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충청도 촌놈 인천에서 나 홀로 대학 생활
청소년기 시절 지방에서 자라면서 서울 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었다. 가끔 부모님과 함께 놀러 간 서울의 모습은 지방과는 너무나 다른 곳이었다. 서울을 올 때마다 여기서 한 번쯤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기회는 오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어쩌면 서울에서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면 자연스럽게 가능한 일이 아닌가. 서울에 살고자 하는 꿈을 안고 대학교 진학을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다. 결국 수도권 대학에 입학이 가능한 수능 점수를 받게 되었다. 부모님께서는 지방에 있는 국립대에 입학했으면 하는 바램이셨다. 하지만 전적으로 나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고, 나는 인천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살에 쉽게 서울을 오갈 수 있는 인천에서 살게 되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생활이 아니었지만, 그동안 내가 그토록 원하는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서울의 생활은 내가 지금까지 겪은 지방의 생활과는 너무나도 다른점이 많았다. 나 홀로 적응하는게 처음에는 조금 벅차고 힘들기도 하였지만 나는 서서히 서울 생활에 스며들며 자연스럽게 적응을 해나갔다. 대학생활은 학비부터 생활비까지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별다른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나의 대학 생활은 순조로웠다. 주거지 또한 학교의 기숙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지방 출신이면 기숙사에 들어가기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씩 자리를 잡아 가는 듯 보였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서울 생활은 모든 것이 문제없이 잘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운 좋았던 대학 생활은 한 번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대학교 마지막 졸업을 앞둔 4학년 때의 일이었다. 비슷한 하루가 시작되는 평범한 어느 날 바로 기숙사 퇴실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달받았다. 기숙사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생이 점점 많아졌다. 학교에서는 신입생을 우선으로 배정하였고, 고학년은 가장 먼저 퇴실 우선 대상이 되었다. 기숙사 입실과 퇴실을 결정하는 기준은 바로 학교 성적이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해도, 현실은 성적순이었다. 4학년의 경우 취업을 위하여 좋은 성적 관리가 필수였던 일반적인 평범한 대학생들과는 달리 나는 ROTC 장교 후보생으로 대학 졸업 직후 장교로 임관하여 군 복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래서 좋은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가 나에겐 없었고, 성적관리를 제대로 안 한 결과 더 이상 기숙사를 사용할 수 없다는 통지문을 받은 것이다. 서울과 인천에는 의지할 만한 친인척이 아무도 없어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공지한 퇴거 날짜는 그렇게 하루하루 다가왔다. 하루아침에 당장 사는 공간인 주거지에 대해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그동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내가 살 집을 해결해야 하는 큰 문제를 직접 현실로 마주하게 되었다.
기숙사 퇴거 당일
기숙사 퇴거를 통지 받고 정확히 보름 뒤, 얼마 안되는 옷가지와 이사짐을 주섬주섬 챙겨 박스에 포장한 후 작은 손수레 하나에 싣고 나왔다. 이사 갈 집이 정해지지 않아서 이삿짐을 옮겨줄 용달차를 부를 수도 없었다. 아무런 대책이 없었고, 그제야 학교 부근의 부동산을 기웃거리며 이사갈 만한 집을 찾아보게 되었다. 부동산 사장님과 집을 보던 와중에 옷가지가 든 박스를 잃어버리는 일까지 생기고 말았다. 그때는 정말 집 보랴, 짐 챙기랴 정신이 없었고, 그 와중에 이런 일까지 생겨 버렸으니 참 많이 황망했다.
그동안 학교의 안락한 기숙사라는 울타리에서 집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았기에 이런 과정들은 나에게 너무나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서울과 인천의 수많은 집들 중, 내 몸 하나 쉴 수 있는 작은 집 하나 없다는 현실에 마주했다. 정말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그런 기분이었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고, 내가 기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그냥 지방에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내려가서 편하게 집 걱정 없이 살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다시 내려가면 더 이상 서울에서 생활하지 못할 거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고, 앞으로 지방에서 계속 살아야 된다 생각하니 그렇게 생활하는 것은 끔찍이 싫었다. 지금처럼 지방이 아닌 서울에서 생활하고 싶은 욕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대학생활 4년동안 경험한 서울은 그동안 거주했던 지방과는 모든 것이 달랐다. 서울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기에 더 많은 기회가 있고, 내가 원하고 이루고 싶은 꿈을 빨리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방에 내려간다면 그저 한가롭게 시간만 보내고, 무료한 생활의 연속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이나 상상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 분명했다.
이제 서울에서 계속 생활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현실적으로 서울에서 거주할 집을 마련할 만큼의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대학 생활을 하는 4년 동안 등록금과 생활비 걱정을 하지 않도록 지원해 주셨고, 편하게 대학 생활 하면서 졸업하게 해주신것, 그거면 충분했다. 그 이상은 기대도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다. 이제 이곳에서 나 혼자 스스로 주거지에 대한 문제를 감당해야 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본 수많은 집들 중에 내 몸 하나 누일 집이 없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나는 이곳에서 나의 힘으로 내 집 하나는 꼭 마련해야겠다고 울분에 찬 다짐을 하였다.
그때 만약에 처음부터 부모님이 계신 곳이 서울이었다면 혹은 서울에 집 하나쯤 마련 해 줄 수 있는 넉넉한 부모님 밑에서 계속 편하게 지원받고 도움을 받았다면, 내 집 없는 서러움과 울분을 느낄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이렇게 부동산 경매를 통해 다주택자로 살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발전 없이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았을까? 서울에 내 집에 대한 결핍과 빈곤이 내가 이렇게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고, 그 집념은 지금까지 여러 개의 부동산을 소유하며 투자 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동기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집을 싸게 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내 이름으로 된 집을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을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나는 어떻게 하면 집을 효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즉 부동산을 사기 위하여 돈은 최소로 투입하고 최대의 효과를 낼 수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에 대학 생활을 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사회에 나와 직장에 취업하여 월급을 받기 전부터 빨리 내 집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집을 비싸게 사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일반적이고 가장 많이 집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집을 사고자 하는 부동산에 가서 집을 보고 마음에 들면 계약하는 식이었다. 가끔 급매가로 일반적인 시세보다 조금은 싸게 살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사는 가격은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집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학교 근처 부동산에 가서 집을 싸게 사고 싶다고 무작정 부동산 사장님들에게도 물어보았다. 그 당시에 정말 작은 원룸도 수천만 원에 달하였고, 그런 목돈이 있을리 없는 학생 신분인 나에겐 그런 작은 집조차 살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상대도 안 해주고, 무시하는 부동산 사장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혼자 집을 싸게 살 방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였지만,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친구와 약속이 있어 서둘러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좀 남아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대형 서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간 서점에서 여러 가지 책들을 둘러보는 와중에 책 표지에 부동산을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이라고 크게 표기된 문구에 무언가 홀린 듯 그 책을 집어 들었고, 그 자리에서 읽어 내려갔다. 그때 부동산 경매 관련 책을 처음 보게 된 것이다. 아, 이거구나. 내가 그토록 찾던 방법이 고스란히 책에 적혀 있었다. 이 방법이라면 조금이라도 집을 싸게 살 수 있겠구나. 그게 바로 부동산 경매라는 거구나. 부동산 경매라면 확실히 내 집도 싸게 살 수 있으리라 확신이 들었고, 그때부터 부동산 경매 관련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각기 다른 책들이지만 사용하는 용어들과 전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비슷했기에 그런 내용들을 반복해서 읽으니 조금씩 용어와 단어들이 익숙해지며 책 내용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부동산 경매로 집을 싸게 살 수 있는지 저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읽고,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니 더욱 실감이 났다. 그렇게 시중에 나온 부동산 경매 관련 책들을 모조리 읽으면서 나는 확신에 찬 답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내 집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건 바로 부동산 경매라는 확신이었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점점 책의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부동산 경매 책들이 용어가 눈에 들어오고, 술술 읽혀 내려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책을 통해 점점 내공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