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에 지배당한 섬에서 발생한 장기 적출 살인 사건
섬의 신앙을 장악한 정체불명의 사교 집단
그리고 이에 맞서는 민속학 탐정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본격 미스터리!
영미권의 고전 미스터리부터 현대의 특수 설정 미스터리까지, 본격 미스터리는 후더닛(Whodunit)과 하우더닛(Howdunit)을 중심으로 진화와 발전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도 다수의 작품이 트릭과 반전을 비롯한 ‘기술’에 치중한 나머지 서사가 빈약하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마라의 요람』은 기술적 접근은 중시하면서도, 기술 일변도의 작품에 도전장을 보내는 본격 미스터리이다. 공정성, 논리성, 의외성으로 규정되는 미스터리의 장르적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가운데 집단 대 집단, 신념 대 신념을 충돌시켜 서사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남북처럼 분단된 섬마을의 극단적인 갈등, 섬의 신앙을 지배한 사교 집단의 음모는 탐정의 활극을 보조하며 밥상을 더욱 풍성하게 꾸며 준다.
영감의 교류로 탄생한 한국형 추리소설
차별화와 현지화를 위한 도전
고태라 작가는 “에도가와 란포와 요코미조 세이시를 마음속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대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재조명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낸다. 작가는 한국의 고대 설화와 무속신앙, 숭유억불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다루면서 전우치 같은 실존 인물까지 활용해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 민간 신앙이 뿌리 깊은 섬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민속학 탐정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로 기능한다.
작품은 거침없는 전개로 미친 몰입감을 선사한다. 크고 작은 사건이 연쇄 폭발처럼 잇달아 터지고, 그 사건들이 물고 물리면서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특히 교묘하게 배치된 복선을 절묘하게 회수하는 작가의 솜씨는 일품이라고 할 만하다. 수려한 문장과 맛깔나는 대사는 덤.
정교하게 구성된 퍼즐, 흥미진진한 플롯, 온갖 인간 군상의 악의를 포괄한 『마라의 요람』은 미스터리 애호가에게 지적 쾌감과 더불어 사유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마라의 요람』은 한국 고유의 장식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는 갈등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 또 미스터리만의 장르적 재미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니고 있다. 차별화 및 현지화를 위한 고태라의 도전처럼 한국형 추리소설이 더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독자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