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 보물 같은 비밀이 숨어 있는 섬, 독도
우리나라에서 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섬, 독도. 한낱 작은 섬이라기보다 우리나라의 주권을 상징하는 섬, 독도. 하지만 사람의 손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미지의 섬이다. 배를 타고 선착장까지 갈 수 있지만, 파도의 상황에 따라 배가 안 뜨는 경우가 많아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독도에 대해 회자되는 이야기 또는 출간된 책들을 보면 주로 독도의 역사, 멸종된 바다사자 강치, 독도의 정치적 의미를 다룬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깊이 있게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피상적이거나 대표적인 주장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독도는 물 밑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섬이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보물 같은 바닷속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담아내면 어떨까.
도서출판 봄볕×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공동 기획
논픽션 어린이책을 만들 때 많은 저자들이 인터넷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 자료가 많기는 하지만, 간혹 잘못된 자료에 의해 틀린 정보를 언급할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장 최전선에서 조사와 실험, 검증 등을 통해 연구하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논픽션 그림책을 만든다는 것은 확실하고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둔 작업이다.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연구자의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동화작가가 풀어낸 과학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펼쳐진다면? 연구자와 동화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어린이책을 내는 출판사가 컬래버레이션을 이뤄 책을 만든다면 어떨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여 만든 과학 그림책 시리즈가 [바다에서 과학을]이다.
바다 생명체와 바다를 둘러싼 모든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읽기 쉬운 과학 그림책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도서출판 봄볕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협업하여 과학 그림책 시리즈 [바다에서 과학을]을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다. 그 첫 번째 과학 그림책 《독도 바닷속으로 와 볼래?》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독도 바닷속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혹은 널리 소개되지 않았던 독도의 바닷속 생명체들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칸트처럼 매일 독도 한 바퀴 도는 혹돔 따라 독도를 돌아보자
25년이 넘도록 독도 바닷속을 드나들며 독도 바닷속 생물군을 연구해 온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명정구 박사가 이야기의 기본 틀을 잡았다. 주인공은 혹돔이다. 수명이 20년이 넘는 혹돔은 독도 바닷속을 수차례 잠수해서 들어가는 연구자에게 이웃 친구처럼 친숙한 존재이다. 그리고 혹돔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돌아다니다 같은 굴에 들어와 잠을 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혹돔의 하루를 쫓아가다 보면 독도 한 바퀴를 돌 수 있고, 혹돔이 만나는 여러 바다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다. 기초적인 틀은 명정구 박사가 짜고 안미란 작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혹돔 영감이 들려주는 독도 바닷속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그림책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를 작업하면서 바다를 좋아하게 된 이승원 화가가 독도 바닷속 수많은 생명체를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머리에 어린아이 주먹만 한 혹이 나 있는 혹돔은 원래 놀래기과에 속하지만 성장한 수컷의 머리에 혹이 돋아나 혹돔으로 불린다. 어릴 때는 적자색 몸 중앙에 흰색 가로 띠가 있는데 성장하면서 띠가 사라진다. 인간의 눈에는 어린 혹돔이 예뻐 보일 수 있지만, 물고기들의 세계에선 혹이 돋고 단단한 송곳니를 가진 혹돔이 훨씬 늠름해 보일 수도 있다. 혹돔의 송곳니는 소라, 고둥 같은 딱딱한 것을 깨부숴 먹을 만큼 튼튼하고 힘이 세다. 혹돔이 《독도 바닷속으로 와 볼래?》의 안내자이다. 연구자 명정구 박사와는 오랫동안 안면을 터 온 사이인데,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지닌 덕분에 독도 한 바퀴를 돌며 독도 바닷속을 소개해 줄 수 있다.
독도의 이곳저곳, 독도 주변 생명체들이 총망라된 독도 종합선물세트
이 그림책은 독도 지도로 시작한다. 해식기둥인 촛대바위, 해식아치인 독립문바위와 코끼리바위, 화산섬에 걸맞은 주상절리 탕건봉 등 독도를 이루고 있는 바위, 봉우리, 등대, 독도 경비대 등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한눈에 보인다. 혹돔굴의 위치와 혹돔이 몇 시에 굴을 떠나 어디를 거쳐 몇 시에 집으로 돌아오는지 알 수 있도록 혹돔의 하루 루틴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면서 혹돔은 독자에게 ‘나와 함께 독도 한 바퀴 돌아볼래?’라고 권한다.
혹돔은 해 뜰 무렵 눈을 떠 아침으로 소라를 먹고 집을 나선다. 혹돔 영감 말투로 독도가 어떤 섬인지 소개해 준다. 독도는 아주 작디작은 섬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어마무지하게 큰 해저산의 제일 꼭대기 부분이다. 해저 2000미터 밑으로 산을 이루고 있다. 독도의 위치, 독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의 꼼꼼한 정보가 책 곳곳에 들어 있다. 독도는 북쪽 빙하의 물줄기와 제주를 거쳐 온 남쪽 난류가 만나는 곳이다. 물고기들에게는 만남의 장소이다. 그래서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줄도화돔이나 독가시치, 파랑돔 같은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방어와 부시리 등은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독도 바다에 있다가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떠난다.
혹돔은 가제바위를 지나면서 강치를 떠올린다. 울릉도 사람들이 독도에 살던 바다사자(강치)를 ‘가제’라고 불렀다고 한다. 독도 강치는 일본인들이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1975년 이후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존재이다. 큰가제바위와 작은가제바위의 벽은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 같아서 이 바위 주위로는 물살이 매우 세다. 그래서 벵에돔과 방어, 부시리처럼 힘차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만남의 장소답게 독도 바닷속은 수많은 물고기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장소이다. 삼형제굴바위 주위로는 넓은 자갈밭이 군데군데 있는데 물살이 세지 않아 홍바리, 갈돔, 가막베도라치 등 어린 물고기들이 모여 있기 좋다.
대황, 감태, 모자반 등이 독도 바다 숲을 이루고 있고, 붉은색 부채뿔산호와 소나무 가지처럼 생긴 산호, 해송도 멋스러움을 뽐낸다. 독도새우로 알려진 도화새우와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 등의 생김새를 구분해 볼 수 있다. 혹돔이 보기에 잠수를 하고 있는 인간은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이다. 카메라와 공기통을 멘 잠수부는 어떤 장비를 갖추고 바닷속 탐험을 떠나는지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다.
비밀스러운 또 다른 우주, 독도 바닷속
독도는 400만 년 전 어느 날 화산에 의해 우뚝 솟아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두 개의 섬으로 쪼개졌다. 깊은 바다의 심연으로 둘러싸여 있는 독도는 빛의 시간보다 어둠의 시간이 더 짙은 곳이다. 바닷속은 또 다른 우주와 같다. 매년 미기록종이 발견되는 곳인 만큼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이자 비밀의 우주이다. 잠깐 잠수할 수 있는 인간에게 바닷속은 금단의 영역이다. 그 덕에 바다 생물들의 우주가 온전히 유지된다. 그러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독도의 진정한 주인은 바닷속과 섬을 둘러싼 생명체들이다.
부록에는 혹돔 영감이 묻고 명정구 박사가 답하는 인터뷰가 실려 있고, 뒷면지에는 본문 속에 등장한 물고기들의 이름이 영화의 엔딩타이틀처럼 깨알같이 들어 있다. 어느 바위 근처가 물살이 센지, 어디 가면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만날 수 있는지, 오징어 떼가 왜 독도로 몰려갔는지, 독도를 둘러싼 온갖 정보가 책 속 곳곳에 박혀 있어 하나하나 짚어가며 독도를 탐험해 보면 어디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귀한 바다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1권씩 출간되는 [바다에서 과학을] 시리즈
[바다에서 과학을] 시리즈는 매년 1권씩 출간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가제이지만 앞으로 나올 그림책의 타이틀은 다음과 같다. 《갯벌 생물들의 집》, 《해수욕장에서 배우는 과학》, 《해저에서 만나는 로봇》, 《기후위기와 바다》. 연구자, 작가, 화가, 편집자 들이 만나 수차례 회의를 하고 견학을 하면서 구성안을 짜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바다에서 과학을’ 발견하고, 찾아내고, 톺아내어 아이들을 위한 과학 그림책을 선보이는 그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