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하는 미세먼지는 미국, 일본에서도 그 나라의 언어로 표현되는데, 그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란 말과 영어에서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fine particles’가 의미하는 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 독자들이 영문 잡지, 혹은 영문으로 된 논문에서 이 단어를 접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미세먼지 의미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주로 ‘微小粒子狀物質’(미소 입자상 물질), ‘浮遊粒子狀物質’(부유 입자상 물질) 등으로 표현하는데, 이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와 차이가 있다. --p.19
대다수 국민들이 우리 정부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대부분의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오는데 왜 그것에 대해 우리가 강력하게 항의 및 대응 혹은 피해보상 청구를 못 하는가?’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복잡한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분석에 대한 과학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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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중학교 2학년 서울로 전학을 오기 전까지, 친구들과 작은 하천인 서천에서 견지낚시 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겨울이 지나 봄철이 오면, 학교를 파하자마자 어머님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바로 낚싯대를 챙겨 서천으로 달려가곤 했는데, 이때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자주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내 주 주변에 가까운 산들이 많은데, 이렇게 맑은 봄날에도 항상 왜 저렇게 맑지 않고, 뿌옇게 보일까?’라고 생각했다. 공기가 맑으면 산들이 뚜렷하고, 깨끗이 보여야 하는데 말이다. --p.85
런던의 지하 역사 자료는 비교적 최근 자료인데, 2020년 초미세먼지 농도는 135㎍/㎥이었다. 다소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2010년부터 2013년 토론토에서는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농도가 125㎍/㎥와 304㎍/㎥로 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워싱턴 DC, 보스턴, 뉴욕의 2019년 지하 역사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341㎍/㎥, 327㎍/㎥, 664㎍/㎥라는 엄청난 수치를 나타냈다. 서울시가 대기 중 초미세먼지를 공식적으로 측정한 이래 가장 나빴던 날은 2019년 3월이었다. 그 당시 일평균 농도가 135㎍/㎥이었음을 고려해 보면 미국의 주요 도시 지하 역사의 초미세먼지 수준은 얼마나 심한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p.108
미세먼지로 크게 떠들썩했던 시기에, 어느 한 기후변화 전문가가 “대기오염이 산들바람이라면 기후변화는 태풍이다”라는 비유적 표현을 쓰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전문가에겐 그만큼 기후변화가 대기오염이나 대기질에 비해 우리 미래 세대에 주는 다른 영향력이 클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재난적, 극단적인 피해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평생 지속해서 숨 쉬며 노출되는 것이 대기질이라고 생각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질 변화도 우리와 미래 세대에겐 매우 중요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p.125
2014년에 개봉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 영화에 나오는 거대한 모래폭풍을 연상케 했다. 이 영화를 관람할 당시, 가까운 미래의 지구에서 발생한 거대한 모래폭풍이 사람과 동식물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어, 더 이상 생명체가 생존할 수 없는 지경의 안타깝고 두려운 장면들에 놀랐다. 몽골의 모래폭풍은 그 영화에 버금갈 정도였던 것 같다. 도시의 거의 모든 시설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그곳 주민들은 몇 시간 동안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고 한다. --p.129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1군 발암물질은 ‘1급’ 혹은 ‘1등급’의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1급이나 1등급이란 단어에는 통상적으로 순위의 의미를 내포하는데, 일반 사람들에겐 1급(1등급)이 2급(2등급)보다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기가 쉽다. 우리는 국제암연구소의 발암물질 분류 방식이 인과성에 따른 분류임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같은 군에 속해 있어 발암 가능성이 같다’거나, 혹시 ‘2군에 속해 있어 1군보다 위해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60
고등어와 삼겹살 구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즐기는 요리 중 하나이다. 이들 요리가 심각한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고 하니, 화도 나고, 당황스럽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고등어와 삼겹살 구이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고 하여 이 요리를 멀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내에서 굽거나 튀기는 요리를 할 때, 환기 등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주부들의 건강을 해치는 매우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 p.174-175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는 것은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할 수 있지만, 국가나 지방정부의 정책적 역할이 크다. 그런데 대기에 발생한 미세먼지로부터 회피하는 건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개인의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주 사소한 습관이 평생 동안 노출되는 미세먼지 양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적은 양이라도 미세먼지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평생 노출된 총량에 따라 인체 영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실적이며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무작정 활동량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