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똑똑한 여성들이 왜 이토록 불안할까?
“신이 어머니라면 이 책은 소녀들을 위한 성서다!”
★★★★★ 아마존 UK 종합 1위! 선데이타임스 논픽션 6위! 전 세계 20개국 출간!
★★★★★ 더타임스 “최고의 청소년 도서!” 25년 경력 영국 NHS 임상심리학자의 화제작!
우리 소녀들은 강해졌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자유와 기회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은 부모, 학교, 사회, SNS 등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와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세상은 소녀들이 더 예쁘고, 더 똑똑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올가미가 되었다. 여성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시대에 10~20대 여성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에서 16~24세 여성의 자해는 지난 15년간 6%에서 20%로 급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비슷한 기간 10대 소녀들의 자살률이 2~3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혐의로 2023년 200여 개 교육청이 주요 SNS 서비스업체에 소송을 제기한 이래, 41개 주 정부가 뒤를 이었고, 2024년에는 뉴욕시 당국도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NHS(영국 국영 의료 서비스)의 CAMHS(아동·청소년 정신 건강 서비스) 소속으로 수십 년간 심리치료실에서 고통받는 소녀들을 만났던 임상심리학자 타라 포터는 그동안 고민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지만, 고통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저자는 인터넷이 일상의 감정을 증폭시켜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한편, 급변하는 사회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녀 양육이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조립 라인 작업으로 변모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과잉 양육(overparenting)’이라 표현한다. 아이들 역시 자신을 제품으로 평가하게 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불안이 만성화했다.
지난 수십 년간의 변화는 여성 청소년·청년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갈등이 훨씬 더 증폭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착, 형제자매, 학업, 우정, 사랑 등 삶의 전 영역에 관한 심리학 지식을 실제 사례와 함께 당사자의 눈높이에 맞춰 제시하며, 젊은 여성 개개인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색하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소녀들의 감정 수업』은 출간 즉시 아마존 UK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선데이타임스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 6위를 기록했고, 언론과 교육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는 한편, 더타임스 최고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었고, 전 세계 20개국에서 출간되었다.
애착, 온/오프 친구, 사회불안, 학업 스트레스
다이어트 열풍, SNS 비교 문화, 인터넷 태풍…….
모든 개인의 이야기는 부모와의 관계, 애착에서 시작한다. 애착 유형은 향후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좌우한다. 이 책은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지 못해 해소되지 않은 슬픔을 자해로 표출한 소녀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받은 또 다른 소녀는 상담 전에는 자신이 학대를 받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경계선 성격장애를 보인다. 저자는 해로운 부모가 있거나 부모가 아예 없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친척,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선생님, 친구의 부모님, 몇몇 좋은 또래 친구 중 여러분을 지원해줄 애착 관계가 될 만한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보세요. 여러분은 살아남아야 합니다. 부모와의 애착 관계 없이 살아가는 것은 처음부터 안 좋은 패를 쥐고 인생이라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상태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고, 단지 살아남는 데서 그치지 말고 활짝 꽃을 피우도록 자기 자신을 도와주세요.”
소녀들이 맞닥뜨리는 첫 번째 덫, 온/오프 우정도 애착 문제에서 출발한다.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 소녀는 무리의 리더가 되어 친구들을 단짝 친구로 대하다 차갑게 대하기를 반복하며 친구들이 자신의 애정을 갈구하게 만든다. 또한 소녀들은 고민과 슬픔을 나누는 것을 중시하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소녀들이 밤새도록 통화하거나 SNS를 주고받으면, 불안과 슬픔을 전염시키며 자해나 자살 시도 같은 극단적인 사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을 조종하는 친구나 지나친 부담을 주는 친구와는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은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과 얘기해야 한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에게 여유 공간을 주는 동시에 그들을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 10대 자녀는 부모로부터 ‘분리’되고 ‘개별화’하는 과제를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비틀거리고 넘어지기도 한다. 사춘기를 거치며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등 친구 관계가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 자녀는 때때로 유아처럼 부모에게 맘껏 기대고 충분한 애정과 안정감을 느끼며 내면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부모와 다 큰 자녀가 함께 자는 일은 드물지만, 영국에서는 자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부모가 번갈아서 딸의 침실을 지키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섭식장애에 걸린 딸이 회복하기까지 함께 자고 늘 가까이서 보살피는 부모의 사례가 제시된다(99쪽). 여러 나라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는 일관되게 청소년의 95퍼센트가 부모에게 거짓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93쪽). 청소년기에 자유와 독립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부모를 너무 밀어낸 결과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하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매일 누군가는 성폭행, 약물 중독, 범죄 등의 위험에 빠진다. 한편, 헌신적인 부모와 한 팀으로만 살아온 한 소녀는 독립성을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었다(58쪽). 부모와 적절한 거리를 설정하면서 그녀는 음식을 제대로 먹고 정상 체중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과 학업 스트레스는 한국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초등학교의 학업 성취도 평가, 중등학교 졸업 과정인 GCSE 시험, 대학입시 준비 과정 A 레벨 시험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에 짓눌린 아이들의 사례가 곳곳에서 제시된다. 심지어 대학생들조차 1학년에 입학하자마자 졸업할 때 어떤 등급의 학사 학위(영국 대학은 졸업 성적에 따라 학사 학위에 등급이 있다)를 받을지 걱정한다고 한다.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안정된 직업, 안정된 지위가 희소하므로 이에 대한 경쟁이 극심해진다. 영국에서도 현재의 자녀 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해지는 첫 세대이므로 부모와 자녀는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쏟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얼마나 완벽한 제품인지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된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으며 만성적인 불안 속에서 살아가기 쉽다.
저자는 성적이나 대학 졸업장이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다른 한편, 학생들에게 공부는 실제로 중요하므로 심리학의 원리를 응용해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알려준다. 수확 체감의 법칙, 초두효과, 최신효과,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 재인과 회상 등의 개념을 통해 휴식과 공부를 효과적으로 결합하도록 안내한다. 무엇보다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열한 살 때의 정신 건강이 향후 성적을 좌우한다(207쪽). 성적 이전에 정신 건강이 훨씬 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새로운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성적, 친구, 외모, 소속감,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평범한 일상의 감정을 증폭시켜 정신적 고통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24시간 연결된 인터넷 환경, 한 번 올리면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게시물과 댓글들은 예전 같으면 금방 잊어버렸을 고민과 갈등을 박제하고 확대 재생산한다.
인터넷 문화는 타인의 시선에 극도로 민감한 청소년들이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갖도록 이끌었다. SNS를 뒤덮은 운동자극제(fitspiration, 꾸준히 운동하도록 동기 부여하는 동영상이나 이미지), 신스피레이션(thinspiration, 체중을 감소해서 마른 몸이 되도록 자극하는 게시물) 콘텐츠는 최상의 상태에서 촬영하고 보정한 비현실적인 몸매를 표준으로 제시하며 소녀들을 자기혐오로 몰아가고 있다. 다이어트 식단 때문에 섭식장애와 과체중이라는 상반된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탄수화물과 지방, 당분을 억제한 식단은 배고픔을 유발하고 우리 뇌가 이를 긴급 사태로 인식한 결과, 우리 몸은 양분을 최대한 저장하려는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뀌고, 배고픔 때문에 의지력이 약해지면 순식간에 폭식으로 이어진다. 실험 결과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기회만 생기면 폭식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263쪽).
다이어트나 운동을 해도 ‘이상적인’ 몸매가 되지는 않는다. 라인홀드 니부어의 ‘평온의 기도’처럼, 우리에게는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용기, 그 차이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전적 영향이 큰 외모와 체형은 우리가 크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격렬한 감정의 파도를 잘 타는 법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불안정성과 과열된 경쟁, 부모의 과잉 양육, 일상적인 감정을 증폭하고 타인의 최상의 모습과 평범한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만드는 SNS 문화 속에서 여성들은 만성적인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호르몬과 신체 변화로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10~20대 여성들이 더욱 거센 감정의 파도에 노출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감정을 잘 조절하는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해졌다.
부정적인 감정이 흘러넘쳐 압도당할 때, 많은 여성들은 자해를 통해 그 순간만이라도 긴장이 완화됨을 경험한다. 그러면서 중독이 시작된다. 자해뿐만이 아니라 술, 담배, 약물, 거식증 등은 모두 자신을 해침으로써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감정에 휩쓸렸을 때 자신을 해치지 않고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하려면 평소에 정서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충분한 수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신체활동, 야외활동, 현재에 집중하는 자기만의 마음챙김 방법(꼭 명상이나 요가가 아니더라도 고양이 쓰다듬기나 좋아하는 드라마 보기, 뜨개질 등)이 필요하다.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 친구보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친구나 어른과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글쓰기는 이성적인 마음을 일깨우는 좋은 방법이다. 봉사활동이나 사회적 대의에 관심을 가지면, 부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소녀들은 자신을 해치는 친구나 남자친구에게도 중독되기 쉽다. 친밀하게 대하다가 태도가 돌변한 온/오프 친구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기도 하고, 한밤중에 전화해서 끊임없이 불안을 토로하는 친구에게 얽매여 그 친구가 자해하거나 자살하지 못하도록 보살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낭만적 사랑이라는 신화가 여전히 여성들을 불평등한 젠더 고정관념에 묶어두고 있다. 내게 성적으로 끌린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은 나의 가장 좋은 부분을 비추는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서로 밀고 당기는 짜릿한 긴장감,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은 호기심 등에 압도될 수 있다. 로맨스에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따른다. 연인이 전화하지 않을 때, 질투하거나 소유욕이 강하거나 심지어 공격적일 때 이것은 위대한 사랑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된다. 온/오프 친구보다 온/오프 남자친구는 훨씬 더 해롭다. 우리의 정신에는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반복하며 집착하는 성가신 습관이 있다. 성적 매력에 끌리는 호르몬이 합병증을 일으키고, 장애물을 극복해 사랑의 서사를 완성하려는 드라마가 추가되어 중독성이 한층 더 강하다.
감정을 잘 다루기 위해 감정적인 마음과 이성적인 마음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감정을 현실의 맥락에서 검토하며 이성적인 마음을 회복하면 자신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124쪽). 또한 불안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마음이 걷잡을 수 없는 불안에 휩쓸리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불안감을 느끼고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면 생리적 반응의 상당 부분을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지만, 호흡과 근육은 어느 정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176쪽). 호흡법과 근육 이완으로 공황 발작 등 위기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하는 한편, 평소 인지 훈련을 통해 불안에 익숙해진 뇌의 회로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정과 불안은 이 책 전체의 내용과 관련되지만, 특히 4장과 5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다양한 표현을 제공하며(150쪽),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상세한 방법을 안내한다.
이 책은 심리치료실에서 눈을 치켜뜨고 “당신은 날 이해하지 못해요(You don’t understand me, 이 책의 원제)”라고 말하던 소녀들 당사자의 시각으로 마음속의 혼란에서 질서를 만들어내고,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을 풍부하고 알찬 내용으로 섬세하게 직조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학교 시험과 대학입시, 우정, 가족, 연애에 이르기까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수없이 몰려왔다 사라지는 격렬한 감정의 파도를 잘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정신 건강이란 어떤 파도가 몰려와도 휩쓸리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는 것임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