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송강 정철의 방대한 양의 한시(漢詩) 작품을 번역한 책이다.
송강의 시조와 가사 작품이 뛰어나다는 것은 만인이 공감하는 주지의 사실이다. 옮긴이는 송강의 시조와 가사 작품에 매료되어 송강의 한시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송강의 시적 재주와 흥취를 한글작품뿐 아니라 한시 작품에서도 함께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송강의 경우 한글 시가 작품보다 한시 작품의 양이 배가 넘을 정도로 훨씬 많다. 우리 국문학계에서는 그동안 한문소설은 국문학 작품으로 적극 수용해서 중요하게 다루는 반면, 한시는 별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우리 한시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아져야 하고, 그 번역 또한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번역은 직역을 중심에 두고 의역을 적절히 가감하였다. 그것은 번역문을 어디까지나 원문으로 다가가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뜻글자의 함의로 만들어지는 한시의 운치란 애초에 한글 번역으로는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독자들은 가능한 한 원문 중심으로 글을 읽어주시기 바란다. 이것이 전집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번거로움을 참고 원문의 단어 주석까지 단 이유이다.
우리말은 특히 종결어미가 매우 발달했기 때문에, 종결어미에 따라 시의 어감이 매우 달라지고, 또 다양해진다. 이 때문에 번역함에 있어 다양한 어조를 살리기 위해 송강의 한글작품과 여러 고전시가에서부터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두루 참고하여, 그러한 맛을 살리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