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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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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소리내어 웃지 않는다


  • ISBN-13
    979-11-978480-4-9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에세이문예 / 에세이문예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2-2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송명화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본격수필 #송명화 #서정수필 #에세이문예 #에세이, 문학에세이 #문학수필 교재용 수필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0 * 200 mm, 258 Page

책소개

부드러운 감성과 예리한 지성이 빚어낸 본격 문학수필. 인식을 통한 수필 쓰기가 창작의 바탕을 이루어서 작가의식이 투철하면서도, 문학적 장치를 세련되게 사용하여 연상과 상상을 통한 감동의 고지로 독자를 이끈다.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제1회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문학성 높은 수필을 쓰는 작가이며, 수필창작이론서를 낸 학자인 저자가 문예지와 신문 등에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아 묶은 책. 서제 〈꽃은 소리 내어 웃지 않는다〉에서 꽃이 상징하는 것을 읽어내는 기회를 통해 삶과 사람과 사회와 생명과 환경에 대해 새로운 사유의 세계로 들어섬과 동시에 독자는 동참과 치유라는 멋진 체험을 하게 될 터이다.

목차

1부. 네펜데스의 통발
아마릴리스, 아마조네스
에나가 선생
네펜데스의 통발
청와靑蛙
가시
저어새의 눈물
어옹
차라리 묵언
서향과 장구댁

2부. 석류알 같은
개못생겼다
석류알 같은
늙은 도마
An Old Cutting Board
홍시
미루나무
로꾸거 로꾸거
반와泮蛙
마인츠하우스의 파란 조약돌

3부. 쿰바야 로즈
개구리 소리
쿰바야 로즈
어엽비를 만나다
순장소녀
산중의 악사
달팽이의 춤
영혼의 모음
고서 속에
수상한 사진관

4부. 엉겅퀴 사내

엉겅퀴 사내
숨은 다리
오징어게임
생인손
신성리 갈대밭에서
사랑의 방정식
愛の方程式
저 다리처럼

서평 / 심원한 작가정신, 전략적 이중구조-권대근(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본문인용

〈수필〉 아마릴리스, 아마조네스

누가 여성을 꽃이라 했던가. 손바닥만 한 꽃이라니. 씩씩한 아름다움이다. 화개장터에서 데려온 주먹만 한 구근 하나에 이렇게 큰 세계가 숨어있을지 몰랐다. 달포 넘게 애를 태우더니 드디어 꽃대 끝에 사방으로 커다란 나팔형 꽃을 세 개나 피웠다. 화피갈래 속을 들여다본다. 화판 아래쪽에서 뻗쳐 나온 삐침무늬가 빨간 치마폭에 대필로 친 댓잎마냥 거침이 없다. 파죽지세다. 
그 기운에 압도된 까닭일까. 말실수를 하였다. 단체톡에 올린 사진을 보고 이름을 묻는 친구에게 ‘아마조네스’라고 알려주고 폰을 닫았던 것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무의식에 억압되었던 것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나 버린 것이라는데 그래도 의외의 연상이다. 아마조네스라니? 한 손에 무기를 들고 용감히 다른 손을 내민 여전사의 이미지를 그려보니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고 온몸으로 박수갈채를 받던 사람, 윤여정 배우다. 그녀는 세상 사람들을 설득하러 나선 장수 같았다. 코로나 때문에 소외감에 절어있던 국민들에게 함박웃음을 전리품으로 안겼다. 아마조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성 무사족의 이름이다. 그들은 수렵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숭배하며, 부족을 지키기 위해 무술을 익혔다. 활을 쏘고 창을 던질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쪽 가슴을 누르고, 다른 쪽으로 아이를 먹여 길렀다. 다른 종족의 사내들이 하는 역할을 도맡았으되 그들에게 있어 어미의 자리는 포기할 수도, 누구에게 대여할 수도 없는 고귀한 소명이었다. 역사가의 상상에 의지해 각색된 부분도 많겠지만, 그 부족의 여인들은 꽃이자, 벌이자, 농부였으며, 그 시대의 알파걸이었다. 
그런 아마릴리스가 여든을 바라보는 할머니라면 생뚱맞지 않은가. 한껏 뻗쳐낸 긴 꽃대 끝에는 미모로 한자리하는 젊은 여배우가 더 어울린다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줄기의 단호한 색깔과 꺼칠한 구근의 모습을 보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실 양파보다 나을 게 없는 몰골이었다. 검보랏빛 껍질은 터덜거렸고, 버짐 핀 까까머리에 돋은 볼록한 혹 탓에 다른 것을 골라 봐도 별 수 없지 않았었나. 작고 강마른 할머니가 시상대 앞에 섰다. 단순한 검정드레스에 흰 머리카락을 단정히 올려 튼 모습이 화려함이나 우아함, 또는 섹시함이라는 콘셉트를 잡은 대부분의 여배우들과 확연히 달랐다. 환한 웃음을 입은 그녀에겐 은발과 얼굴주름이 보석이 되고 향수가 되었다. 덧칠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그녀의 내면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다섯 후보들은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입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역을 연기했잖아요.” 겹겹 내피 속에서 고이 갈무리한 지혜가 그녀의 말에 실려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최고는 없다, 최중이 필요하다.’, ‘대본은 먹고 살아야 하는 내게 성경이었다.’는 그녀의 말을 나는 공책에 적어 놓았다. 그녀가 쏘아올린 화살이 세상을 돌고 돌아 나의 아마릴리스 꽃 속에 내려앉고, 나팔소리처럼 쟁쟁 울리고 있다. 생명을 키우기 위해 쉼 없이 영양을 빨아들여 구근을 살찌우는 노력 끝에 꽃을 피우고,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보낸다. 
아니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것은 윤여정의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자신의 역할’에서 ‘자신’을 지울 수는 없다. 어차피 혼자 태어나 세상은 혼자 갈 수밖에 없지만 순간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저마다 가진 강렬한 색채를 섞고 문지르고 덜어내어 조화로운 세상을 엮어낸다. 하기에 ‘자신’은 더욱 소중하다. 자칫 잃어버린다면 자신의 역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자신의 색깔을 찾기도 어려울 터이니.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란 ‘자신’에 속한 것이 아니어야 함을 알았기에 그녀는 애당초 밖에서 반짝이는 것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마음속의 금강석을 찾고 다듬었다. ‘자신’을 지켜내었다.
아마릴리스는 남미가 원산지다. 스페인어로 ama는 여자 가장을 뜻한다. -ryllis가 가지는 뜻은 알 수 없으나 나는 영어의 release를 떠올린다. 아마릴리스, ‘여성 가장의 해방’이라. 얽매임을 끊고 자신의 의지로 선다는 뜻으로 읽는다. 그러고 보니 날씬하게 뻗어 나온 여섯 개의 수술대와 하나의 암술대가 장엄하기까지 하다. 어머니의 자리다. 수술과 암술은 중매자를 기다린다. 꽃이 달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밀어 올린 꽃대는 날이 갈수록 심지를 죌 것이다. 튼실한 열매가 들어설 자리도 준비되었다. 애증의 그림자도, 욕심의 찌꺼기도 비워낸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이 무엇이든 슬기롭게 다독일 자신이 생겨서일까. 그녀는 편안해 보였다. 
윤여정은 아마조네스의 전사다. 이혼의 상처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안았다. 유명인이기에 그녀의 힘든 가정사를 사람들은 대체로 알고 있었다. 한때는 쉽게 어둠의 그림자를 벗어 내리라 생각지 못해 안쓰러워하기도 하였다. 그녀가 빈 줄기 속에 쓰디쓴 눈물과 아픈 모정과 수많은 대본을 쟁여 넣고 우뚝 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가열한 삶에서 구한 내공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진중하면서도 재치 있게 말했다. “나를 바깥으로 내몰았던 아이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슨 배역이든 맡아 생계를 책임지려 했던 그녀의 시간들이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탄탄대로를 닦는다. 땀과 눈물이 양팔저울의 눈금을 영으로 만들기도 힘들었을 텐데 이제 그녀의 트로피가 땀에 얹혔다. 그녀가 받은 갈채는 세상과 전투를 벌이는 어머니들에게 나누는 비타민이라 해도 될까.
아마릴리스 꽃잎이 바람에 잘게 흔들린다. 나팔소리를 스캔한다. 진격의 신호인가. 힘내라는 격려인가. 아니면 어찌 살았소, 잘 살았소 묻는 존재론적 의문부호인가. 나도 치열한 워킹맘이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발에 바퀴를 달고 살았다. 일인다역을 맡은 내게 알람은 수시로 나를 재촉했다. 논바닥에 조금 남은 습기를 갈무리하며 아끼고 아껴 내 땅을 다져나갈 때 미래는 어떨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칡과 등나무가 되어 만들어낸 불협화음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시간 우물의 바닥을 박박 긁어대며 동동거렸던 그 순간들이 소중하지만, 혼자라는 낱말에 익숙해진 아들을 향한 미안함이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다. 이젠 아쉬움도 내 삶의 일부인 것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살아내었으니 되었다.
공허한 날개옷을 벗겨주고 싶다. 회자되는 꽃말인 ‘눈부신 아름다움’ 말이다. 외관에 초점을 둔 것이겠지만, 화려한 화판 속에 깃든 정신의 아름다움을 조준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소심한 여성성은 버려도 좋다. 그냥 ‘꽃’이다. ‘제3의 젠더’다.
“아마릴리스, 너의 별명은 여전사꽃, 꽃말은 당당함이야.” 
작명의 기쁨을 즐기는 내게 이 경이로운 식물은 네 번째 꽃봉오리를 쏘아 올리는 중이다.

서평

심원한 작가정신, 전략적 이중구조
- 파동-입자라는 빛의 이중성과 양자역학 이론에 기대어 -

권대근(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Ⅰ.

송명화 수필을 분석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분석틀은 양자역학의 이중성이었다. 예술에 있어 복합성은 문학성 판단의 주요한 잣대가 된다. 송명화 교수는 오랫동안 본격수필을 주창하면서 예술수필을 써왔기에 수필을 창작함에 있어서 복잡계 속 사건, 사물, 사람간의 복잡한 전개양상을 예술구조의 한 방법론인 이중구조로 짜서 형상화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할 것 같았다. 한강 이남에서 몇 안 되는 본격수필 선두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송명화 교수는 우리 수필의 고급화, 본격화를 위한 노력의 결실을 이미 오래 전에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일억 원 고료 제1회 김만중문학상을 수필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이 그녀의 문학적 역량을 가늠하게 해준다. 글을 쓰기 전 그녀는 브레인스토밍이나 마인드 맵 같은 창의적인 방법을 활용하고, 심층구조 단계에서는 주제와 제재의 상관화를 도모한다. 그런 후에 문학작품을 위대하게 하는 철학성을 문학성에 덧칠해서 작품을 완성시켜낸다. 이런 강렬한 제작성을 추구하는 작가의 수필을 조명하고, 그 심원한 수필세계와 구조를 분석해 보려 한다. 
송명화 교수는 권대근의 『수필은 사기다』에 실린 본격수필이론을 토대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이란 본격수필시학론을 펴낸 문학평론가로서 20년이 넘도록 문학공부와 연구를 병행해서 해오고 있다. 대학원에서 문학언어치료학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부산교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과정 선생님들을 가르치며, 평생교육원에서 수필론을 강의하는 등 교육자로서도 최선을 다하지만 무엇보다도 칭찬할 만한 것은 2004년 창간할 때부터 본격수필전문지 〈에세이문예〉 주간을 맡아 20년 동안 줄곧 봉직하면서, 에세이문예가 대한민국 일등 문예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사실이다. 본격문학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부적격 수필을 가려내는 등의 수고로 에세이문예지를 22년, 23년 연속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도록 한 바 있다. 그녀가 한 길을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문학을 자본보다 앞에 두는 송명화의 이런 행보에 힘입어 20년간 한 호의 결간도 없이 에세이문예는 꾸준히 발간될 수 있었다.
1998년 부산교육대학교 문예창작반 수필 과정 입문을 시작으로 수필가로 등단하여, 지금은 부산교대 문예창작반에서 수필론 지도교수로서 참신한 후진을 양성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수제자에게 수필론 강좌를 물려준 평자는 시론을 가르치고 있다. 송명화 교수는 평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국문학세계화위원회 사무총장으로 한국수필을 영어로 번역해서 한영대표수필선을 내는 일의 실무를 맡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수필가로서 우리 수필이 영어로 번역되어 해외로 나가지 못한다면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요원하다는 자신의 철학을 다지는 차원에서 우리 수필의 번역화사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재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수필을 세계에 소개하는 기회를 여섯 차례나 만들었다는 것이다. 평자는 송명화 수필이 하루빨리 영국이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어교과서에 실리길 바라고 있는데 그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본다. 겸손은 그녀의 시그니처다. 송명화 작가 하면, 있는 듯 없는 듯 단아하면서도 엄정한 자세로 오직 문학을 위해 걷는다는 인상이 지금도 줄곧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우리의 인지시스템은 익숙하지 않는 것은 더 잘 기억하는 법이다. 그녀는 분명 남다른 데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조금의 흐트러짐도 용납하지 않을 듯한 면에서, 그리고 무슨 일이든 올곧은 자세로 반듯하게 확실하게 행하는 데서 엄격한 면이 느껴지나 마음속이나 머릿속 깊은 곳의 열림과 변화, 관용과 포용으로 ‘다름’을 껴안는 자세로 봐서는 아름다움이 내포한 기본 가치들을 잘 품고 있다고 하겠다. 시대를 관통하고, 지구의 안위를 논하고, 젊은 청년들의 삶을, 불우한 이웃의 아픔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워낙 크고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고 주변부 타자를 아끼는 마음 또한 크기에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그릇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지구를 염려하는 마음은 크고 깊어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항상 한결같음으로 스승에게 존경과 예를 다하는 모습에, 나는 이분이 “작가는 글로 말하고 인간성으로 평가받는다”는 명제에 딱 맞는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다. 

Ⅱ. 

양자 물리학은 파동-입자 이중성 및 양자 얽힘과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개념으로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인 이해에 도전하고 있다. 양자물리학의 매력과 그것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미치는 심오한 영향을 밝히는 작업을 송명화의 본격수필을 읽고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은 송명화 교수가 수필집을 내겠다고 할 때부터 마음먹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문학성은 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중구조가 주는 송명화 수필의 묘미와 흥미진진성에 벌써 나도 들떠 있다. 나는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파동과 입자 모두로 행동하는 빛의 이중적 특성과 같은 개념에 신기해하면서, 우리의 지식에 한계를 부과하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수필의 이중구조와 귀납추론의 원리나 주제의 내면화 원리와 연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양자 영역의 비밀을 밝히고 이 매혹적인 과학 분야의 경이로움을 송명화의 본격수필 분석영역으로 치환해 본격수필의 창작원리를 이해하는 이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뉴턴 역학에 기초한 고전 물리학이 양자 물리학의 새로운 영역에 자리를 내준 양자혁명 동안 발생한 패러다임 전환을 ‘사실을 사실대로’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란 전통수필’에서 수필은 ‘제재를 통해 주제를 겨냥한다’는 본격수필에로의 전환에 견주어보면 어떨까. 송명화 수필은 이중구조와 전이 미학으로 분석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그 문학의 본격성과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공중부양되고 있는 양자역학은 오랜 결정론적 세계관에 도전하고 파동 입자 이중성, 불확실성 및 양자 중첩과 같은 개념으로 우주의 운행원리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지식을 부여하고 있다. 양자 혁명은 물리적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놀라운 과학적 발전과 기술 혁신의 발판을 마련했다. 본격수필이론도 양자역학의 발전과 마찬가지로 교술이라는 전통수필 이론에 도전하고, 기존 수필에 대한 개념에서 전환하여 수필적 허구, 중층구조와 존재론적 의미화라는 새로운 이론으로 현대수필의 옷을 입게 되었으니, 이번 송명화 수필의 분석틀은 앞으로 우리 수필의 본격성과 구조성을 재단하는 척도로 널리 애용되리라 믿는다. 

Ⅲ.

예술의 특성 세 가지 기본 요소는 난해성, 복합성, 통일성이다. 이 세 가지 속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복합성이다. 복합성은 기술방법론에서 보면 ‘이중성’과 같은 말이다. 본론에서 빛의 이중성을 강조하는 ‘파동-입자’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송명화 수필에 적용해 보려 한다. 빛이 ‘파동과 입자’의 특성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방법에 기대어 그 동작에 대한 기존의 이해에 도전하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통해 송명화 수필의 구조를 재미있게 풀어보겠다. 파동-입자 이중성 개념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이중 슬릿 실험과 같은 유명한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빛이 어떻게 동시에 파동과 입자로 행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촘촘하게 간격을 둔 두 개의 슬릿을 통해 빛을 통과시키면 파동과 같은 행동을 암시하는 간섭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광자가 어떤 경로를 택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검출기를 배치하면 간섭 패턴이 없는 입자와 같은 동작이 관찰된다. 따라서 빛이 파동-입자라는 이중의 성질을 띤다는 것은 이제 명백해졌다. 
송명화 수필의 구조도 마찬가지다. 이중구조로 되어 있어 도토로프의 중층구조이론으로 풀어낼 수 있다. 수필의 창작이나 이해에 있어서 ‘이중성’의 이론적 배경은 1. 예술의 복합성 원리, 2. 토도로프의 중층구조이론, 3, 언어학의 이중부호원리 4. 인식과 형상의 복합체란 문학이론에 의해 그 근거를 확보한다고 하겠다. 송명화 수필의 문학적 성취를 드높이는 이중구조는 여러 수필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들 작품을 토대로 구조미학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수필은 새가 하나의 세계인 알을 깨고 태어나듯이 인습과 고정관념을 깨고 태어난 새로운 세계의 열림이다. 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의 열림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예전부터 있어 온 세계, 기성품으로 가득 찬 인습의 세계, 타인의 가치가 규범으로 옭아매고 있는 타인의 땅에 태어난 것이다. 타고난 개성을 바탕으로 새로 탄생하기를 원한다면 낡은 인습과 타인들의 가치로 뭉쳐진 알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기성품의 세계에서의 바람은 오이디푸스의 순응주의와 엄숙주의라는, 남의 기준과 그 가치에 맞춘 또 다른 기성품으로의 삶이다. 이 기성품 세계의 맞은편에는 또 다른 세계의 삶이 있다. 수필 〈아마릴리스〉는 바로 다른 세계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윤여정은 아마조네스의 전사다. 이혼의 상처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안았다. 유명인이기에 그녀의 힘든 가정사를 사람들은 대체로 알고 있었다. 한때는 쉽게 어둠의 그림자를 벗어 내리라 생각지 못해 안쓰러워하기도 하였다. 그녀가 빈 줄기 속에 쓰디쓴 눈물과 아픈 모정과 수많은 대본을 쟁여 넣고 우뚝 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가열한 삶에서 구한 내공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진중하면서도 재치 있게 말했다. “나를 바깥으로 내몰았던 아이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슨 배역이든 맡아 생계를 책임지려 했던 그녀의 시간들이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탄탄대로를 닦는다. 땀과 눈물이 양팔저울의 눈금을 영으로 만들기도 힘들었을 텐데 이제 그녀의 트로피가 땀에 얹혔다. 그녀가 받은 갈채는 세상과 전투를 벌이는 어머니들에게 나누는 비타민이라 해도 될까.

- 〈아마조네스, 아마릴리스〉 중에서 

송명화 작가가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키워온 ‘아마릴리스’ 꽃에 대한 수필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수필정신과 맞닿아 있어 신선감을 준다. 무엇보다도 전이의 미학을 통한 문학성 견인해내기에 성공한 작품이라 하겠다. 어느 한 부분도 비장함이 묻어나지 않는 데가 없지만, 위 인용 부분은 이 작품의 백미를 보여준다. 주체적 여인이고자 한다면, 유교적, 남성중심적 세상과의 전투는 여성의 운명이 아닌가. 부산수필문학상 수상작으로 뽑힌 이 수필 〈아마릴리스〉를 쓴 송명화 작가는 실수로 아마릴리스를 ‘아마조네스’로 인지한 데서 전사의 이미지를 건져내고, ‘릴리스’를 해방을 뜻하는 영어단어 release로 풀어내었다. 이 수필의 최고 압권은 이 부분이 주는 네오필리아가 아닐까. 그리고 그녀는 아마릴리스를 ‘얽매임을 끊고 자신의 의지로 선다’는 뜻으로 읽어낸다. 의미화해 놓고 보니, ‘날씬하게 뻗어 나온 여섯 개의 수술대와 하나의 암술대가 장엄하게’ 보인다고 하면서 그녀는 윤여정의 이미지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 
아마릴리스 꽃잎에서 나팔소리를 스캔하고, 진격의 신호로 읽어내고, 윤여정의 삶에 워킹맘으로서 자신의 고되었던 삶도 전사 이미지에 포개어, 궁극적으로는 미의식의 주입으로 독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작가는 연상과 상상을 통한 감동전략을 수립해서 수필텍스트를 철학적 인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미적 향수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미학적으로 전자와 후자가 조화롭게 융화될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의식의 창조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수필은 미적 울림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배우 윤여정과 자연 아마릴리스, 여성의 문제를 엮어 통찰함으로써 수필이 미적 사유의 예술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준 데서 문학적 성취가 빛난다. 수필로서의 성공적 요인은 메타포라는 문학적 원리를 사용하여 수필의 구조와 전개를 이중적으로 짜나간 데 있다. 변용, 전이, 치환의 미학은 감동의 바로미터이면서 송명화 수필의 원형질이라 하겠다. 이 작품의 쾌미는 중층구조를 갖는 문학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심층차원에서 획득한 제재의 성찰결과를 감동적인 이야기질서로 표층차원에서 구조화한 부분에서 맛볼 수 있다. 
한국현대수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문제는 제재의 통찰 결과를 미적인 이야기로 이중구조화, x축과 y축으로 이원화하는 이야기 배열작업에 대한 무관심인데, 송명화 작가는 이야기의 미적 배열을 통해 독자를 감동의 세계로 이끄는 디자이너라고 할 만하다. ‘회자되는 꽃말인 ‘눈부신 아름다움’ 말이다. 외관에 초점을 둔 것이겠지만, 화려한 화판 속에 깃든 정신의 아름다움을 조준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소심한 여성성은 버려도 좋다. 그냥 ‘꽃’이다. ‘제3의 젠더’다. “아마릴리스, 너의 별명은 여전사꽃, 꽃말은 당당함이야.”라는 결말부의 이런 변용미학은 송명화 수필의 의미구조 생성원리일 뿐만 아니라, 주제를 형상화하는 미적 원리라는 점에서 창작의 핵심 부분을 차지한다. 주제와 구조가 튼실할 뿐만 아니라 예술적 울림을 생성하도록 주제의식을 형상화하는 면에서도 모자람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송명화 수필의 문학적 울림은 이야기의 감동을 구조화하는 방법과 그러한 이야기 구조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서술전략의 긴밀한 상호관계 속에서 작동한다.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산고의 고통을 겪는다. 송명화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기성품의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 즉 어두운 세상을 낯선 인식으로 열어젖히는 열린 작가다. 한마디로 사회의식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녀의 수필은 하나 같이 독자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게 바르게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실로 우리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진지한 성찰을 안겨준다. 이처럼 진지하게 우리네 삶의 본질을 천착해 보인 작품이 있었던가. 〈아마릴리스〉는 진정으로 우리가 읽고 싶은 수필이라 감동을 준다. 이는 그녀가 세상을 향해 눈과 귀 그리고 가슴을 열어놓고 제 물상의 발신음을 듣는 열린 마음의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중화 구조를 통해 작가는 나름의 개성적 색깔을 문학적 형상화로 축성한다. 때로는 소시민적 일상을 수필적 제재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경우라도 결코 단순한 소품으로 그치는 경우란 드물다. 하동 화개장터에서 산 ‘아마릴리스’ 구근 한 톨을 ‘다시 보기’를 통해 정교하게 형상화하였다고 할 수 있다.(하략)

저자소개

저자 : 송명화
경남 남해 출신,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학언어치료학 박사. 전남일보 신춘문예(수필), 에세이문예(평론) 등단. 제1회 김만중문학상(수필 부문) 외 수상 다수. 계간 에세이문예 주간(2004년부터~현재). 부산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외래교수, 부산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 지도교수. 사)국제PEN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회장(2024~)ㆍ
수필집 〈에세 햇살 위를 걷다〉〈사랑학개론〉〈순장소녀〉〈사유한다는 것은〉창작이론서 〈본격수필 창작이론과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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