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곳에 혼자 있으니 무섭고 슬퍼요.
키우던 강아지가 떠나 외롭고 슬퍼요.
슬픔의 이유는 너무도 많아요.
그림책의 시작, 아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계단 아래 앉아있습니다.
그러고 혼자 걸음을 걸어 작은 집으로 들어가 버리죠.
아이가 집으로 들어간 후,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세상은 차가운 얼음 사막이 되어버립니다
작은집 옆으로 깊고 깊은 푸른 호수가 생겨버렸습니다.
아이의 작은집 문은 닫힌 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는 슬픔에 빠져 버렸습니다.
우리가 슬픔에 빠지는 이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살면서 여러 사건이나 경험을 통해 슬픔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고 겪게 되죠.
아이들은 밝은 감정들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알고, 어두운 감정들을 통해 삶의 어려움 또한 알게 됩니다.
슬픔은 너무도 아프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누구도 겪고 싶지 않고, 슬픔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다양한 감정중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매우 독보적이면서도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슬픔은 우리가 되도록은 격지 않으려 하는 여러 부정적 감정들의 끝에 있으며,
슬픔의 감정은 내면의 가장 고요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일 수도 있겠지요.
때때로 표현하고 해소되기 어려운 슬픔의 감정이 쌓여,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슬픔의 마음은, 점점 깊어지는 차가운 호수가 되어버립니다.
호수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아이의 마음도 함께 가라앉습니다.
슬픔은 누구나 겪어요.
슬픔으로 닫힌 문을 두드려 주세요.
나무가, 구름이, 작은 새가, 바람이 똑! 똑! 똑
나도
나에게,
똑! 똑! 똑!
슬픔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수시로 겪게 되는 감정입니다.
분노, 괴로움, 불안, 등 부정적 감정에 후폭풍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슬픔은 폭풍우 치는 시간 후의, 차갑게 얼어붙은, 길고 긴 정적의 시간과도 같이 느껴집니다.
그 고요한 순간에는 오로지, 슬픔과 고요히 대면하는 나, 둘 뿐인 세상이 되어버립니다.
슬픔을 느끼는 시간은 우리에게 상처를 치료해 주는 시간, 아픔을 견디기 위한 내면의 시간이며,
자아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길어지는 슬픔의 시간은 극도의 고립감과 우울감으로, 더욱더 자아를 힘든 곳에 가둬 버리기도 합니다.
슬픔을 참아낼 수 있을까요?
감정을 억누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슬픔은 마음속에서 침묵의 방황을 하기도 합니다.
참아내는 것만이 좋은 방법도 아니겠지요.
흘리지 못한 눈물이 마음속에 차오릅니다.
우리는 슬픔에 빠진 타인을 걱정하며 응원하며 함께 살아갑니다. 자신의 슬픔에게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합니다.
똑! 똑! 똑!
정적뿐인 슬픔의 한가운데,
닫힌 아이의 집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무가, 구름이, 작은 새가, 바람이 다시금 세상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마치 ‘우리가 항상 기다리고 있었어’라고 말해 주듯이요.
그런 세상의 마음이 이어져
아이도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 차디찬 호수 위로 떨어집니다.
차가운 물빛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닫힌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곳에 슬픔의 자리가 생겨납니다
닫혔던 마음의 문이 열리는 그 순간, 그곳이
나의 슬픔의 자리.
그곳에 슬픔 내려놓기.
“슬플 땐 슬퍼할 거야. 그렇게 슬픔의 자리가 생겨나지
그곳에 남겨 둘 거야. 나의 슬픔을”.
슬픔의 감정은 잊혀질 수 있을까요?
슬픔은 잊혀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다쳐서 내 손가락에 남아 있는 상처처럼 말이죠.
다치고, 아파하며, 잘 치료된 상처에 자리가 남겨진 것처럼
슬픔 또한, 슬픔의 시간을 가진 후에, 자연스럽게 남겨지는 것이겠지요.
이제는 아프지 않은 오래전 상처를 보며, 오래전 아픔을 생각합니다.
좀 더 담담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픔의 시간이 자리한 곳이, 내 슬픔의 자리가 된 것이죠.
그림책 속 차갑고 깊기만 했던 푸른 호수는, 이제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삶의 풍경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 똑! 똑!] 은 슬픔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슬픔을 극복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고 또 각자만의 방법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겠지요.
슬픔의 감정과 과정을 통해, 어렵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그 한가운데에서 느낄 수 있는 고립감과 망막함, 우울감 등을 그리며,
다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그 순간, 슬픔을 내려놓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에서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비구름, 차갑고 깊은 호수, 얼어붙은 사막 등의 그림으로,
슬픔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슬픔에 빠진 나에게 똑 똑 똑 노크하듯이 다가오는 나무, 구름, 새,
바람은 슬픔에 빠졌을 때 개개인이 보고 느끼게 되는 경험을 상징, 비유하며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있었을, 길가에 위태롭지만 아름답게 핀 작은 꽃, 매일매일 뜨지만 언제나 경이로운 일출 또는 노을,
언제나 주변에 있는 가족 또는 친구, 음악, 영화, 여행 등, 일상의 경험들일 수 있겠지요.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 똑! 똑!] 그림책에서는 슬픔이라는 감정 극복의 방법보다는,
슬픔, 그 감정 자체를 느끼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한 이해와 과정의 공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돌아온 조미자 작가의 감정 그림책!
[불안], [걱정 상자]〉를 통해 어려운 감정들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조미자 작가의 신작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 똑! 똑!]은 슬픔을 겪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슬픔이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표현하였다
내용의 구성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감정 중 하나인 슬픔이 가지고 있는 모호한 성격을 이해하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었다. 이를 위해 책 전반적으로 극도로 절제된 색을 사용하였고, 강하게 표현된 선 굵은 드로잉을 통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슬픔이라는 감정의 느낌을 담담하고 강한 어조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출처] 출간)핑거그림책 10,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 똑 똑|작성자 f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