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빠, 쟤 뭐야?”
“뭐긴 뭐야. 돼지지.”
“살아 있어? 말을 해? 대박!”
만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 그러거나 말거나, 만세는 만아에게 눈길조차 건네지 않았어. 좀 전까지만 해도 돼지 저금통이 꿈쩍도 안 해서 가슴이 쿵 내려앉았거든. 주머니에 넣고 오는 동안 숨이 막혔나, 배가 고프다더니 기절을 했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니까.
“야! 너 진짜…… 죽은 줄 알았잖아!”
“죽긴 왜 죽냐?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죽은 척한 거지. 그런데 가만히 듣자 하니까, 너보다는 네 동생이 밥을 더 잘 줄 것 같더라. 아, 몰라 몰라. 누구라도 좋으니까 착한 일 많이 해서 나 밥 좀 줘.”
“누가 돼지 아니랄까 봐. 아! 나 돈 있어!”
만세는 돼지 저금통을 사고 남은 돈 오백 원이 생각났어. 그거라면 적어도 저녁때까진 밥 달라는 소리를 안 하지 않겠어? 용돈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 몹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눈 딱 감고 오백 원짜리 동전을 돼지 등 위에 난 구멍에 넣었지.
그런데 아무리 동전을 넣으려고 해도 들어가지 않는 거야. 넣으면 튀어나오고, 다시 넣으면 또 튀어나오고.
그 모습을 본 만아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자기 방으로 뛰어가서 오백 원을 가져왔어.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시라!”
“촵촵촵촵촵.”
만아가 오백 원짜리 동전을 구멍에 넣자 돼지 저금통에서 밥 먹는 소리가 났어. 만세와 만아는 신기한 눈으로 돼지 저금통을 바라보았지.
“아, 이제 살겠다. 아까는 하늘이 노래지더라니까.”
“왜 내 돈은 안 들어가고 얘 돈은 들어가?”
“난 알지롱. 이건 아빠 안마해 드리고 받은 돈이거든.”
“오, 역시! 새 주인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리옵니다. 저는 하늘을 나는 돼지입니…….”
“야! 너를 사 온 건 나라고, 나!”
만세가 씩씩거렸어. 그 모습에 만아는 깔깔깔 웃었지.
“어차피 하루에 용돈 벌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잖아. 나랑 같이 키우자. 엄마한테는 비밀로 할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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