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의 벽이 세상을 둘로 나눈다고?
세상에는 커다랗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벽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다른 한쪽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 이들은 서로 소통하지도 않고 생활 환경은 물론 생각도 마음도 다르게 살아간다. 한쪽은 지구의 자원을 풍족하게 쓰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얼마 사용하지도 못하는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날이 갈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빈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나라 안에서도 빈부 격차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 빈부 격차가 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떻게 하면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가능할까?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빈부의 벽을 깨러 떠나 보자.
■ 아이들도 빈부 격차 문제를 알아야 할까?
빈부 격차가 심한 사회는 소수의 부유한 사람과 다수의 가난한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중간층이 점점 얇아지는 것이다. 즉 빈부 격차가 심해질수록 대다수의 국민은 가난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니 지금 아이들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큰 문제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더구나 부유함이나 가난함에 따라 불평등이 생기는 건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더 정의로울지 고민해 보기에 현 시점에 빈부 격차 이야기만 한 것이 없다.
■ 피해를 입는 가난한 나라
지구 온난화로 이상 기후가 잦아지고 있다. 갑자기 태풍이 발생하거나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계속되는 일이 벌어진다. 문제는 이상 기후의 피해가 가난한 나라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2022년 파키스탄에 홍수가 덮쳐 나라의 30%가 잠기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부유한 나라에서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에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인데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0.4%밖에 안 되는 반면 부유한 20개의 나라에서 무려 80%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길 게 줄을 서서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있을 때 가난한 나라 콩고의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배터리의 재료가 되는 코발트를 캐기 위해 하루 종일 일을 한다. 우리가 새로운 전자 제품을 구입하고 기존에 쓰던 걸 버리면, 중고라는 이름의 전자 제품 쓰레기가 필리핀, 나이지리아, 케냐 등 가난한 나라로 수출된다. 우리가 매일 풍족하게 고기를 먹고 신선한 야채를 먹는 동안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서는 진흙 쿠키를 구워 먹는다.
부유한 나라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맘껏 쓰는 통에 가난한 나라에서는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나라 간 빈부 격차로 식량, 에너지, 자원 소비 등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 불평등을 겪는 아이들
코로나19 감염병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해야 했다. 학교라는 울타리가 지켜 주지 못하니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과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수업 환경이 달라 학업 성취도에서도 차이가 났다. 게다가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빈부 격차는 건강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과거에는 뚱뚱한 아이가 부유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다면 지금은 빈곤층의 비만율이 더 높다고 한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건강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보다는 영양가는 없고 칼로리만 높은 값싼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주거 불평등으로 피해를 보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아파트 주변으로 학교, 도로, 병원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아파트라고 다 같은 아파트도 아니다. 이름 있는 아파트, 이름 없는 아파트, 임대 아파트 등으로 나뉜다. 그래서 어디 사느냐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어른들의 행동에 아이들도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 빈부 격차를 해결할 수 있을까?
빈부 격차는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생기는 것이니 모두가 경제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경제로 풀 수 없음을 강조한다.
먼저 모두가 부유하게 사는 게 가능한 것인지 경제적으로 생각해 보자. 돈을 많이 만들면 될 것 같지만 그랬다가는 돈의 가치가 떨어져 큰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물건을 많이 만들어 물건 값을 낮추면 모두가 부유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도 불가능하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이고 모두가 풍족한 자원을 쓰려면 지구가 다섯 개는 필요하다.
다음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면 모두가 풍요로운 게 가능한지 생각해 보자. 과거에는 경제 성장으로 부유한 나라가 많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 성장에도 한계가 생겼고, 나라가 부유해진다고 해서 모두가 잘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경제 성장을 이루는 나라가 있으면 반대로 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나라도 있게 마련이다.
결국 해답은 정치다. 경제의 문제로만 보면 빈부 격차는 해결할 수가 없다. 모두를 부유하게 만들지 말고 누구나 적당히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정치가 문제를 풀어 나가면 어떨까? 그리고 성장하는 발전 말고 생산도 소비도 줄이는 줄이는 발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