의를 냉철하게 비판한다. 우뚝 선 개인이라야 타인과 제대로 연대할 수 있고, 공동체를 위해서도 자발적으로 헌신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라는 장막 속으로 숨어들지 않는 자율적 사고의 열린 주체로서의 개인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평으로서의 개인주의

 

개인성을 배제한 채 개인을 집단에 복속시킨 히틀러의 나치즘과 일본 천황제 파시즘, 소비에트 스탈린 전체주의, 북한 왕조 체제 등이 가져온 인류의 비극을 돌아봐야 한다. 근대 사회는 개인을 집단에서 해방시켰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을 고립시켜 불안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었다. 탈근대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에도 고립된 개인은 새로운 의존과 복종의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이런 의존 심리는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집단주의와 포퓰리즘이 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좌파 독재든 우파 독재든 개인을 억압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진보든 보수든 민주주의라면 개인 존중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 사회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성취했지만, ‘개인주의 없는 민주주의’는 위태로운 사상누각이다. 건강한 개인주의자들이 자유롭게 살아 숨 쉬고 활발하게 움직일 때라야 산산이 갈라지는 대한민국을 건강한 삶의 공동체로 만들 수 있다. 이 책은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고귀하게 만드는 데 필수적인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소비사회 속에서 타인과 비교하는 삶을 넘어 

온전한 자신으로 독창적으로 살아가기

 

이 책은 무엇보다 ‘타인과 비교’를 넘어 자기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을 강력하게 지지해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기 존재 그 자체보다 자기를 둘러싼 배경이나 소유하는 물건으로 스스로를 표상하며 살아간다. 타자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고 타자와 자신을 비교한다. ‘타인과 비교’는 많은 경우 우리를 불행으로 이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보다 타인이 갖고 있는 것에 눈을 돌리고, 끊임없이 허기와 갈증을 느끼다가 소중한 자기 자신을 놓쳐버린다. 

 

어쩌면 개인주의는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를 초래한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를 굳건하게 지켜가며 자연과 문화·예술·교양의 세계에서 충만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일 수 있다. 많은 이가 갈망하는 ‘명품’에 현혹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명품으로 만드는 사람이 개인주의자이다. 

 

저자는 말한다. “개인주의자는 진정한 자기를 깨달은 사람이다. 그는 남과 비교해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갖지 않아, 힘이 없으면서 있는 체하지 않고, 힘이 있다고 남을 짓누르지 않으며, 힘이 없다고 비굴하게 굴지 않는다. 척하는 삶을 거부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긍정하고 존중하며 남도 똑같이 존중한다.” 

 

이 책은 ‘개인주의’라는 사상적 지표로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약한 고리’를 비추어준다. 미시적으로는 각자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으로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가꾸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며, 거시적으로는 압축 근대화를 겪으면서 정신적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의 중대한 결락 부분을 보완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정수복
정수복은 우리가 살아가는 바깥세상을 연구하는 사회학자이자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가로 살고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마친 뒤에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cole des Hautes E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KBS 텔레비전과 CBS 라디오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7년 출간한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으로 한국출판문화대상을 수상했고, 2015년 출간한 『응답하는 사회학』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2022년 네 권으로 펴낸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는 한국인문사회과학회 학술상, 한국 사회학회 학술상, 최재석 학술상, 한국출판문화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사회학 저서로 『의미세계와 사회운동』, 『녹색대안을 찾는 생태학적 상상력』, 『시민의식과 시민참여』 『시민사회운동의 미래는 있는가』(공저)등이 있다. 작가로 쓴 『파리를 생각한다』는 2009년 KBS TV의 그해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뽑혔으며 『책에 대해 던지는 7가지 질문』, 『책인시공: 책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파리의 장소들』, 『파리 일기』 등의 책을 통해 자유롭고 독창적인 글쓰기를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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