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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비밀

엉터리 가르침과 배움을 넘어 교육의 본질 찾기


  • ISBN-13
    979-11-87700-04-3 (0337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여문책 / 도서출판 여문책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3-2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스즈키 히로아키
  • 번역
    주동진
  • 메인주제어
    사회, 사회과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 사회과학 #교육학 #교육심리학 #발달심리학 #교육철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05 mm, 212 Page

책소개

교육현장에 널리 퍼진 잘못된 학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인지과학의 눈으로 살펴본 교육과 학습의 실태

 

학습에는 의식보다 무의식적 메커니즘이 훨씬 강하게 작동한다.

‘능력’은 허구이며, 인식과 사고력은 불안정한 대상이다.

실패를 포함한 경험 없이는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는다.

학습과정에서 나타나는 흔들림은 변화의 과정이다.

지식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창발’하는 것이다.

제약과 편견이 번뜩임을 방해한다.

 

* * *

 

일본 인지과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40년 가까이 사고·학습과 관련해 ‘창발’과정의 연구에 주력하면서 편견, 편향, 착각, 오해, 선입관, 고정관념, 무의식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스즈키 히로아키의 핵심 이론이 담긴 교육의 나침반!

 

◆ 잘못된 학습관과 교육이 미래 세대를 망치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의미하게 느껴진 지 오래다. 학생들에게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지나친 체벌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어 학생의 권리를 법적으로 마련해주고 나니 이제는 끝없이 추락하는 교권을 걱정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학생에게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 맞는 교사,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하는 교사의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구절벽과 국가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만큼 전 세계 출생률 꼴찌를 달리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과연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아니 일부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명문대 진학을 위한 준비를 시키는 작금의 현실을 누군들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극심한 경쟁 위주의 잘못된 사회적 풍토가 빚어낸 비극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 이를 타파하고 개선할 길은 있는 것일까? 당연히 교육 시스템만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전국의 학생들을 1등부터 꼴찌까지 적나라하게 줄 세우고 사지선다형의 단순한 출제유형이 문제라고 지적되어 학력고사를 수능으로 바꿨지만, 학생들의 상황이 과연 더 나아졌을까? 아니다. 해마다 수능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사교육에 허리가 휘는 부모들도 여전한 것이 현실이며, 부의 불평등만큼이나 사교육의 불평등도 커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 것일까?

스즈키 히로아키는 우리나라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성의 교육정책을 매우 강하게 비판한다. 그 비판의 핵심은 교육정책 관계자들이 교육과 학습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어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며, 그 결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공장에서 제품을 양산하듯 창의성 없는 학생들을 배출할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과연 얼마나 다를까?

저자는 40년 가까이 ‘지식과 학습의 전이’(교육)를 연구하며 의식보다 무의식과 (자기 신체를 포함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오랫동안 자신의 주장을 펼쳐왔다. 그 주장의 핵심은 ‘고정관념과 선입관의 타파’, ‘무의식에 대한 이해’, ‘창발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다. 한마디로 ‘인지적 변화’(지식과 학습)를 둘러싼 무의식적 메커니즘을 깨닫고 ‘창발’을 통해 고정관념과 선입관 등을 극복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과는 다르며,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인지적 처리’를 가리킨다. 그리고 ‘창발’은 학생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 혹은 시스템을 일컫는다. 암기 위주의 단답형 학습, 주관식이나 논술이라 해도 자신만의 논리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 중심이 아니라 철저히 교사나 강사 등의 어른이 만들어놓은 샘플을 따라가기 바쁜 점수 획득용 학습이 대세인 오늘날의 환경에서 과연 저자가 말하는 학습이나 교육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불합리한 이런 환경을 언제까지 미래 세대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학부모-교사-정책 담당자들 모두 근본적인 의식의 전환과 과감한 정책 전환이 시급한 때다.

 

◆ 우리는 능력, 지식, 발달, 학습, 교육 등에 대해 그릇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저자는 대다수의 사람이 ‘학습’이라고 하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고정되고 시야가 좁은 도식, 즉 정해진 답을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어서 사람에게 일어나는 변화 전반을 의미하는 ‘인지적 변화’라는 용어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그리고 이 인지적 변화에는 ‘무의식적 메커니즘’이 강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다양한 실험 결과를 소개하며 설명해나간다. 마지막으로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용어로 ‘창발創發’이 등장하는데, 이는 ‘중추의 명령에 의하지 않는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이 쌓여 형성된 특이한 시스템’, 다시 말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이렇게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인지적 변화, 무의식적 메커니즘, 창발, 이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창발에 중요한 세 가지 조건으로 “다양한 요소가 존재할 것, 그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흔들림[動搖]이 발생할 것, 그 상호작용 방식은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것”을 꼽는다.

저자는 이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살펴보기 전에 그동안 단단히 잘못 자리 잡은 ‘능력관’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흔히 능력이라고 하면 ‘어떤 지적인 행위의 원동력이나 원인’을 떠올리기 마련이며, 능력은 힘[力]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한 은유에 바탕을 두고 있고, 힘은 개체에 내재하고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되게 작용한다는 이미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인간의 인지 작용은 실제로 주어진 상황이나 문맥에 크게 의존하므로 ‘능력’이라는 말은 그 이미지와는 달리 전혀 내재성과 안정성, 차별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허구’나 다름없다고 꼬집는다. ‘스킬’과 마찬가지로 ‘능력’도 직접적으로는 관찰할 수 없다는 뜻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가상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사고‘력’, 응용‘력’, 관찰‘력’, 표현‘력’ 등등의 숱한 ‘능력’을 키운다며 헛수고를 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지식’에 대해서도 그릇된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한다. 인지과학을 포함해 지금까지 지식을 물건처럼, 즉 실체가 있는 것으로 이해해온 긴 역사가 있으며, 이런 접근방법은 결국 실패했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지식은 여러 가지 감각의 경합과 협조에 따른 다감각 시뮬레이션이라는 것, 또한 인지 활동이 환경이나 상황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것은 지식이 물건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것, 즉 창발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저자는 지식에 대한 이와 같은 창발적 견해를 ‘사건적コト的 지식관’(경험적 지식관)이라는 독특한 용어로 명명한다.  

저자는 ‘번뜩임’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해 설명한다. 누구나 번뜩임을 얻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으며, 실제로 많은 제약과 편견이 번뜩임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번뜩임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 신체를 움직이는 행위를 통해 환경에 작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행위를 통해 환경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이 우리의 내부 상태를 변화시켜 결국 번뜩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역설한다. 그리고 인지 활동 외에 몸을 많이 써서 숱한 연습을 거쳐야만 숙련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매크로화’(자동화)와 ‘병렬화’라는 이론으로 설명하는데, 숙련된 기술도 무의식의 영역에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밖에 단계별로 하나씩 차근차근 ‘제대로’ 가르친다는 ‘스몰 스텝’ 유형의 교육이 지닌 폐해를 꼬집는다. ‘스몰 스텝’ 교육이란 가르치는 내용을 요소로 분해한 뒤, 그것을 기초적인 것부터 순서대로 나열하고, 그다음에 그것들을 조합한 복잡한 내용을 설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법을 가리키는데,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우화를 소개하면서 ‘스몰 스텝’ 교육은 결국 ‘교육 흉내’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고 일갈한다. 

 

어느 날 한 의사가 매우 건강한 어떤 사람을 감기에 걸리게 하려고 생각했다. 감기는 (1) 열이 있고, (2) 두통이 나고, (3) 몸이 나른하다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카레가루와 고추냉이를 혼합한 것을 그 사람의 몸에 마구 발랐다. 이것으로 40도의 열을 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 머리를 힘껏 때려서 두통이 생기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몸에 납판을 여러 개 묶고 10킬로미터 정도 달리게 해서 몸이 나른해지게 만드는 것도 달성했다. 그럼 이 사람은 감기에 걸렸을까? (184쪽)

 

마지막으로 매우 인상적인 주장을 소개하자면, 저자는 “의식은 멍청하다무의식의 학습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도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고정된 방법으로만 실패를 거듭하면 학습은 제한된다. 다양한 유형의 시도를 통해서만 적절한 평가가 가능하게 되는데, 이것도 거의 무의식의 움직임이다”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학습의 내밀하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충분히 다양한 방법으로 실패를 거듭하면서 단순한 ‘기억’이 아닌 자신만의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학습이자 교육이라는 것이다. 

 

◆ 교육은 철저히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저자는 초중고는 물론 특히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잘못된 교육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가한다. 

 

교육은 말할 것도 없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교사 측이 일방적으로 노력하더라도 교육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정보전달에 불과하다. 학생이 교사가 주는 정보에 대해 스스로 움직여, 파고들고(신체화한다) 확대해(관련짓는다), 그것을 활용하면서 생각한다, 그러한 구축을 위한 노력 없이는 지식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한 그러한 협력을 통해 교사에게도 인지적 변화가 일어난다. 내게도 그러한 경험이 있다. “무리일 거야”, “이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전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고 내가 눈뜨게 된 경험이 몇 번이나 있다. 교육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이란 단순히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해 전달할 뿐인 활동이 아니다. (203쪽)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일부 연구자들도 공유하는 교육의 소박이론은 창발적 학습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깔아놓은 레일 위를 가능한 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게 만들기 위해, 문제를 사전에 준비하고 그 해결에 필요한 사항을 기초부터 순서대로 나열한다. 학습자는 목적지도 모르면서 묵묵히 그 레일 위를 나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길을 걷지 않는 교육을 하는 교육기관(즉 대학을 가리킨다)에 대해 “제대로 하라”고 호령하며, 공장의 제품 생산과 같은 시스템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중략) 다양한 자원에 따른 흔들림은 배제되고 획일적인 자원과 그 숙달의 정도와 속도만을 다투고 있다.

이러한 교육은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규격화된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른바 ‘기초학력’만으로는 임금이 터무니없이 낮은 타국에 일을 전부 빼앗겨버리게 될 것이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곧 창발시키기 위해서는 창발적 관점을 도입한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203~204쪽)

 

◆ 책의 구성과 각 장 요약

 

이 책은 크게 머리말~2장, 3~5장, 6장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머리말에서 2장까지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분모이자 근간에 해당한다. 저자의 관점과 가치관, 자주 등장하는 개념들에 대한 설명이 주로 담겨 있다. 그리고 현실 속의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자극한다. 3~5장은 구체적인 사례에 해당하며 각각 연습·발달·번뜩임이라는 인지적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인지하지는 못해도 분명히 존재하는 무의식적 메커니즘을 의식의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 마지막 6장은 결론에 해당하며,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한계를 지적한다. 각 장의 요약은 다음과 같다.

 

1장: 능력이라는 것은 추론abduction을 통해 발생한 가설이다. 거기에 부적절한 은유가 들어감으로써 잘못된 능력관이 퍼졌다. 그것은 능력의 안정성과 내재성이라는 견해다. 왜 이 능력관이 잘못되었는가 하면 그것들로는 사람의 인지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맥의존성文脈依存性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지적 변화를 생각할 때 능력이라는 가설은 사실 필요가 없다.

 

2장: 지식은 전달되지 않는다. 그것은 주체가 가진 인지 자원과 환경이 제공하는 자원 속에서 창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얻은 다양한 인지 자원과 환경(상황)이 제공하는 자원을 이용한 네트워킹과 시뮬레이션이 수행된다. 또한 지식은 환경이 제공하는 정보를 잘 조직함으로써 생산된다. 그러므로 지식은 사실로 파악해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그 자리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사건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러한 성질을 지닌 지식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며 불충분하다. 말은 조잡한 전달미디어이기 때문이다.

 

3장: 연습을 통한 향상에는 파동이 있어서 직선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형태를 그려낸다. 이 파동은 거기에서 쓰이는 복수의 자원이 매번 미세하게 다른 환경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중에 창발한다. 그리고 그러한 파동은 다음 도약을 위한 토대가 된다.

 

4장: 발달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러나 발달에 따른 변화에는 파도가 있으며, 계단식으로 발달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파도는 거기에서 쓰이는 다양한 자원이 끊임없이 새로운 여지를 만듦으로써 발생하며, 이는 창발을 위한 토대가 된다.

 

5장: 번뜩임은 종종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이야기된다. 그러나 번뜩임은 연습에 따른 변화나 발달에 따른 변화와 마찬가지로, 다시 말해 다양하고 복잡한 인지 자원과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합에 따른 흔들림이 그것이 실행되는 환경과 일체화될 때 창발된다. 그리고 그 과정의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번뜩였을 때의 놀라움은, 실은 자신의 무의식적인 마음의 움직임에 놀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6장: 교육과 관련해서는 일상생활에서 만들어진 소박이론素朴理論이 많이 있다. 그 대부분은 학교 교육에서 유래한 매우 특수한 상황의 교육에 그 근간을 두고 있다. 그것들이 100퍼센트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오류를 포함하고 있어 생각지 못할 폐해를 가져와 인지적 변화에서 창발을 방해할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힌트는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의 암묵적 인식이론과 전통예능의 전승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있다.

목차

옮긴이 서문  |  머리말

 

1장 능력이라는 허구

‘추론’에서 발생한 ‘능력’ 개념  |  능력의 은유적 이해

능‘력力’이라는 은유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  논리적 사고력은 안정되어 있는가

수학적 사고력의 문맥의존성  |  다양성, 흔들림, 문맥의존성이 의미하는 것

 

2장 지식은 구축된다

지식은 전달되지 않는다  |  지식의 세 가지 성질  |  지식의 구성주의

신체화된 지식과 시뮬레이션  |  언어를 통한 전달이 수월하지 않은 이유

상황의 자원  |  사실적 지식관에서 사건적 지식관으로

 

3장 향상하다: 연습을 통한 인지적 변화

향상과 연습  |  연습의 거듭제곱 법칙  |  연습을 통해 무엇이 변하는가?: 매크로화와 병렬화  |  스킬과 그 실행환경  |  플래토, 후퇴, 스퍼트  |  슬럼프 중의 흔들림

요점정리: 다양성, 흔들림, 창발

 

4장 육성: 발달에 따른 인지적 변화

발달이란  |  발달단계  |  아이는 정말로 다른 차원의 존재인 것인가

복수의 인지 자원  |  동시병렬적 활성화  |  흔들림과 발달  |  환경과 발달

요점정리: 발달도 중복성과 흔들림 속에서 나온다

 

5장 번뜩이다: 통찰에 따른 인지적 변화

번뜩임이란  |  번뜩임은 어떻게 연구되어왔는가  |  제약을 완화하기 위한 번뜩임

제약의 완화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성과 그에 대한 평가

멍청한 의식, 부지런히 일하는 무의식  |  환경과의 상호작용

메타학습: 번뜩이는 머리가 된다  |  요점정리: 중복성과 흔들림이 번뜩임을 만든다

 

6장 교육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소박교육이론  |  학교 교육의 경험에서 유래한 잘못된 소박교육이론

근접항인 징후와 원격항인 원인  |  도제제도에서 배우다  |  두 가지 모방과 추론

배움을 지탱하는 동기, 그리고 교사란  |  요점정리와 주의사항

 

참고문헌과 추천도서

본문인용

창발이라는 용어의 설명에는 지면을 많이 할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가령 이 단어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創’과 ‘發’이라는 한자로부터 어느 정도는 이미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른바 발견, 발명과는 다르다. 창발이라는 용어에는 전문적으로는 적어도 ‘환원불능성還元不能性’과 ‘의도의 부재’라는 두 가지 의미가 꼭 포함된다. 환원불능성이라는 것은 창발된 것은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요소의 성질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만들어지기 이전으로 환원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 예로 물이 가지고 있는 성질은 그 요소인 산소와 수소의 성질을 아무리 분석해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의도의 부재라는 것은 창발과정, 메커니즘을 통제하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없다는 의미다. (19쪽)

 

인지와 환경은 특정한 형상을 한 신체가 만들어내는 행위에서 발생한 사이클cycle, 루프loop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인지 활동에서 구축되고 이용되는 지식은 환경이나 상황이 제공해주는 정보를 전제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일부러 기억할 필요가 없고, 하면 보이는 것을 보기 전에 예측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지와 지식은 그 안에 이미 편입되어 있는 환경을 바탕으로 구축되고 이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머릿속에 미리 저장할 필요가 없다. 인지 활동과 지식이 적절하게 환경에 작용함으로써 환경은 변화하고, 다시 환경은 대상에게 새롭게 만들어진 중요한 정보를 알아서 전해주기 때문이다. (69~70쪽)

스킬과 능력은 사람의 행위를 설명할 때 쓰인다는 의미에서는 같은데, 도대체 어디가 서로 다를까? 일반적으로 스킬이라고 하는 경우에는 연습과 훈련의 의미가 더 많이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다시 말해 연습과 훈련을 반복함으로써 획득되는 게 스킬이라는 것이다. 반면 능력도 연습과 훈련을 통해 획득되는 경우가 있지만, 타고난 능력이라는 의미도 있기에 연습이나 훈련이라는 측면의 의미는 비교적 약해지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스킬이라는 말은 거의 일본어화되어 영어회화 스킬, 커뮤니케이션 스킬, 정보 스킬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쓰이고 있다. 이것을 영어회화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보 능력 등으로 바꾸어 말하면 어떨까?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반면 이것들이 스킬이라고 일컬어지면, 이번에는 무엇인가 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요컨대 연습하니 되네, 라는 안도감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여러 가지 지적 능력을 일부러 스킬이라는 말로 바꾸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85쪽)

 

환경이라 하면 자기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자기 신체도 환경이 된다. 오른손으로 블록을 연결할 때는 왼손이 환경이 된다. 나아가 중심이나 팔꿈치의 위치 등도 중요하며, 이런 것들 모두 조작의 실행환경이 된다. 여기에 덧붙여 그 조작의 사전·사후의 조작도 환경이 된다. 사전 조작이 다음 조작의 실행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95~97쪽)

 

심리학에서는 단계는 점진의 반대어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그림 4-1]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단계라는 것은 무언가가 갑자기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점진이라는 것은 서서히 진행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변화의 전후에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심리 문제로 생각한다면, 발달의 전과 후는 대상에 대한 관점과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113~114쪽)

 

실패를 통해 서서히 학습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째서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의식의 움직임이 매우 둔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멍청하기 때문이다. 어떤 배치가 어느 정도 좋은지 의식적으로 파악하려 해도, ‘전혀 안 돼’, ‘그럭저럭 괜찮다’, ‘이게 좋다’라는 정도의 매우 대략적인 평가밖에 할 수 없다. 좋은 배치방법이 1.5배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보통 사람의 의식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식은 멍청한 것이다. 의식이 멍청하다면, 시행을 거듭하는 도중에 이루어지는 학습은 무엇이 지탱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무의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153쪽)

 

학교 교육에서 실시되는 테스트는 지성의 중요한 파트너인 환경을 박탈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일면적이지 않을까? 환경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잘 발휘되는 지성이, 도움이 있는 상황에서는 필요 없을 수도 있을 것이며, 더불어 그런 지성을 위한 노력(특히 테스트를 위한 밤샘 공부)이 나중엔 그다지 의미가 없게 되는 경우도 많다. (178쪽)

 

‘할 수 있다’의 핵심에는 ‘응용’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획득한 지식을 다른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가? 지식의 유연한 이용이 핵심이다. 인지과학을 비롯한 심리학 분야에서는 응용이라고 말하지 않고 ‘지식의 전이’, ‘학습의 전이’라고 부른다. 지식의 유연한 이용은 인간의 훌륭한 모습이 표현된 것이다. 배운 대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배운 것을 조정하면서 미지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은 지성의 근간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할 것이다. (179쪽)

서평

현대 인지과학에 입각해 학습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우상 파괴적인 책!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같은 책!

학교에서 초중고 12년 동안 아이들을 혹사시키면서까지 가르치고 있는 것이 반 이상은 쓸모없는 모방형 지식임을 안타까워하는 많은 교육현장의 종사자들과 일반 독자들이 고개를 끄떡이며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학습과 교육의 본질에 대한 이 책의 예리한 통찰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이 되어 우리의 미래 세대가 효과 없는 단순 암기 학습과 성적 줄 세우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세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우리는 평생 배우고 가르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실제로 학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학습의 메커니즘을 인지과학적으로 논증하면서 종래의 잘못된 학습관을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평소 학습에 대해 궁금했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저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특히 학습자 개개인의 경험과 환경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주력했던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한테 배운 학생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교육을 하고 싶은 사람, 잘 배우고 더 바람직한 사회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 김은숙,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저자소개

저자 : 스즈키 히로아키
스즈키 히로아키鈴木宏昭

1958년에 태어나 도쿄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아오야마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3년에 타계했다. 인지과학이 주요 연구 영역으로, 특히 사고‧학습과 관련해 오랫동안 창발 과정을 연구해왔다. 일본 인지과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교양으로서의 인지과학教養としての認知科学』을 비롯해 다양한 책을 꾸준히 펴냈다.
가장 인용 수가 많은 책으로는 『유사와 사고類似と思考』(개정판)가 있다. 특히 이 책은 꾸준히 개정판이 출간되고 있으며, 이 책의 출발점이자 배경이 되는 책이다. 여기서는 심리학적 이론과 실험 데이터를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룬다.
번역 : 주동진
1983년에 태어나 일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2016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연구원 생활과 대학교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이 주된 연구 영역이며, 시민사회, 외교정책, 국가전략 등을 키워드로 꾸준히 논문을 발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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