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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골 와이파이 쟁탈전


  • ISBN-13
    979-11-980184-7-2 (74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반달서재 / 반달서재
  • 정가
    12,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2-2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장희주
  • 번역
    -
  • 메인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학습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어린이, 청소년, 학습 #국내창작동화 #소중한 경험 #친구 #우정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유아/어린이
  • 도서상세정보
    168 * 220 mm, 108 Page

책소개

데이터 단절 위기를 극복하는 쌈박한 방법

나이 차이를 넘어서는 소년과 할아버지의 우정

게임만큼, 아니 게임보다 좋은 것을 찾아서

 

환희는 밤골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됐다. 방학 때 근사한 곳에 가기는커녕 시골에서 지내는 게 싫었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엄마 눈을 피해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엄마하고 오랜 실랑이 끝에 휴대폰 데이터 사용량도 조금 늘렸다. 하지만 밤골에 온 지 이틀 만에 데이터가 똑 떨어졌다. 그러니 와이파이를 찾아 나설 수밖에. 환희가 휴대폰을 높이 쳐들고 공중에 휘두르며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드디어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잡혔다! 신호가 약하긴 해도 연결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연결되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와이파이 신호가 강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밤골 마을 노인정, 그런데 웬 할아버지와 맞닥뜨렸다. 먹물처럼 까맣고 곱슬한 머리카락, 딱 붙는 티셔츠, 어울리지 않는 개량 한복 바지, 유명 스포츠 브랜드 운동화, 헤드셋과 스마트워치까지… 시골 동네에 이런 차림새의 노인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어쨌거나 환희는 와이파이가 절실한 상황, 밤골 노인정의 무료 와이파이를 사수해야 했다. 게다가 환희 휴대폰은 게임을 하는 데 시간제한이 걸려 있었다. 노인정에 있는 컴퓨터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런데 할아버지 말씀이 컴퓨터를 쓰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단다. 노인정이 피시방도 아닌데 사용료를 내라는 게 이상했지만 간절한 쪽은 환희였다. 문제는 사용료가 심부름값이라는 것인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까마득해 보이는 건 과연 독자의 노파심일까? 환희는 와이파이를 쟁취하고 실컷 게임을 할 수 있을까?

목차

밤골 피시방 ----- 6

진짜 이상한 할아버지 ----- 17

말도 안 되는 유튜버 스타 ----- 29

얼떨결에 조수 ----- 43

콩닥콩닥, 열쇠를 슬쩍! ----- 56

죄송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고 ----- 68

두근두근, 봄이의 출산 ----- 84

게임만큼, 아니 게임보다 좋은 것 ----- 100

본문인용

휴대폰 화면에 데이터 사용 관련 경고가 떴다. 내내 게임만 한 게 잘못이었다. 할머니 집에 온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벌서 데이터를 다 쓰다니 큰일이었다.

환희는 와이파이 연결 버튼을 눌렀다. 환희네 아파트 관리소처럼 무료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 있을지도 몰랐다.

‘이럴 수가!’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하나도 안 잡혔다. 환희는 대문 밖으로 나섰다. 집 안은 전파가 약해서 네트워크가 안 잡힐 수도 있었다. 할머니 집은 마을 언덕에 있다. 환희는 마을을 내려다봤다. 둥그런 산이 겹겹이 빨강, 파랑, 회색 지붕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집은 열 채 남짓했다. 그중 인터넷을 사용하는 집이 한 집은 있겠지 싶었다. 만약 또래 아이가 있다면 같이 게임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환희는 휴대폰을 높이 쳐들고 공중에 휘둘렀다. 언덕을 내려가자 집들이 나왔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대박! 와이파이다!”

‘BAMGOL’이란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떴다. 환희는 얼른 와이파이 연결 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약하긴 했지만 와이파이가 연결됐다.

“앗싸, 무료다!”

환희는 와이파이 신호가 강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걸으니 커다란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벽돌집이 나왔다. 환희는 마당으로 들어서서 집을 살폈다. 출입문이 와이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두리번두리번, 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누고?”

환희는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낯선 할아버지가 환희 뒤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는 알림이 떴다. 환희는 인터넷 연결 버튼을 눌렀다. 이번엔 비밀번호 입력 창이 떴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자동으로 연결이 되었는데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니. 환희는 인터넷 공유기, 모니터 뒷면, 본체를 샅샅이 훑었다. 어디에도 비밀번호가 적혀 있지 않았다. 환희는 애가 탔다. 짜증이 나서 책상을 쿵 쳤다.

“누가 이리 시끄럽노?”

마침 곱슬머리 할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인정 안으로 들어섰다. 환희는 무안해서 얼굴이 발개졌다.

“아, 죄송해요. 근데 할머니, 와이파이 비번 아세요?” 

“뭐라고?”

“인터넷 비밀번호 아시냐고요!”

“비밀번호? 거기에 무슨 비밀번호가 있나? 우리는 모른다. 회장님한테 물어봐라.”

역시 회장 할아버지 짓이었다. 환희가 컴퓨터를 못 쓰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은 게 분명했다. 정말 치사한 할아버지였다.

“회장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노인정 뒤쪽에 파란 지붕 집 아나? 그 집 소가 곧 새끼를 낳는다고 보러 갔다.”

환희는 골목을 내달렸다.

 

- 본문 중에서 -

서평

진짜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소중한 경험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줄다리기가 바로 ‘공부 대 게임’, ‘독서 대 휴대폰’ 같은 것들이다. 꼭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문제인가 싶어 안타까우면서도 게임이나 휴대폰에 중독된 어린이들이 많아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비단 어린이들만의 문제일까. 휴대폰 하나 손에 쥐고 며칠의 자유 시간이 생긴다면 기뻐할 어른이 상당수일 것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여가를 즐길 거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새로운 재미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어린이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경험의 폭도 시간 활용에 대한 자율성도 어른들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어린이들의 경우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하루가 지나다 보니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알지 못한다. 결국 그들은 틈이 나면 게임, 휴대폰, 인터넷 세상에 몰입하게 된다. 더구나 부모가 ‘공부 이만큼 하면 게임 한 시간 하게 해 줄게.’ 같은 조건부 보상 개념으로 게임이나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면 상대적으로 공부와 독서는 재미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게임이나 휴대폰에서 떼어 내고 싶은데, 아이들은 계속해서 빠져드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휴대폰 게임, 컴퓨터 게임에 목을 매던 환희가 ‘데이터 단절’이라는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밤골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환희에게 새로운 놀 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물론 환희가 처음부터 할아버지와 자기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놀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나중에도 그저 어느 여름 방학에 일어난 해프닝 정도로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와이파이를 쟁취하겠다고 애쓰는 과정에서 밭에서 고추를 따고, 뱀이 나타난 줄 알고 화들짝 놀라 논물에 휴대폰을 빠트리고, 송아지가 태어나는 걸 지켜보고, 할아버지 댁에 감자를 가져다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밤골에서 경험한 모든 일들에 환희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활용해 웬만한 일들이 비대면으로 가능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그 편리함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지 않아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경험하고 있다. 데이터로부터 단절된 환희가 밤골에서 생짜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만난 사람들은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문제를 헤쳐 나갔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숙제를 하다가 잠시 짬이 날 때 게임 화면 속에서 만나는 친구들과는 사뭇 다르지 않았을까. 우리가 랜선 밖의 진짜 세상에서 사람들과 자꾸 부대끼며 소중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이를 뛰어넘어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과정  

나이든, 성격이든, 환경이든 서로 엇비슷하면 아무래도 친구가 되기 쉽다. 서로를 잘 알아야 이해심이 생기고, 이해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가깝게 지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수월하다는 것이지 필수 요건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신기할 만큼 서로 닮은 점이 없는데 잘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상대방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보아 주고,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환희와 밤골 노인회장 할아버지도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었다. 환희는 처음부터 밤골에 오고 싶은 게 아니었고, 할아버지도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꼬마가 마냥 반갑진 않았을 텐데 옥신각신하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다행히 두 사람 사이에는 유튜브에 관심이 있고, 동물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툭툭 내뱉듯이 말을 걸고, 톡톡 말대답을 잘하는 것도 서로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두 사람 사이에 얼마 되지 않았던 공통분모가 늘어날수록 관계는 돈독해졌다. 그리고 관계의 발전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좋아하는 게 가득한 어린이가 넘쳐 났으면  

환희는 게임 말고 좋아하는 게 없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게 뭔지, 꿈이 뭔지 묻는 것을 싫어했다. 친구들이 당당하게 축구 선수, 과학자, 레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할 때마다 괜히 주눅이 들곤 했다. 우리가 꿈을 꾸며 사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누구나 정해진 시기에 꿈을 세팅해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꿈이란 마치 미래의 직업을 정하는 일처럼 인식되는 경우도 많아서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일찍이 찾지 못하면 안 되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언제 스스로 즐거운지 깨달을 기회가 아주 많으면 좋겠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넘쳐 난다는 걸,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환희는 여전히 공부보다 게임을 좋아한다. 그런데 게임이 제일 좋지는 않다. 게임만큼, 아니 게임 이상으로 가슴 뛰는 일이 생기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장희주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고, 방송 구성작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을 만나는 동안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동화를 쓰고 싶어졌다.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를 공부했고, 어린이의 삶과 마음을 더 가까이 알고 싶어 독서·글쓰기 수업을 했다. 『똥냥이의 변비 처방전』을 썼고, 어린이 독자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그림작가(삽화) : 지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일상에서 보이는 작고 아름다운 것을 관찰하고, 때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하는 걸 즐긴다. 『위대한 아파투라일리아』를 쓰고 그렸고, 『받침구조대』, 『반려 용 팝니다』의 그림을 그렸다. 2023년 여름 아이슬란드에 각국의 예술가들이 모여 다양한 작업을 도모하는 레지던시(NES Artist Residency) 활동에 참여한 뒤로 자꾸 재미난 작업을 떠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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