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이탈리아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나마 깨뜨리고, 이탈리아 여행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내 이야기를 통해 이탈리아를 더 친숙하게 느끼고, 호감이 가는 나라가 된다면 좋겠다. 나는 앞으로도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를 ‘다리’ 삼아 많은 분들이 이탈리아의 진면목을 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한다
_개정판 프롤로그
물론 대도시이고 가장 부유한 지역인 만큼 유행에 민감하고 도시적인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팍팍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밀라노에 스타벅스가 똬리를 틀었다고 하니, 밀라노 친구들을 놀리고 싶을 때는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어이 못생긴 밀라노 친구! 스타벅스라니! 이제는 커피 한잔도 제대로 못 마시겠네?”
_커피, 이탈리아인의 쉼표
한국에 있으면서 정말 웃기는 장면을 많이 봤다. 계산대 앞에서 서로 “내가 낸다니까!” 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다. ‘정(情)’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어 ‘칼로레(calore, 따뜻함)’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상대방이 먼저 결제해 버리면 버럭 하며 ‘화를 내는 척’하는 것도 어쩌면 이렇게 비슷한지 모르겠다. “내가 내려고 했는데!”라며 화를 내는데 얼굴은 웃고 있는 그 장면 말이다.
_‘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없다
피자에 목숨 거는 이탈리아인이라는 밈은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탈리아인은 피자가 아니라 음식에 진지하다. 그리고 음식의 조화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여러분의 눈앞에서 먹음직스럽게 끓인 된장찌개에 딸기 시럽을 뿌린다면 어떻게 될까? “음식 가지고 왜 장난쳐?”라는 말이 바로 나오지 않을까? 이탈리아인들에게 파인애플 피자는 바로 이런 장난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
_‘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없다
지금의 이탈리아가 이탈리아다운 다채로움을 간직한 것은 도시 국가의 전통을 이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식재료나 음식을 만들 때만 전통을 지켜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이탈리아만의 지역색이 가장 큰 강점이다. 따라서 지역의 언어도 나름의 특색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_이탈리아 공식 언어는 28개
이탈리아 남자 100명을 모아놓고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고 물으면 99명은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당연히 여자지!”
매력적인 여자를 만나고, 그녀를 찬양하고, 그녀와 데이트하고, 그녀의 동반자가 되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니 국적 불문하고 모든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고 친절한 게 당연하다. 그걸 단순히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하면 이탈리아 남자로서는 좀 서운하다.
_이탈리아 남자는 고백하지 않는다
시칠리아 사람들도 가벨로티에게 복종하면 해코지를 당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보스에게 가서 간청했다. “제가 그동안 얼마나 충성을 바쳤는지 아시죠? 쟤 때문에 사업이 망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보스는 영화 〈대부〉에 나오는 것처럼 혀를 한 번 차줬다. 다음 날 경쟁자의 사업장은 쑥대밭이 됐다.
_마피아의 세계
경기장이 흥분과 열기로 달아오르고 드디어 선수들이 한 명 한 명 입장한다. 선수들에게는 모두 애칭이 있다. 2022년 나폴리로 이적했던 김민재 선수는 애칭이 ‘몬스터’였다.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에서 온 몬스터!(IL MOSTRO SUDCOREANO!)”를 호명하면, 관중들이 한목소리로 “킴! 킴! 킴!”을 외친다. 5만 명의 함성이 전율이 되어 온몸을 휘감는다. 축구 신의 사도를 맞이하는 신도들의 아드레날린이 도시 전체를 뒤흔든다.
_축구와 F1의 나라
이탈리아에 가면 꼭 가 봐야 할 곳 중 하나가 아웃렛이다. 이탈리아 아웃렛에서는 브랜드는 몰라도 질 좋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옷이나 구두를 구매할 수 있다. 고만고만한 기성품이 많은 한국 아웃렛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퀄리티가 좋은 회사의 제품들을 만나면 그게 곧 자신만의 명품이 되지 않을까.
_이탈리아에서 만날 수 있는 청춘의 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