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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

성선택 이론이 보여주는 진화의 신비


  • ISBN-13
    979-11-88569-58-8 (03490)
  • 출판사 / 임프린트
    플루토 / 플루토
  • 정가
    18,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3-1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다지마 유코
  • 번역
    명다인
  • 메인주제어
    수학, 과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찰스다윈 #다윈 #짝짓기 #번식 #진화 #동물의번식 #짝짓기의진화 #동물의구애 #동물의출산 #동물의생존법 #구애전략 #수학, 과학 #성선택 #자연선택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7 * 210 mm, 256 Page

책소개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은 찰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중심으로, 동물들의 다양한 번식 전략과 종족 보존 전략을 보여준다. 성선택 이론은 짝을 찾고 자손을 남기기 위해 동물들이 발달시킨 특징과 행동을 잘 설명한다. 생존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인 특징이나 행동이 오히려 짝을 찾을 때는 유리하기 때문에 계속 유지되어 종족 보존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 범고래의 큰 등지느러미, 수컷 일각고래의 커다란 엄니, 수컷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 등은 모두 짝짓기에 성공하기 위해 수컷들이 내세운 전략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대부분 수컷이 지불한다. 화려한 겉모습을 유지하면 에너지도 많이 들고, 천적에 발견되기도 쉽다. 또한 수컷들끼리의 경쟁도 매우 치열해서 목숨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반면 암컷은 평온하다. 수컷의 눈길을 잡아 끌 필요도 없고, 마음에 드는 수컷을 선택만 하면 되니 도도해 보인다. 

하지만 암컷이라고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험천만한 자연에서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까지 해내려면 그들만의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은 해양 포유류와 육상 포유류의 구애 전략, 수컷과 암컷의 번식 전략, 그리고 새끼들의 생존 전략을 통해 동물세계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태를 조명한다. 저자는 동물의 번식과 생존 전략을 통해 생명의 신비와 가치를 보여주며, 독자에게 동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간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목차

1장 망망대해에 울려퍼지는 고래의 노래 해양 포유류의 구애 전략 

 

INTRO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다 

 

등지느러미 크기는 힘의 증거 

범고래는 등지느러미로 유혹한다 | 해양 포유류의 등지느러미, 어류의 등지느러미

노래를 불러 뒤돌아보게 한다

청각에서 힌트를 얻은 혹등고래 | 한 번도 본 적 없는 짝을 만나려고 부르는 노래

수컷의 다정함을 이용하는 암컷

상처투성이 수컷이 인기가 많다

민부리고래의 상처는 사나이의 훈장

짝을 만나겠다고 이빨 기능을 버린 일각고래

일각고래 엄니 품평회

해달의 애정 표현은 너무 아프다

수컷이 암컷을 물어뜯는 이유

 

COLUMN 해저에 나타난 미스터리 서클

 

2장 은빛으로 반짝이는 고릴라의 등 육상 포유류의 구애 전략

 

INTRO 짝짓기를 위해 목숨을 걸다

 

은빛으로 빛나는 등은 성숙의 상징

남자는 말을 아끼고 등으로 말하라 | 볼록 튀어나온 정수리로 유혹하다

고릴라의 드러밍에 숨은 비밀

힘이 센 오랑우탄은 얼굴이 크다

있다 없다 하는 플랜지

평생 자라는 바비루사의 이빨

구애인가, 생명의 위협인가

크고 아름다운 뿔과 구애의 대가

수컷 사슴을 덮친 비극 | 사슴과 소의 뿔은 다르다

고라니의 엄니, 가지뿔영양의 뿔 | 기린의 뿔, 코뿔소의 뿔

코가 클수록 인기 있는 코주부원숭이

코주부원숭이의 코와 고환 크기의 관계

맨드릴개코원숭이는 화려한 얼굴로 유혹한다

맨드릴개코원숭이 세계의 ‘잘생긴 얼굴’ | 색깔이 선명하게 보이는 원리

 

COLUMN ‘핸디캡’인데 인기를 얻다

 

3장 전광석화같은 염소의 교미 수컷의 번식 전략

 

INTRO 얼마 없는 기회를 잡아라

 

음경이 가장 큰 포유류 북방긴수염고래 

무지막지하게 큰 음경과 정소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수산회사의 길조를 염원하는 상징물

염소의 교미를 놓치지 말아라

천적의 습격을 피하기 위한 전략

말의 플레멘 반응은 흥분 표시

서골비 기관의 역할

잠금형 음경, 나선형 음경

한 번 들어가면 빠지지 않는 형태 | 암컷을 배려한 다정한 음경

음경 안에 뼈가 있는 바다코끼리

교미를 확실하게 완수하기 위해

가시로 배란을 유도하는 사자

고양잇과의 음경 전략 | 목숨을 걸고 영역을 지키는 이유

암컷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수컷

숨어 있는 고환의 수수께끼

고환을 몸 안에 고정시킨 바다표범 | 수컷도 암컷도 모두 힘들다

 

COLUMN 암컷에게 흡수되는 수컷

 

4장 돌고래는 아기를 거꾸로 낳는다 암컷의 번식 전략

 

INTRO 태반이라는 따뜻한 전략

 

가장 단순한 자궁을 가진 동물

인간과 같은 자궁을 가진 원숭이 | 하늘을 나는 포유류, ‘박쥐’

새끼를 성장시킨 후에 낳는 말

난산이어도 성장시켜서 새끼를 낳는 이유 | 고래는 왜인지 왼쪽에 임신한다

한 번에 많이 낳는 토끼

다태동물의 놀라운 발상 | 번식능력이 높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 쌍둥이를 낳는 원리

인간은 왜 출산이 어려울까 

결합이 강한 태반의 이점 | 출산이 오래 걸리는 이유

돌고래는 꼬리부터 나와야 순산 

잘 떨어지는 태반의 이점 | 바다에서는 역산이 순산이다 | 태반은 아무튼 대단하다

포유류인데 알을 낳는 오리너구리

껍질째로 알을 낳고 젖을 먹인다

 

COLUMN 암수 성별을 결정하는 2가지 요인

 

5장 새끼 코끼리는 웃는다 새끼의 생존 전략

 

INTRO 살아라! 살아라! 살아라!

 

코끼리는 웃는다

코끼리는 입으로 모유를 먹는다 | 웃고 있는 포유류, 웃을 수 없는 파충류

새끼를 안고 수유하는 듀공

인어 전설의 기원 | 포유류의 젖꼭지는 원래 14개? | 새끼 돼지의 생존 경쟁

고래의 혀에 보이는 장식 

물속에서도 모유 먹기가 쉽다 | 젖꼭지를 물면 떼지 않는 캥거루 | 캥거루의 기발한 발명

기린은 물범의 모유로 자랄 수 없다

고지방 모유로 자라는 물범 | 수분에 가까운 모유로 자라는 기린 | 모유는 맞춤 생산

철저하게 숨는 새끼들

말레이맥과 사슴의 새끼 | 빛을 이용하는 망치고래 | 하얀 세상과 갈색 세상

아기가 귀여워 보이는 이유

귀여움의 황금비율 | 냄새 전략

 

본문인용

그중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뇌가 두드러지게 발달했다. 덕분에 정말로 다양한 것들을 발명하고 발전시켜 지금의 번영을 이룩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도 있다. 나 또한 이런 경향이 있고, 이는 성과 번식을 고찰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에 비해 동물이 성과 번식에 임하는 자세는 직접적이고 단순한 동시에, 진지하고 한결같다. 

수컷은 필사적으로 구애하고 암컷은 도도하게 지켜본다.

부모는 온 힘을 다해 새끼를 키운다.

새끼는 힘이 없지만 어떻게든 죽을힘을 다해 살아남는다.

여기에는 ‘생명을 이어간다’는 명료한 목적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세상을 살아가는 동물들의 태도를 알면 ‘더 단순하게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모양 빠지게 살아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12~13쪽

 

동물의 우선순위는 얼마만큼 번식 행동이 성공하여 자손을 많이 남기는가를 기준으로 정해지며, 여기에 모든 걸 건다. 다소 현실적인 데다 낭만은 손톱만큼도 없어 보이지만 그만큼 종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생명을 부여받은 개체는 사명감을 가지고 본능적으로 번식에 온 힘을 쏟는다. 

번식기의 암컷과 수컷은 교미를 통해 더 많은 자손(유전자)을 남기려 할 뿐이다. 그러나 남녀 관계가 제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은 동물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암컷에게 거부당한 수컷은 자손을 남기지 못한다. 그래서 수컷은 죽을 힘을 다해 구애한다. 때로는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교미를 시도한다. 포기하지 않고 작전을 실행하면서 목숨을 챙길 겨를이란 없다.

암컷은 기본적으로 ‘기다리는’ 자세를 취한다. 수컷의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낌새는 찾아볼 수 없다. 혼신을 담은 수컷의 구애 전략을 도도하게 지켜보다가, 더 뛰어난 생존 능력을 지닌 수컷의 유전자를 획득한다. 동물 세계에서 교미 전까지 주도권과 선택권은 철저히 암컷의 몫이다. -20~21쪽

 

혹등고래의 노래는 해마다 달라진다. 번식기 초에는 작년에 부른 노래를 부르던 개체도 어떤 혹등고래가 신곡을 부르면 그 번식 해역의 혹등고래들이 금방 신곡을 따라 불러서 유행가가 된다. 도대체 어느 고래가 처음 신곡을 부르고 또 그 노래는 어떻게 확산되는지, 그 메커니즘은 지금도 연구하고 있다. 다만 북반구에서 는 서쪽에서 동쪽 해역으로 퍼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즉 섭식 해역에서 노래 대항전이 시작되는 걸로 보인다. -35~36쪽

 

그런데 그다음부터 무시무시한 상황이 전개된다. 수컷이 암컷의 등 뒤로 몸을 휙 틀어서 대뜸 암컷의 코를 물어뜯는다. 그리고 그 자세로 교미를 시작한다. 도대체 왜 물어뜯는 것일까? 그렇게나 사이좋아 보였는데 말이다.

수컷이 암컷을 물어뜯는 가장 큰 이유는 교미 시 체위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달은 불안정한 바다 위에서 교미하기 때문에 암컷의 움직임을 통제해서 확실하게 교미하려고 한다. 게다가 수컷이든 암컷이든 교미하는 중에도 호흡은 해야 한다. 수컷이 암컷의 코를 물어 머리를 해수면 위에 고정하여 서로 호흡을 확보하면서 독특한 방식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50~51쪽

 

이렇게 보면 인간의 구애는 몸의 일부를 변화시키거나 웅장한 둥지를 만들어 관심을 끄는 동물에 비해 소극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마음에 둔 이성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경쟁자의 눈을 피해 은밀히 신호를 보내는 등 복잡한 두뇌전도 펼친다.

16세기 의학자이자 해부학자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뇌라고 했는데, 구애 활동을 살펴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다양한 지구 환경에서 서식지를 확장시킨 생물 중 으뜸은 단연 포유류다. 기나긴 세월을 거치며 끊임없이 방법을 모색해 구애 전략이 놀랄 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61쪽

 

수컷의 노력이 암컷의 기대와 일치하여 교미할 기회가 주어져도 시련은 계속된다. 수컷은 암컷이 교미를 허락하는 신호와 동시에 생식기를 준비시켜 교미 행동을 해야 한다. 야생 환경에서 교미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수컷은 번식에 성공해야 한다. 엄청난 압박감이 내리누른다.

설상가상 천적이 언제, 어디서 습격할지 알 수 없고, 경쟁자들은 기회를 빼앗을 계획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암컷이 변덕을 부릴 수도 있다. 결국 수컷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교미 방법과 생식기의 형태 및 구조를 진화시켰다. -110~111쪽

 

수컷이 무리를 지키고 있지만, 교미 주도권은 암컷이 쥐고 있다. 암컷이 주도권을 행사하면 수컷은 절대 거절할 수 없다.

사자의 교미는 몇 초 안에 끝나지만, 음경을 뺄 때 음경의 가시가 질에 상처를 내서 암컷이 앙칼지게 울며 고통스러워할 때도 있다. 심지어 교미 중에는 수컷이 암컷의 목덜미를 물어 꼼짝 못 하게 만드니 괴로워 보이기만 한다. 그런데도 교미가 끝나면 암컷은 같은 수컷 또는 다른 수컷과 교미를 반복해 임신 확률을 높인다. -141쪽

 

앞서 번영을 누리던 공룡과 파충류는 알을 낳고 나면 성장하기까지 어미가 돌보지 않는다. 대신 알을 대량으로 낳아 포식자로부터 살아남는 식의 양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반면 포유류는 소수이던 시대부터 암컷의 체내에 있는 태반에서 새끼를 발육시키는 전략을 고안해냈다. 그 결과, 어미는 배 속에서 새끼(태아)를 발육시키는 동시에 어미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어미와 새끼가 함께 이동했다.

양으로 승부하는 전략과는 달리 한 번에 낳는 새끼의 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외부의 적과 천적 등 외부 리스크가 급감하면서 소수의 새끼를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었다.

환경 변화나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일어날 때도 있지만, 오늘날 포유류는 지구상 곳곳에 있고 압도적인 생태적 지위도 손에 넣었다.

수컷 포유류가 오랜 세월을 거쳐 번식에 얽힌 생식기나 생식선을 변화시켰듯이, 암컷도 자손을 남기는 데 최적화된 자궁과 태반을 선택했다. 동물은 저마다의 생활 양식에 따라 형태와 구조를 다양하게 진화시켰다. -158~159쪽

 

생쥐의 임신 기간은 겨우 20일이다. 출산이 가능한 시기도 다른 동물보다 빠른 편이라 생후 10주쯤부터 임신이 가능하다. 한 번의 출산으로 6~10마리 새끼를 낳아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번식 시기는 보통 봄과 가을이지만 사실 1년 내내 번식할 수 있다. 그래서 암컷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인생, 아니, 쥐생의 대부분을 번식에 바치는 셈이다. 이는 생쥐의 생명이 굉장히 짧다는 특징과도 연결된다. 생쥐의 수명은 인간의 손을 탄 환경에서는 1~2년, 야생에서는 4개월 정도다. 암컷은 생명이 주어진 순간부터 수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새끼를 낳는다. -175쪽

 

인간은 임신과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엄마와 아이는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이외의 포유류는 기본적으로 어미 혼자 출산하고 육아한다. 오롯이 혼자 감당해내는 독박 육아다. 그래서 어미뿐 아니라 새끼도 바깥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이미 다양한 생존 기술을 알고 있다. 어떻게 모유를 먹는지, 어떻게 외부의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는지, 심지어 부모에게 보호받는 전략까지 말이다.

구애를 위해 계속해서 전략을 짜는 수컷, 더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냉철하게 고르는 암컷이 만나 교미하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새끼가 무사히 커서 생명을 계승할 때 비로소 목적이 달성된다.

구애부터 번식에 이르는 과정의 종착지이자, 지금까지의 발상과 노력이 집대성된 결과가 바로 새끼의 생존 전략이다. -203쪽

 

이 책의 주제는 성선택(성도태)이 중심이다. 성선택은 현재 진화생물학에서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문에서도 설명했지만, 자연선택(자연도태)은 일반적으로 주변 환경이나 조건에 적응한 생물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한편 생존에 직접적으로 필요하거나 의미는 없지만, 배우자 선택과 배우자를 차지하려는 투쟁에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발상과 전략과 적응이 가능한 생물(개체)은 살아남고 자손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쇠퇴한다. 이 현상을 성선택이라고 한다.

찰스 다윈도 진화론과는 별도로 성선택의 이론과 원리를 발견했다. 다윈이 그 이론을 발견한 배경에는 다양한 동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얻은 깊은 통찰이 깔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윈과 같은 시선에서 동물을 보는 시간이 되었다면 기쁠 따름이다. -251~252쪽

서평

혹등고래는 왜 망망대해에서 노래를 부를까?

한때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인공 우영우는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고래를 좋아해서, 무슨 일이든 고래와 연관시켜 이야기를 전개하곤 한다. 그래서 한때 혹등고래의 노래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데 혹등고래는 왜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 지능이 높은 생물이니만큼 취미생활이라도 하는 걸까?

혹등고래는 수컷만 노래를 부른다. 수컷 혹등고래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망망대해에서 짝을 찾기 위해서다. 바닷속은 햇빛이 잘 닿지 않아 시각이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냄새 분자가 확산되는 속도도 느려 후각도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반면 수중에서 소리가 전파되는 속도는 대기보다 4배나 빠르다. 넓디넓은 바다에서 보이지도 않는 암컷 혹등고래에게 “나 여기 있어요~” 하고 보내는 신호가 혹등고래의 노래다.

혹등고래의 노래는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해마다 ‘신곡’이 나오고, 히트를 친 신곡은 유행가가 되어 그 지역의 혹등고래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다 따라부른다.  

수컷 혹등고래가 노래를 만들어 부르며 필사적으로 짝을 찾는 동안 암컷 혹등고래는 아주 여유롭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주위에는 수컷이 넘쳐난다. 암컷은 수컷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고, 그저 마음에 드는 수컷들을 내키는 만큼 골라 여러 번 교미해 확실하게 임신하고, 출산한 다음에는 육아에만 전념한다. 

 

다윈이 발견한 또다른 자연선택, 성선택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은 성선택(성도태) 이론을 중심으로 동물세계의 번식 활동과 종족보존 전략을 보여준다. 자연선택(자연도태)과 비교하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이론 역시 찰스 다윈이 발견했다. 

다윈에 따르면, 주변 환경이나 조건에 적응한 생물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사라졌다. 자연선택의 결과다. 그런데 다윈이 보기에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략도 존재한다. 생존에 직접적으로 필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불리한데, 배우자에게 선택받거나 배우자를 차지하려는 투쟁에서 유리한 덕분에 자손을 남길 수 있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바로 성선택이다. 

성선택은 현재 진화생물학에서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예로는 수컷 범고래의 쓸데없이 큰 등지느러미, 수컷 공작새의 낭비스러운 장식깃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동물 세계에서는 이 모든 부담을 거의 대부분 수컷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컷은 암컷에게 선택받아 자기 자손을 남기기 위해 때로는 목숨까지 걸지만, 암컷은 여유롭고 도도하다.  

 

해양동물과 육상동물, 암컷과 수컷, 새끼까지, 놀라운 생존 전략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에서는 다양한 동물의 번식과 출산, 육아에 관한 생태를 다룬다. 범고래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등지느러미를 지닌 것도, 혹등고래가 3,00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들리도록 노래를 부르는 것도, 민부리고래가 온몸에 상처를 입으면서 싸우는 것도, 일각고래가 유니콘이라고 오해받을 만큼 위턱의 앞니를 키우는 것도, 해달이 암컷을 물어뜯는 것도 모두 짝짓기를 위해서다. 고릴라의 실버백, 오랑우탄의 플랜지, 바비루사의 엄니, 사슴과 기린, 코뿔소의 뿔, 코주부원숭이의 덜렁거리는 코, 맨드릴개코원숭이의 화려한 얼굴색은 짝짓기와 관련되어 기관이 발달한 결과다.

돌고래가 아기를 거꾸로 낳는 것도, 난산의 위험에도 말이 새끼를 다 키워서 낳는 것도, 토끼가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것도 위험에 노출된 자연에서 최대한 많은 새끼를 안전하게 낳고 한 마리라도 더 많이 키워내기 위해서다. 

이렇듯 다양한 동물의 고환과 자궁의 형태, 번식 양태, 출산과 육아의 방식 등은 더 많은 자손을 남기려 처절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각고의 노력을 다양하게 기울인 결과, 동물은 각양각색의 번식 행동과 몸의 구조를 발달시켰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고도 극적인 과정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경이롭다.

 

치열한 짝짓기는 생존 그 자체

저자 다지마 유코는 범고래의 매력에 빠져 해양 포유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의학의 지식과 견문을 바탕으로 바다와 육상에 사는 포유류의 번식 전략에 해박하다. 

이 책은 5장에 걸쳐 포유류의 번식과 생존 방식을 다룬다.

1장 망망대해에 울려퍼지는 고래의 노래-해양 포유류의 구애 전략2장 은빛으로 반짝이는 고릴라의 등-육상 포유류의 구애 전략으로, 해양 포유류와 육상 포유류가 번식을 위해 어떤 구애 전략을 펼치는지 설명한다. 

해양이든 육상이든 동물들은 나름의 상황에 맞춰 번식을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몸을 변형시킨다. 1장에서는 범고래의 등지느러미, 혹등고래의 노래, 민부리고래의 상처, 일각고래의 엄니, 해달의 구애 전략, 복어의 미스터리 서클을 통해 해양 포유류의 구애 전략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고릴라의 실버백과 드러밍, 오랑우탄의 플랜지, 바비루사의 이빨, 사슴과와 솟과 동물의 뿔, 코주부원숭이의 코, 맨드릴개코원숭이의 얼굴 색깔을 통해 해양 포유류와는 다른 형태로 발달한 육상 포유류의 구애 전략과 몸의 기관을 살펴본다.

3장 전광석화같은 염소의 교미-수컷의 번식 전략, 4장 돌고래는 아기를 거꾸로 낳는다-암컷의 번식 전략으로, 수컷과 암컷의 번식 전략을 소개한다. 

고래, 염소, 말, 바다코끼리, 사자, 바다표범 등의 고환과 음경 전략을 설명하면서, 생식기가 왜 그런 형태가 되었는지, 교미 방식은 어떻게 선택하게 됐는지 알아본다. 포유류는 모두 자궁과 태반으로 번식하지만, 자궁과 태반, 출산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러나 아무리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도, 그런 형태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5장 새끼 코끼리는 웃는다-새끼의 생존 전략에서는 새끼 동물들의 본능적인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야생동물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생명을 위협받는다. 따라서 태어나자마자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고민한다. 새끼 동물들이 미소 짓는 것처럼 보이거나 귀여워 보이는 황금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는 포유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신비로운 전략이기도 하다. 

자손과 종의 번영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치는 치열한 동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늘 한결같이 진지하다. 

 

 

왜 짝짓기인가?

동물은 눈물겨운 구애, 번식, 생존 전략을 통해 삶을 살아가고 종을 이어나간다. 맹목적이라서 바보 같아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동물의 행위에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경이로운 발상과 섬세한 전략, 필사의 노력이 숨어 있다.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의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살아나가는 동물을 보며 생명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기쁨과 용기를 얻는다고 말한다. 그만큼 ‘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인간은 동물만큼 절박하지도 않고 생존을 위협받지도 않지만, 만족할 줄 모르고 즐기지도 못한다. 그럴 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을 보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을 읽으며, 동물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동물을 이해하면서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을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다지마 유코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동물연구부 척추동물 연구그룹의 책임연구자인 저자는 학부 시절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야생 범고래의 매력에 빠져 해양 포유류 연구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일본수의생명과학대학(옛 일본수의축산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농학생명과학연구과에서 수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동 연구과의 특정연구원을 거쳐 2005년부터 미국의 Marine Mammal Commission의 초빙연구원으로서 텍사스 대학원 학부와 The Marine Mammal Center에서 연구했고, 2006년에 국립과학박물관 동물연구부 지원연구원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쓰쿠바대학 대학원 생명환경과학 연구과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해양 포유류가 스스로 해안가로 올라와 죽음을 맞이하는 스트랜딩(stranding) 현상과 이렇게 죽음을 맞이한 개체의 해부 조사 및 박물관 표본화 작업을 위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수의학 지식과 견문을 바탕으로 바다와 육상에 사는 포유류의 번식 전략에 해박하다.
지은 책으로 《해양 포유류학자, 고래를 해부하다(海獣学者、クジラを解剖する)》 등이 있다.
번역 : 명다인
중앙대학교에서 무역학과 일본어문학을 전공했다. 무역회사에서 수출입과 통번역 업무를 담당하며, 책 번역의 꿈을 키웠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내가 바퀴벌레를 오해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부모를 이해하는가》 《인상의 심리학》 등이 있다.
감수 : 변재원
아쿠아플라넷 일산 진료수의사와 천안 24시동물메디컬센터 진료수의사를 거쳐 현재 청주동물원에서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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