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참 바쁘게들 사는구나!”
그날도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쇠똥구리들과 개미들을 신기하게 내려다보며 베짱이가 중얼거렸다. 베짱이는 쇠똥구리처럼 동그란 똥 덩어리를 만드는 재주도 없고 개미들처럼 강한 턱으로 먹잇감을 옮기는 재주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그런 재주를 갖고 있더라도 두 친구처럼 일할 것 같지는 않았다. 베짱이에게 그런 일들은 별로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짱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20~21p
“다시 봄이 오면 일개미들은 새로이 태어난 베짱이들을 만나게 되겠지요. 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해 주세요.”
잠시 생각하던 베짱이는 준비한 말을 담담하게 여왕에게 전했다.
“넌 이미 훌륭하게 태어났으니 친구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가장 베짱이다운 모습으로 살고 또 베짱이다운 모습으로 연주를 계속해 달라고요. 그렇게만 전해 주시면 됩니다.”
-69~70p
검은색, 노란색, 회색 털을 가진 녀석들은 자세히 보니 한 녀석은 귀가 한쪽만 있었고, 다른 녀석은 눈이 한쪽만, 그리고 나머지 녀석은 코가 하나만 뚫려 있었다.
“너희들도 나랑 같은 팔자구먼! 뭐… 폐질묘라고 불러야 하나?”
반쪽이는 자기가 한 말이 제법 재밌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귀가 하나밖에 없는 고양이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폐질묘? 난 그거 별론데!”
-101p
“내 딸은… 악공이 되려 했네… 손가락이 적게 태어난 딸에게 손가락 힘이라도 키워보라고 가야금을 사주었는데 혼자서 음계를 모두 익혀 버리고 연주 실력도 갈수록 좋아졌지. 그런데 막상 딸이 악공이 된다고 하니 무서웠네. 폐질인 악공과 그 아버지라는 비웃음이……. 그래서… 그래서 법으로 막으려 했던 것이네….”
“그럼… 나 같은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폐질인이니 그냥 포기하고 살아야 합니까? 당신은 나쁩니다. 당신은…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1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