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관점에서 볼 때 야생 고양이는 기존의 가축들과 달리 가축화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동물이었다. 사회성이 전혀 없었고, 특정한 종류의 고기만 먹었으며, 무엇보다도 사람의 명령에 거의 복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집에서 키웠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초기의 농부들은 야생 고양이가 쥐를 잡아주고 일종의 무료 해충 제거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들의 존재를 용인했을 것이다. 그 후손 중 하나인 오늘날의 집고양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고양이는 정말 가축화되었을까〉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고양이 오줌 냄새와 특정한 식물 또는 음식의 냄새가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냄새에 대한 상상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걸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고양이 오줌에서 냄새를 발생시키는 티올 성분이 소비뇽 블랑이라는 청포도 품종이나 블랙커런트 등에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정한 홉으로 만든 맥주, 갓 짜낸 자몽 즙에도 이 ‘고양이’ 성분이 포함돼 있다. 티올 분자는 고농도로 존재할 때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지만, 아주 낮은 농도로 존재할 때는 산뜻한 맛이 나는 소비뇽 블랑에서처럼 과일 향을 낸다. ― 〈끔찍한 오줌 냄새는 집사의 숙명〉 중에서
고양이 주인들에게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낯선 고양이의 냄새를 맡게 했을 때 그들이 정답을 맞힌 비율은 무작위적인 선택에 비해 높지 않았다. 이 결과는 다른 실험에서 개 주인이 냄새로 자신이 키우는 개를 식별해낸 비율이 88.5%에 이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몸을 매우 열심히 그루밍하기 때문에 개보다 냄새가 덜 난다는 데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 〈집사의 후각도 그렇게 나쁘진 않아〉 중에서
고양이는 왜 우리에게 야옹거리는 걸까? 고양이들은 인간과 1만 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하면서 인간이 냄새, 꼬리나 귀의 움직임으로 발하는 미묘한 신호들, 즉 고양이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모양이다. 고양이들은 사람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그것도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적응력이 뛰어난 고양이에게 새끼고양이 시절 어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냈던 발성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을 테다. ―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이유〉 중에서
사람들이 흔히 슬프다고 느끼는 고양이의 특별한 발성이 있다. 바로 ‘소리 없는 야옹’이다. 이 발성은 매우 효과적이며, 폴 갈리코가 재미있고 매력적인 책 《멍청한 인간들과 공존하는 몇 가지 방법》에서 다루기도 했다. 고양이는 최대한 인간의 심금을 울려야 하는 순간을 위해 ‘소리 없는 야옹’을 비축해두는 모양이다. 일단 사람의 시선을 끈 뒤 소리 없이 입만 뻐끔거리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낸다. 갈리코는 이 책에서 고양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장난기 어린 조언을 남겼다. “남용해서는 안 되며, 적절한 순간을 위해 아껴두어야 한다.” ―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중에서
만약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 꼬리가 씰룩거리다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고양이가 과도한 자극을 받고 있다는 뜻이므로 당장 쓰다듬기를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을 물릴 수도 있다. 알퐁스 그리말디가 말했듯 “고양이 꼬리가 좌우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것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겠다는 뜻”이다. ―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몸으로 말해요〉 중에서
인간과 함께한 고양이의 운명은 롤러코스터와 비슷했다. 대담하거나 수줍은 성격이 어느 한 순간에 유리하거나 불리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성격이 어떻든 사람들의 존중을 받으면서 번성할 수 있었다. 반면 중세 시대에는 수줍은 고양이가 이득을 봤을 수도 있다. 당시 고양이는 사람들의 핍박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 〈동물도 성격이 있을까〉 중에서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고양이는 단연 검은 고양이다. 주술과 악마, 일부 지역에서는 불운과 연관되는 검은 고양이는 그 오명을 떨쳐내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게다가 요즘은 사진을 찍을 때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도 기피의 대상이 된다. 검은 고양이의 감정을 읽는 것이 더 어렵다는 편견도 검은 고양이 입양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 센터의 검은 고양이 입양 현황을 살펴보면, 새끼고양이든 성묘든 검은 고양이는 검은색이 아닌 고양이에 비해 입양되는 데 2일에서 6일이 더 걸리며, ‘턱시도’ 고양이처럼 흰색 털과 검은색 털이 섞인 고양이에 비해서도 3일 정도 늦게 입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털 색깔이 성격을 말해준다면〉 중에서
고양이 옹호론자 중에는 고양이도 개처럼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유익한 ‘역할’을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노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는 1870년대의 ‘집고양이 지위 향상을 위한 벨기에 협회’다. 이 단체는 고양이의 재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고, 고양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냈다. 고양이는 길 찾기 능력이 뛰어나므로 우편배달 일을 시키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 〈우리가 고양이를 키우는 이유〉 중에서
놀라운 사실은 고양이가 자신의 언어와 매우 다른 인간의 언어를 활용하고, 인간에 맞춰 의사소통 방식을 조정함으로써 우리의 관심을 끌고 원하는 것을 말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고양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를 잘 이해한다. 고양이와 인간의 의사소통은 이제 진화할 만큼 진화한 것일까? 고양이가 인간 세상에 적응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가 끝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