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종이들이 묶이면 넘겨지는 행위가 생기고, 이는 행위자와 그 묶음 간의 능동적 관계가 맺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종이를 넘기는 행위에 종이를 한 장씩 꿰고 엮는 행위가 더해지면 어떨까 상상했고, 종이가 주는 커다란 면과 선으로 된 줄의 만남을 기획했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시도했던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종이의 면과 줄의 선이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다 우리의 줄타기에 닿았습니다.
그림책의 처음과 끝을 뚫은 구멍 사이로 실을 넣은 덕분에 공간이 더해졌지만, 제작 상의 이유로 구멍의 위치가 동일하게 된 규정이 함께 따라왔습니다. 매 페이지마다 똑같은 자리에 위치한 구멍이 있음에도 장면마다의 묘미와 리듬감 차이를 둘 수 있을지, 또 청각이 주는 리듬을 어떤 시각언어로 표현해야 독자에게 닿을 수 있을지가 제일 고민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미지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기반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하지만 디테일을 살려 누구나 알지만 잘 아는 사람은 드문 우리의 줄타기를 익숙한 듯 낯선 조형성에 담아 보고자 했습니다. 우리 전통의 색인 오방색과 오간색을 기본으로 해 줄광대, 어릿광대, 삼현육각 또 그들이 내는 소리의 색상이 서로 겹쳐 이어지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줄광대 재주와 재담의 리듬, 어릿광대 재담의 리듬 그리고 삼현육각 연주의 리듬이 서로 만나 하나의 리듬으로 보여지길 바랍니다.
출판사 서평
전통적인 색과 현대적인 조형으로 줄타기를 담아내다
삼국시대부터 흥겨운 날이면 빠짐없이 등장했던 전통의 놀이 ‘줄타기’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그림책에 담았습니다. 줄타기 현장을 간결하게 축약한 조형에 전통적인 색채를 더하고, 여백의 미를 살려 줄광대와 어릿광대, 그리고 삼현육각을 매력적인 이미지로 만들어 냈습니다. 공연에 흥을 더하는 삼현육각의 연주는 악기마다 각각 다른 색의 선과 모양으로 표현해 공연 전체에 리듬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큐알코드로 녹음된 공연을 통해 해금, 대금, 피리, 아쟁, 장구, 북 등의 연주를 들어볼 수도 있거니와, 그 소리들이 어떤 색과 리듬으로 표현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책 읽기를 경험하게 할 것입니다.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주고받는 재담은 생동감 있는 타이포라피로 표현되어 줄을 넘나들며 흡입력 있게 독자들을 줄타기에 머물게 합니다.
줄타기 공연에 따라 얼쑤,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줄이 나와 책 읽는 재미가 쑥쑥
이 책은 물리적으로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진짜 실이 줄로 나와서 줄타기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과 큐알코드를 통해 줄타기 공연을 들으며 줄타기를 책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다른 책과 비교했을 때 특별합니다. 뿐만 아니라, 큐알코드에 수록된 김대균 명인과 함께하는 줄타기 공연은 해당 그림책을 대상으로 한 맞춤 공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공연을 들으며 재담과 글 텍스트를 맞추어 페이지를 넘기면, 책과 함께 줄타기를 알아가고 더불어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