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가도 땀이 뻘뻘 나는 인생이라는 길에서 나는 내 몸무게의 반이 넘는 다리 없는 개를
업었다가 질질 끌었다가 같이 앉았다가 하며 가야 했다. 남들이 차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나를 앞서갈 때 나는 모리와 함께 점점 더 뒤처졌다. 12p
★ 조금 다르게 태어났다고 해서 꼭 죽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누가 데려가면 좋을 텐데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병원에서 돌봐야 할 개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 아이도 다른 여느 개와 다르지 않은, 내게는 똑같은 개였다. 그때는 몰랐다. 이 애가 매일 한 방울씩 나에게 특별해질 줄은. 15p
★ 친구가 나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런 개를 도대체 어떻게 키워?” 65p
★ 모리는 다른 개들과 조금 다르다. 불안하고 두려움이 많은 개다. 모리는 대형견이고, 장애견이다. 모리는 공격성이 있다. 나는 그런 모리를 나의 존재보다 더 사랑한다. 76p
★ 나는 몰랐지만 모리는 변함없이 늘 내게 행복을 주고 있었다. 내가 모리에게 느끼는 책임감이 너무 커서 그걸 모르고 있었다. 반려동물은 존재만으로도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더 책임감 있게,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였다. 82p
★ 모리 덕분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내가 만약 좋은 수의사가 된다면 그건 다 모리 덕분이다. 168p
★ 모리와 함께 살면서 그때서야 나는 사람들이 모리를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리가 혹시라도 공격할까 봐 그러는 걸까? 모리가 다리가 하나 없어서? 아니면 털이 까만색이라서? 덩치가 너무 커서? 아마도 전부 다 정답일 것이다 179p
★ 모리가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안락사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답은 ‘아니다’였다. 모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모리의 눈에서 더 먹고 싶고, 더 놀고 싶고, 더 뛰고 싶다는 마음을 느꼈다. 모리의 삶이 괴롭고 고통스럽게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모리에게 더 살아갈 기회를 주고 싶었다. 194p
★ 장애견과 함께하는 삶은 종일 쫓아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하는 희생과 봉사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모리는 많은 것들을 자기가 알아서 한다. 모리는 다른 개들보다 조금 느린 것 말고는 크게 다르지 않다. 침대로 점프를 해서 올라오기도 하고, 세 다리를 열심히 잘 쪼그려 응가도 잘한다. 힘은 조금 부족하지만 앞다리로 붙잡고 뼈다귀도 야무지게 뜯을 수 있다. 속도를 내서 달리다가 장애물이 나타나면 모리는 세 다리를 조절해 가며 요리조리 잘 피한다.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동물들은 생각보다 잘 적응해 나간다196p
★ 어느 날은 다른 개가 모리를 보고 짖자 “너 불쌍한 애한테 짖으면 안 돼!”라고 큰소리로 혼내는 게 아닌가. 정말 복잡한 기분이었다. 모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19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