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대 기대고 그대 나 기대고
나 기댐이 그대 무겁지 않게
그대 기댐이 나 무겁지 않게
삶, 사랑, 기쁨과 슬픔, 외로움, 그리움, 이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정의하고자 하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단어다.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마냥 동그라미인 줄 알고 동그라미 그리는 연습만 하다 세모도, 네모도 그려볼걸 하고 후회하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따가운 햇볕을 이겨내야 그림자가 더 선명해지듯이, 깜깜한 한밤중을 견뎌내야 별이 더 아름답게 빛나듯이, 절반이 고통으로 이루어져 고통 속에 여물고 익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도종태 작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내리치듯, 2022년 6월 9일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사건으로 가까운 이들을 잃었다. 슬프고 허망한 시간을 지나온 작가는 삶이 떨어뜨리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다고, 그렇기에 사랑하는 임 맞이하듯 하루하루 소중하게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나 그대 기대고 그대 나 기대고』에는 그런 삶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삶과 이별, 사랑과 외로움 등 하루하루 맞이하는 상황과 감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1부 ‘삶이 쌓여서 세월이 되고’에는 꽃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듯이 자연스럽게 세월 따라 흘러가며 보고 느낀 것을 담았다. 2부 ‘삶이 마냥 동그라미인 줄 알고’에는 삶의 모양을 고민하며 일상 속 다양한 상황에서 깨달은 점을 풀어놓는다. 3부 ‘추억은 언제나 지나간 것을 기억하는 일이고’에서는 인연과 추억 등 지난날을 돌아보며 오늘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4부 ‘그대가 내가 되고 내가 그대가 되면’에서는 사랑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두드러진다.
책은 서로 기대 짐을 덜어주는 관계처럼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을 간결한 문장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삶의 모양은 어떨까. 행복이란, 사람의 마음이란, 사는 일이란 무엇일까. 그리움에 허기져 그리운 이가 곁에 있어도 그리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별을 연습하는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단순하지만 깊은 질문은 책을 덮고도 삶에 긴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