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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


  • ISBN-13
    978-89-7682-846-0 (0312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그린비출판사 / (주)그린비출판사
  • 정가
    2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2-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샹탈 자케
  • 번역
    류희철
  • 메인주제어
    사회, 정치철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 정치철학 #인문학 #프랑스철학 #사회학 #서양현대철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2 * 224 mm, 336 Page

책소개

사회적 유동성 수준이 상당히 축소된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이 보여 주는 탐구는 시의적절한 이론적 개입이다. ‘자수성가한 인물들’의 존재가 계급적 기준에 따른 사회적 선별을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정당하게 자원을 분배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능력주의 신화의 선전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비-재생산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기성 체제의 유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계급횡단자를 발생시키는 조건인 복잡다단한 인과 규정의 연쇄를 도외시한 채, 계급횡단자 혼자의 힘으로 어떤 성공을 거머쥐었으며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충분한 능력만 있다면 그 능력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부여하는 공정한 사회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가상에 불과하다.

샹탈 자케는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에서 스피노자의 ‘이해하라’(intelligere) 원칙에 입각하여 고전 철학의 분석 도구들을 활용하면서 재생산과 비-재생산을 결정짓는 사회적 역관계를 사유하는 한편 비-재생산 현상의 문제를 철학적 개념들에만 의존하여 풀어 나가지 않는다. 즉 스탕달의 『적과 흑』처럼 비-재생산 사례를 제공해 주는 픽션을 비롯하여 리처드 라이트의 『흑인 소년』, 존 에드거 와이드먼의 『형제와 보호자』처럼 문학적 접근과 이론적 성찰이 뒤섞여 있는 계급횡단자의 자전적 소설에 기초하여 이론을 전개하고, 아니 에르노, 디디에 에리봉, 리처드 호가트의 작품과 같은 사회적 전기형 자서전 속 이야기들을 통해 개인의 삶이나 운명이 외부의 인과 결정과는 유리되어 있는 한 자아의 성취가 아니라 그 개인이 관계하는 환경 속의 사회적 생산물이라고 사유함으로써 계급횡단자 혹은 비-재생산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그 개념을 손쉽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목차

역자 서문

 

서론_구별 짓기 속 구별 짓기

 

1부_비-재생산의 원인들 

야심, 비-재생산의 지배자?

모델과 모방 

가족 모델 

학업 모델

비-재생산의 사회경제적 조건들 

감정과 마주침

자리 그리고 환경의 역할 

인게니움 혹은 기질

 

2부_계급횡단자의 기질 

I. 탈정체화

개인적 자아의 해체

사회적 자아의 해체

이행으로서의 기질

적응과 도태 사이의 계급-이행

II. 틈새 

거리의 에토스

마음의 동요: 긴장 속에 있는 기질 

타자를 통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결론_기질 대 아비투스

 

참고문헌

더 읽을거리

본문인용

계급횡단자란 부모의 계급을 재생산하지 않고 출신 계급과는 다른 사회적 계급으로 이행한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 용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이렇게 출신 계급을 재생산하지 않은 사람들은 흔히 ‘전향자’(transfuge)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러한 명칭은 원래 계급에 대한 ‘배신’이나 ‘탈주’ 아니면 거기에서 ‘낙오’하거나 ‘탈락’했다는 가치 평가를 함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자신의 계급을 바꾼 사람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은, 규범에서 일탈한 존재로 간주하는 시선이 전제되어 있다. 계급횡단자는 이러한 일상적 언어 속에 담긴 편견을 걷어 내고 비-재생산 현상을 학문적 대상으로서 중립적으로 분석하고 그 본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샹탈 자케가 새롭게 고안해 낸 개념이다. (7쪽) 

 

우리는 이 책에서 심신 연합, 인간의 가소성 등 스피노자 철학, 더 넓게는, 자아의 해체에 관한 파스칼과 몽테뉴의 성찰 등 고전 시대 철학의 주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자케는 이 주제에 대해 주석을 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주제들에 대한 스피노자주의적인 철학적 입장에 주로 준거하여 오늘날의 사회적 현상에 관해 고찰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한 계급에서 다른 계급으로 넘어간 사람이 도착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출신 환경의 익숙한 태도를 바꾸게 되는 어려운 과정을 그의 정신과 신체의 가소성의 한계에 이를 때까지 변형되는 과정으로 이해해 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계급횡단자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자아의 혼란을 ‘마음의 동요’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케는 사회적 비-재생산이라는, 스피노자가 사유하지 않은 대상을 스피노자와 함께 그리고 스피노자를 통해 사유하고 있다. (15쪽) 

 

피에르 부르디외와 장 클로드 파세롱은 『상속자들』과 『재생산』 에서 위계질서와 사회적 지배 관계가 어떻게 교육 제도들을 통해서 영속화되는지를 분석한다. 교육 시스템이 기성 질서를 재생산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공립학교의 해방적 가치를 믿는 이상주의자들의 연못에 파문을 일으킨 바 있으며 오늘날 그 주장은 널리 알려지고 또한 인정받고 있다. 교육 시스템은 한편으로는 지배 계급의 자녀들이 최상위의 학력을 획득하게 해 줌으로써 그 문화 자본에 힘입어 사회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학벌 그리고 개인의 성공이나 실패가 개인의 내적 자질과 재능에 달려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그 결과를 정당화하는데, 이로써 사회적 선별의 효과를 개인의 부족함에 대한 처벌인 것처럼 뒤바꿔 둔다. (29쪽) 

 

화려한 사회적 신분 상승에 성공한 계급횡단자들은 흔히 사람들의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그 찬탄 뒤에는 깊은 몰이해가 감춰져 있지만 말이다…. 그들은 매혹하고 꿈꾸게 만드는 존재다. 그들이 모든 예정조화와 섭리를 깨뜨리고 나타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 혹은 운명도 꺾지 못한 천재로 보이기 때문에 그렇다. 믿기 어려운 기적과도 같은 그들의 운명은 몽상에 빠져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그들의 예외적인 이력은 합리적인 설명의 틀을 벗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존재가 재능과 기회의 신화, 요컨대 능력주의(mérite) 신화의 살아 있는 증거 자체이다. (…) 현상의 근원을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예외적인 운명들의 존재는 한편으로는 각자가 자신의 몫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강화함으로써 도덕주의를 정당화하는 알리바이로,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질서는 개개인의 자연적 능력들(mérites)이 반영된 결과이며 게으름 혹은 우둔함을 정당하게 처벌한다는 믿음을 키운다는 점에서 보수주의의 알리바이로 줄곧 사용되어 왔다. (55~56쪽) 

 

스피노자가 보기에 모방의 원인은 “사물들의 이미지들은 인간 신체의 변용들 자체 또는 인간 신체가 외부 원인들에 의해 변용되고, 외부 원인들에 의해 이러저러한 것들을 하게끔 배치되는 방식들”이라는 데 있다. 즉 모방은 신체적 인과 결정(déterminisme)—신체 차원의 모든 인과적 변용이 반드시(systématiquement) 의식화되지는 않는다—에 따른 귀결이다. 이처럼 모방이 유년기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신체적 흔적의 결과라면 이러한 모방은 반성(réflexion) 행위보다는 반사(réflexe) 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계급 혹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주변의 감정적 반응과 행동 양식을 모방하는 것은 그 본질상 의식적인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없다. (69쪽) 

 

중요한 것은 아니 에르노의 주변에는 그 선생님 정도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L 선생님에게서 에르노는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들 혹은 가게에 들르는 손님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한 여성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L 선생님은 매 수업 시간마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함’(zéro faute)을 보여 줌으로써 교육의 탁월성을 아니 에르노에게 몸소 증명해 주는 “법의 살아 있는 형상”이었던 것이다. (83쪽)

 

서평

‘개천에서 용 나는’ 계급 상승,

그 예외적 현상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장

 

  

 

한 개인이 부모 계급과는 전혀 다른 계급 집단으로 이행하는 현상, 특히 사회적 신분이 급격히 상승한 경우는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을 만들어 낼 정도로 특별하고 예외적인 사건이다. 이 ‘비-재생산’의 사례는 그 예외성 덕택에 사람들의 이목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바로 그 예외성 때문에 제대로 분석된 적이 없다. 계급을 바꾸는 일은 결코 일반화될 수 없는 사건이고, 학술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특출난 개인의 출세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계급의 상승이동에 불리했는데도 사회적 신분 상승을 이룬다면, 더구나 동일 환경에 처한 다른 이들은 여전히 그 환경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과연 한 개인의 능력과 불굴의 의지 외에 대체 무엇을 비-재생산의 원인으로 제시할 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가 성공한 이유가 정말로 그를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비범한 능력과 꺾이지 않는 의지에 있다면, 그는 과연 어떻게 해서 그러한 능력과 의지를 가질 수 있게 되었을까? 근대철학 전문가인 샹탈 자케는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에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언어로 우리를 비-재생산 문제 탐구로 초대한 후 이를 본격적으로 토론하도록 유도한다.

 

 

능력주의 신화는 그만! 기성 질서의 전환과 각성을 위해

비-재생산 현상은 제대로 분석되어야 한다!

 

비-재생산 현상의 원인을 한 개인의 능력으로 설명하는 것조차 간혹 화젯거리로 인구에 회자될 뿐 이 현상에 대한 관심과 분석은 학계에서는 거의 그늘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계급을 바꾼 이들을 지칭하는 명칭이 전향자나 탈락자, 그도 아니면 벼락부자라는 등의 가치 평가적인 단어를 제외하면 전무하다는 사실은 비-재생산에 대한 학계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러한 무관심은 결코 중립적인 태도일 수 없다. 왜냐하면 ‘자수성가한 인물들’의 존재가 계급적 기준에 따른 사회적 선별을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정당하게 자원을 분배한 것으로 둔갑시키는 능력주의 신화의 선전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비-재생산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기성 체제의 유지에 기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회 변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비-재생산 사례에 결코 무관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샹탈 자케의 분석은 현재의 사회적 질서 내에서 과연 어떤 조건들이 결합되었을 때 실제적 변화가 생겨나는지, 또한 사회 내에서 무수히 길항한 것들이 한 사람의 기질 안에서 맞부딪혔을 때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보여 줄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힘으로 사회적 성공을 거머쥔다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가상에 불과하다!

 

자케는 스피노자의 ‘이해하라’(intelligere) 원칙에 입각하여 고전 철학의 분석 도구들을 활용하면서 출신 계급을 떠난 사람들을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온 자라고 쉽사리 비웃거나 배신자라고 미워하기보다는 그들을 이해함으로써 재생산과 비-재생산을 결정짓는 사회적 힘의 관계를 사유하고자 시도한다. 이를 위해 자케는 먼저 비-재생산의 사례들을 중립적으로 기술해 줄 수 있는 학술적 용어로 ‘계급횡단자’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나아가 쟈케는 계급횡단자들이 생겨나기 위한 진정한 원인에 관해 분석하기 시작하는데 단순히 한 개인의 능력이나 야심을 계급횡단자의 유일한 원인으로 간주하는 시각을 넘어서서 사회적 비-재생산을 낳는 데 공동으로 작용하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가족, 개인적 원인을 분석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는 곧 계급횡단자의 기질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계급횡단자 개인의 독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기질이 형성되는 역사적 과정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한 이해의 노동은 곧 그가 그 자신으로 직조되기 위한 원인의 복잡다단한 계열을 분석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은 가족이나 사회적 환경 내에서 그 개인이 차지하는 자리, 감정들의 작용과 타자와의 만남 그리고 성적, 인종적 차이가 비-재생산과 관련하여 수행하는 역할을 탐색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그 탐색이 드러내어 보여 주는 여러 원인의 복잡다단한 상호적 얽힘이 없다면 계급횡단의 사례는 발생할 수 없다. 어떤 원인도 단독으로는 비-재생산을 일으킬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계급횡단자를 발생시키는 조건인 복잡다단한 인과 규정의 연쇄를 도외시한 채, 계급횡단자 혼자의 힘으로 어떤 성공을 거머쥐었으며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고 충분한 능력만 있다면 그 능력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부여하는 공정한 사회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적 가상에 불과하다.

 

 

 

비판철학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사회적 비-재생산에 대한 사유 작업

 

계급횡단자 개념으로 사회적 비-재생산을 사유하는 작업은 비판철학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비록 계급횡단자나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따라야 할 행동 규범을 세우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비-재생산 현상에서 은폐되었던 측면을 드러냄으로써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폭로하여 기성 질서에 관해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에 ‘그 개천은 1급수’라는 말이 덧붙을 정도로 사회적 유동성 수준이 상당히 축소된 오늘날 한국 사회에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이론적 개입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계급횡단자들 혹은 비-재생산』은 사회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특히 계급 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구조의 변화를 모색하는 독자들에게 비판적 사유를 전개하기 위한 모델로서 기능할 것이다. 주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이 책은 상당히 유익한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독특한 것을 철학적 개념을 통해 사유하려는 자케의 시도는 계급횡단자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적용 범위를 지니기 때문이다.

 

자케는 계급횡단자의 사례 분석을 위해 자신의 연구 성과에 기초하여 고전 철학의 개념을 현재를 사유하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한다. 철학의 현재적 가치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이 책으로부터 철학을 활용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의 기획은 자신의 존재를 말해줄 수 있는 정확한 용어가 부재하여 웅웅거리는 어렴풋한 소리로만 스스로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대상은 계급의 상승이동과 관련한 사회적 비-재생산이지만 비-재생산 개념은 주변 환경에서 우세한 모델을 반복하지 않은 모든 경우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다.

 

 

정상성의 용어로 자신을 설명하는 데 불편을 느끼는 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책

 

강제적 이성애 규범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를 동성애자로서 정체화한 사람은 성적 비-재생산을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일반적 법칙에서 빠져나간 독특한 것을 사유하려는 노력은 어떤 의미로든 ‘정상성’으로부터 멀어지고, 오히려 정상성의 용어로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데 불편을 느끼는 ‘검은 양’들이 조금 더 적합한 방식으로 자기 이해를 시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각자는 자신이 바로 지금의 그러한 자기 자신으로 직조되기 위해 필요했고 또한 필연적이었던 복잡다단한 인과 규정의 계열에 대한 사유함으로써 정체성 개념을 넘어서서 더욱 깊숙하고 철저하게 스스로에 대해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체성 개념이 의미를 가진다면 특정한 정체성이 특정한 기준에 따라 부과될 때가 아니라 이런저런 정체성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고 인정하게 되는 역사적 과정 속에서 그렇기 때문이다. 독특한 것을 사유하는 것이 가진 보편적 가치는 샹탈 자케가 이 책을 ‘모든 계급횡단자’에게 바친 이유일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샹탈 자케
파리 1대학 명예교수이자 근대철학사 전문가이다. 스피노자와 베이컨, 심신 연합과 신체 그리고 후각을 주제로 여러 권의 책을 냈으며 계급횡단자 개념을 통해 비-재생산 현상을 분석하는 사회철학적 작업을 수행했다. 주요 저서로는 『영원의 상 아래서』(Sub specie aeternitatis), 『신체와 정신의 통일성』(L’unité du corps et de l’esprit), 『후각의 철학』(Philosophie de l’odorat) 등이 있다. 개인적 연구 성과 외에도 후진 양성과 학술대회 조직에 힘쓰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파리 1대학에서 주관하는 국제 스피노자 월례 세미나 조직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소르본 철학 논집』(Philosorbonne)을 창간하여 2015년까지 기획 총괄을 맡았다. 2018~2021년에는 파리 1대학 산하의 연구 기관 서양근대철학사연구소(Centre d’histoire des philosophies modernes de la Sorbonne, HIPHIMO)의 소장을 역임했다. 클래시크 가르니에(Classiques Garnier) 출판사에서 발간 중인 “고대인들과 근대인들: 철학 연구”(Les Anciens et les Modernes: études de philosophie) 총서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2023년 영향력 있는 100명의 여성 문화인(100 Femmes de culture)에 선정되었다.
번역 : 류희철
스피노자 철학을 중심으로 17세기 고전 시대 사상의 역사를 전공하고 있다. 규범성과 주체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고전 철학의 논제들을 해석하고 그 개념들을 현재를 사유하는 분석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을 지향한다. 비판이론과 마르크스주의 등 현대 사회철학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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