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오던 어느 날.
학생某: 교수님, 제가 중국으로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요, 얼마나 필요할까요?
박교수: 음… 예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죠?
학생某: 네?
박교수: 그러니까 중국 어디를 가려고 하죠? 며칠 정도 계획하고 있죠? 어디 항공사를 생각하는지, 항공편은 직항 아니면 경유? 혹시 크루즈 여행을 생각하고 있나요? 숙소는 호텔로 아님 사우나에서? 식사는 하루에 몇 번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 계획인가요? 사소한 예로 한국사람들이 중국에서 그냥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계란 볶음밥을 먹는 다고 해보죠, 학교 근처 리어카에서는 RMB 5위안이면 됩니다. 그런데 식당으로 들어가서 주문하면 RMB 20위안, 시내 식당이나 호텔에서 주문을 하게 되면 RMB 50위안이거든요.
저는 학생에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계획을 세운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매번 중국 문화와 언어 수업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혹시 나는 중국인이다. 손!”, “나는 중국에서 살다 왔다. 손!”, “그럼. 중국에 가 보신 분. 손!”
짐작하시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피동적이라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어 놓는 것에 다소 인색한 편이죠. 그럼에도 몇몇 학우들이 고맙게도 반응을 해줍니다.
저는 다시 묻습니다. “중국 어땠어요?”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중국은 더러워요”, “중국사람들은 질서를 몰라요”, “중국은 시끄러워요” 등등….
자, 중국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그냥 경춘선으로 서울에서 춘천까지 가는 것과는 차원적으로 다르다는 거죠. 그리고 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땅덩어리 중에서 많아야 서너 군데 돌아본 것이 전부일 텐데 마치 중국 일주를 한 것 같이 중국을 또 중국 사람들을 일반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뭐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중국 생활 6개월이면 중국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하고, 중국 생활 1년이면 본인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만 조금 안다고 말한다고, 그리고 중국 생활 10년이면 중국에 대해서 딱히 뭐라 얘기하기 어렵다라고요.
이 책은 30여 년 정도 중국어를 공부하고 중국어를 가르치면서 경험한 저자가 중국을, 중국 사람을, 그 사람들의 언어와 문화를 궁금해하고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정리한 내용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