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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 ISBN-13
    978-89-7973-622-9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전망 / 도서출판 전망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1-1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윤길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해양소설 #해양중편소설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00 mm, 304 Page

책소개

선장 출신으로 시인이자 소설가로 꾸준히 활동해 온 이윤길 작가의 해양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남태평양」 「북태평양」 「남서대서양」이라는 굵직한 중편소설 3편이 실려 있다.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태평양」은 요트를 타고 남태평양을 홀로 항해하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사랑에 도전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북태평양」에서는 원양어선 선원으로 시작하여 선장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하였던 작가의 자전적 생존기를 담고 있다. 「남서대서양」은 포클랜드 인근으로 출어한 원양어선의 조업 전개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고난과 모험 속에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려는 바다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의 서사를 통하여 인간 존재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소설집이다.

목차

작가의 말


 

남태평양

북태평양

남서대서양


 

작품 해설/잃어버린 영혼을 찾는 모험의 행로/김경복

본문인용

1.


 

잔뜩 흐려있던 하늘에서 가랑비까지 찔끔거렸다. 바람도 거세지기 시작했다. 편동풍이 3일 동안이나 불고 있었다. 수평선에서는 그르렁거리는 천둥소리만 들려올 뿐 바람은 잦아들 기미조차 없었다.

바우로 넘쳐드는 파도는 세일데크를 물바다로 만들며 이사벨라 항로까지 허옇게 지웠다. 타륜을 잡고 있는 그녀는 몰려오는 두려움으로 떨었다. 그녀가 그토록 고대해온 일이었으나 막상 산더미 같은 파도와 맞닥뜨리니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바다, 하늘, 파도…. 이사벨라는 바우를 향해 밀려오는 폭풍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마구 흔들렸다. 그녀는 이사벨라가 파도에 짓눌려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릴 때마다 ‘이제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습기로 뒤덮인 대기는 후덥지근했고, 파도는 마치 거대한 붕새가 수평선을 삐죽삐죽 쪼아놓은 것처럼 날카로웠다.

-언제쯤 이 광란의 파티가 끝날까?

리우데자이네루항 예수상이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뱃사람을 맞듯 바람을 잔뜩 머금은 메인세일은 찢어질 듯 부풀어져 있었다. 메인세일 가장자리는 엄청난 바람의 힘에 쉬지 않고 펄럭였다. 야생의 초원에서 포식자에게 쫓기다 겨우 도망쳐 헐떡이는 짐승 같았다. 강풍에 메인세일이 찢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바람이 조금 잦아든 것처럼 느껴지지만 잔뜩 흐린 하늘에서는 간간이 번개와 함께 천둥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바람은 더 세어질 것 같았다. 한시라도 빨리 메인세일을 접어서 바람으로부터 받는 장력을 줄여야만 했다.

마침내 마음의 결정을 내린 그녀는 하네스를 핸드레일에 걸었다. 철컥하고 스냅 채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조타를 자동으로 전환하고 신중하게 콕핏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만에 하나 세일데크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어떤 곤경에 빠질지 그녀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젠장!

이사벨라는 파도에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고 횡요가 큰 까닭에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녀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다시 쿵 소리가 들리며 물보라가 일어났다. 그 순간 이사벨라 바우 앞 해수면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바닷물 덩어리가 그녀를 덮쳤다. 온몸을 뒤덮은 바닷물 속에서도 크르릉거리며 지나가는 파도의 굉음이 들렸다. 그녀는 들으면 안 될 소리를 들은 것처럼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정말로 떠날 거야?”

폰툰을 걸어오던 희수가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결심을 되돌리기 위한 회유였다. 그러나 그녀의 남태평양 항해는 이미 선언된 일이었다.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출항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선언이라기보다 그녀가 지금까지 떠나보낸 시간들과의 약속이었다.

방파제로 둘러싸인 수영만 마리나에는 여러 개 폰툰이 있었다. 폰툰마다 쌍동선인 카타마란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수십 척 요트가 계류되어 있었다. 맞은 편 안벽에는 주말을 맞아 해양소년단의 딩기강습을 참관하러 나온 보호자들로 붐볐다. 봄이었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었고 마리나의 조경을 위해 심어 놓은 아름드리 벚나무에서 떨어지는 꽃잎이 흰나비처럼 나풀거렸다.

“오랜 꿈이었어. 그래서 이사벨라를 타는 거야. 마침내 시간이 되었어. 쇼 타임인거지. 떠날 거야…. 잘 다녀올게. 잘 있어.”

파도가 그녀의 몸을 흩어가는 짧은 동안 희수와 나누었던 대화가 물보라 소리처럼 쟁쟁거렸다. 다시 쿵 소리가 들리며 파도가 덮쳤다. 그녀는 핸드레일과 연결된 하네스의 안전줄을 꽉 움켜잡았다.

-덤벼 봐. 덤벼 봐.

그녀는 파도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입술을 들썩였다. 그녀의 눈이 번쩍 빛났다. 순간적으로 바람과 바람의 주기가 늘어지며 파도가 잦아들었던 것이다. 사실 바람이 분다고 해서 똑같은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오는 것은 아니다. 바람은 대기압의 이동인데, 이동 속력에 의하여 바람의 세기가 결정이 되며 그 힘의 전달로 파도가 생겨난다. 그런데 대기압의 골은 똑같은 간격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바람이 불어오는 중에도 세어졌다가 약해지고, 다시 세어지는 주기가 생겨나며 그 주기에 의하여 파도도 높이가 달라진다. 숙련된 항해사들은 이런 순간을 직관적으로 알아내며 항해에 이용한다. 예를 들면 황천항해에서 히브 투를 하다가 라이 투로 전환한다던가 자이빙이나 크로스홀드로 전환하는 순간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녀는 메인세일을 향하여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마음뿐이었다. 어느 틈엔가 허벅지의 힘이 풀려 일어설 수가 없었다. 재차 두려움이 엄습했다.

-남태평양 단독항주를 결정한 일이 잘한 일인가? 언제까지 폭풍 속을 헤매야 하는가?

등댓불조차 비추지 않는 폭풍 속 바다에서 그녀가 의지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오롯이 그녀 자신 뿐. 그렇다고 수영만 마리나로 회항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메인세일까지 가는 동안 몇 번이고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파도…, 또다시 달려드는 파도. 그녀는 흔들리는 이사벨라 세일데크 위에서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4미터… 3미터….

겨우 5미터 남짓한 메인마스트는 까마득했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그녀가 평생 동안 기어가도 도착할 수 없는 거리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가며 끙끙거렸다. 그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 것처럼 기었다. 그러면서도 파도가 덮쳐오면 하네스에 연결된 안전줄을 움켜쥔 채 바닷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버둥거렸다.

마침내 그녀는 메인마스트에 도착했고 축범용 끈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메인세일을 줄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강한 바람 탓에 도무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중간에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빨리하고 돌아가서 쉬어야지.

그러나 그녀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꽤나 애를 먹다가 마침내 마무리하였을 때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녀가 축범을 마치자 이사벨라가 받는 바람의 장력이 줄어든 탓에 롤링과 피칭 각도는 현저히 작아졌다. 열대바다였지만 파도와 드잡이를 하느라 한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서둘러 콕핏으로 돌아왔다.

파도가 어둠에 묻혀 사라지며 바다는 언제 파도가 쳤는지 모를 정도로 잔잔해졌다. 이사벨라 주변으로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사벨라가 파도 위로 가고 있는지, 파도 속으로 그녀가 달려가는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요티의 주신인 포세이돈에게 다가가는 세 가지는 육지와의 단절, 황천 속 난파, 절대 고독이라더니… 바다가 이렇게 고요하다니.

그녀가 몰려오는 어둠 속에서 혼자만의 생각 속에 빠져 있는 그때, 뭉글한 느낌의 물체가 종아리를 툭 쳤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콕핏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사벨라가 항해하는 바닷물 주변에 날치 떼가 마치 이사벨라와 경주를 하듯 무리를 지어 날고 있었다. 바람이 여전히 세었지만 날치 떼가 비상하기 위하여 파도를 지친 주변에는 수많은 동심원이 물수제비처럼 떠 있었다. 그녀의 단독항해가 일탈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 마음에 일으킨 파문처럼… 날치무리가 닿고 싶은 목적지가 콜럼버스처럼 이사벨라라 여긴 걸까? 여러 마리 중 한 마리가 그녀의 종아리로 불시착했던 것이다.

그녀가 타고 있는 이사벨라의 원래 이름은 프린스호였다. 37피트 레이스급으로 10년 전 일본의 전문기술진에 의해서 건조된 요트였는데 그녀는 프린스호를 인수하자마자 이사벨라라고 선명을 바꾸었다. 이사벨라는 열흘 전 수영만 마리나를 벗어났다. 그 당시 출항이라는, 난데없는 이별통보를, 그것도 친구인 희수로부터 전해들은 경훈은 당황했을 것이다.

그녀는 항해를 시작하자마자 덮쳐온 황천으로 인해 은근히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걱정은 기우로 끝나지 않았다. 동쪽으로부터 줄기차게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항해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이래서 언제 타이티에 닿을까 싶었다.

-빌어먹을.

그녀는 다시 중얼거렸다. 이사벨라가 두 동강이라도 나는 것은 아니겠지. 그녀는 파도와 바람에 당할 걸 알면서도 출항을 늦추지 않았다.

“3~4일 후면 저기압이 지나가고 고기압이 들어온다는데 꼭 지금 출항해야 하겠니?”

희수는 날씨가 좋지 않을 거라면서 출항을 늦추라고 했다.

“일기예보라는 게 어디 믿을 것이 되니. 저기압이라 해도 봄이니까 괜찮을 거야.”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사실 출항하기 며칠 전부터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잠이 들면 번번이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났다. 이제는 전 남편이 되어버린 광희가 마약에 취해 뒷덜미를 낚아채거나, 아파트의 절반을 내놓으라며 목을 죄는 꿈에 깨어나곤 했던 것이다. 그녀는 광희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출항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할 것 같았다.

그녀가 담배를 빼내 물었다. 불도 붙이기 전에 날아드는 물보라로 담배가 흠씬 젖어버렸다. 악천후로 인해 시야가 제한된 탓인지 흔히 볼 수 있는 똥갈매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남태평양」 중에서

서평

항해의 과정은 존재 확인이자 전환의 시간이다. 물의 물질성이 그러한 원초적 계기를 마련하고 그 강도를 부여하나, 현실 속에서 그것은 시련과 고난을 통해 이루어진다. 바다에서의 고난은 모험의 의미를 충족시키는 요건이다. 모험은 시련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한 존재로 고양되어 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윤길 소설들을 읽어보면 존재 성숙에 대한 갈망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됨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갈망은 반드시 시련을 통해 그 강도와 적절성 여부를 시험받는다. 그렇기에 바다로 인해 등장하는 고난의 에피소드, 혹은 모험의 스릴은 이윤길 소설의 주제 형성을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할 구성 요소가 된다. (⋯) 위기와 그 위기를 통한 존재의 승화로서 신성의 획득은 모험의 궁극적 의미가 된다. 그것은 모두 존재의 승화와 맞물린 동일성의 회복을 가리킨다. 결핍이 주는 존재의 불모와 무의미로부터 존재의 생기와 의미를 획득함으로써 삶의 활기를 확보하였다는 뜻일 것이다. 이윤길에게 삶의 활성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시련과 그 시련의 극복이라는 모험의 발동에 놓여 있다.

―김경복(문학평론가) 작품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이윤길
주문진 수산고, 강원도립대학 해양산업학과 졸업.
한국해양대학교대학원 국제지역학 박사.

2007년 ≪계간문예≫ 영목신인상 등단 <시>, 제11회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시>, 제13회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소설>, 제4회 해양문학상 우수상 <소설>, 제13회 여수해양문학상 우수상 <소설>, 2011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 대상 <소설>, 2013년 계간 ≪동리목월≫ 신인상 등단 <소설>, 2019 원양축제 해양수산부장관상 <사진>, 한국해양재단 제15회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제12회 바다의 날 해양수산부장관 표창, 2012년 󰡔파도공화국󰡕 부산문화재단 우수도서 선정 <시집>, 2013년 󰡔바다, 짐승이 우글우글하다󰡕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시집>, 2015년 󰡔배타적경제수역󰡕 부산문화재단 올해의 문학 <창작집>, 2018년 우수출판물콘텐츠 수혜 『하선자들』 <창작집>, 2020년 우수출판물콘텐츠 수혜 장편 『남극해』, 2021년 전반기 예술인창작지원금 선정,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도서 『남극해󰡕 선정, 2021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오디오북 제작 지원 『남극해』 선정, 2021년 후반기 강원문화재단 전문예술인 지원 사업 선정.

해양시집 『진화하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대왕고래를 만나다』『파도공화국』『바다, 짐승이 우글우글하다』 『더 블루』『파도詩편』『주문진』
해양창작집 『배타적경제수역』 『하선자들』
해양중편집 『쇄빙항해』
해양장편집 『남극해』
해양산문 <바다 위에서>
해양논문 「선상 문화접변 연구」 「천금성 문학을 통해본 한국원양어업의 발전 양상」
박사논문 「해양작가 천금성 연구」

어선, 상선1급항해사. 동력레저조종1급항해사. 소형선박항해사. 요트항해사. GOC항해사. 선박위생사, 등대 문화해설사, 국제과학옵서버, 어드밴스 스쿠버, 드론조정자격

해양문학살판 빅블루, 한국해양문학가협회원, 바다 동인

출판사소개

1992년 설립된 부산 소재 출판사.
* 시, 소설, 수필, 문학평론 등 문학 중심 서적 발간.
* 그 외 문화비평, 인문학, 번역서, 사진집 등 단행본 다수 발간.
* 1999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 발간(현재 통권 95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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