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고전漢文古典 독해를 위한 기초체력 키우기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즉, 같은 글을 백 번 읽으면 문장의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는 뜻이지만, 백 번이나 읽어야 글이 이해된다는 점에서 한문의 난해성을 가장 적실히 지적하는 문구文句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한문의 난해성 때문에 ‘한문에는 문법文法이 없다.’는 구호가 등장하기도 한다.
전통문화연구회에서 나온 ≪한문문법漢文文法≫은 한문고전이 펼쳐내는 난해함의 바다를 헤엄치기 위한 기초체력을 형성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한문문법에서 드러나는 예외적인 규칙 모두를 하나도 빠짐없이 외우려는 무모한 학습태도를 경계하고, 한문고전 독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내용만을 간결히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어려운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기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문고전의 열매를 스스로 섭취하고자 하는 초학자들에게 유용하다.
1. 해석의 정확성을 요하는 부분과 반드시 알아야 하는 문법사항은 원문과 번역문에 강조점을 부가하여, 초학자들이 쉽게 범할 수 있는 해석상의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안배하였다.
·嘗映雪讀書:일찍이 눈에 비추어 책을 읽었다.
·今蛇安在:뱀은 지금 어디 있느냐?
·夫學莫先於立志:무릇 학문은 뜻을 세우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
2. 학계에서 논란의 여지를 가진 문법용어와 해설들은 중·고등학교 학교문법에 기초하여 설명하고 그 외 다양한 학설에 대해 참고할 수 있도록 보충해두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전주와 가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의 ≪교육과정 해설서≫에는 전주와 가차에 대해 “‘전주’와 ‘가차’는 이미 만들어진 글자를 응용하는 원리이다. ‘전주’와 ‘가차’는 학설이 다양하여 학습에 혼동을 주므로, ‘상형’, ‘지사’, ‘회의’, ‘형성’을 위주로 학습한다.”라고 기술해두었다. 이 책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학설을 제시해두었다.
·이 책에서 대명사로 분류하고 있는 ‘之’의 쓰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이 책에서는 아래 내용들을 포괄하여 대명사로 제시하였다.
3. 단편적인 암기를 지양止揚하고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보충설명을 제시하여 학습자의 이해도를 높였다.
·가령 ‘飮水而已’라는 구절이 있다고 하자. 而는 접속사이므로 풀이는 ‘물을 마시고 그만두었다.’가 된다. 이를 줄여서 쓰면 ‘물을 마셨을 뿐이다.’가 된다. 즉 而已는 ‘뿐이다’의 뜻이 되는 것이다. 而已矣는 종결사 矣가 첨가된 형태이고, 已는 접속사 而가 생략된 형태며, 耳와 爾는 음이 같아서 혼용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4. 난해한 문법 설명에 대해서는 영어·중국어 등과의 비교를 통해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名將은 명사로서 엄밀히 말하면 서술어가 될 수 없으나, 也가 붙어서 서술어 역할을 한다. 현대 중국어에서 ‘是’를 ‘~이다’의 뜻(영어에서 ‘be동사’처럼)으로 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5. 4부 ‘문장의 실제’를 통해 앞서 학습한 내용이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복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초학자들도 스스로 원문을 번역하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원문에 독음讀音을 표기하고 모든 구절에 대해 ‘구절 풀이와 문법’을 제시하였다.
公이 心欲逐之나 而恐蛇驚傷人하여
구절 풀이와 문법
公이 心欲逐之나 而恐蛇驚傷人하여:공이 마음으로는 그것을 쫓아버리고자 하였으나 뱀이 놀라 사람을 상하게 할까 두려워,
欲:욕망慾望을 나타내는 보조사補助詞로, ‘逐(쫓다)’의 뜻을 ‘쫓고자 하다’의 뜻으로 만든다.
而:역접逆接의 접속사로 ‘그러나’의 뜻이다.
한문고전漢文古典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본서는 한문문법이라는 제재를 딱딱하지 않게 다룬 책으로 한문고전을 접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들만을 수록했다. 딱딱하고 재미없을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지루하지가 않다. 저자가 다년간 대학에서 한문문법을 강의하며 알알샅샅이 기록해두었던 교안敎案에 내용과 예문을 추가하고 가다듬어 이 책 ≪한문문법≫을 내어놓은 때문이다.
이 책은 번역서를 통해 전통문화의 정수精髓만을 흡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필요한 책이 아니다. 한문고전의 바다에 뛰어들어 직접 헤엄치는 즐거움을 만끽할 마음의 준비가 된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을 들고 고전의 숲으로, 바다로 직접 여행을 떠나보시길 독자제현讀者諸賢에게 권하는 바이다.
저 자
이상진(李相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