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 더글라스 탈라미의
생동감 넘치는 참나무 생태 일기
아낌없이 주는 참나무, 일 년의 생태 기록
:: 참나무 한 그루에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오갈까?
:: 우리 주변에 참나무가 없다면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저명한 곤충학자인 더글라스 탈라미는 북미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 북반구 생태계에서 핵심종으로 활약하는 참나무를 흥미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는 새로 이사 간 집 주변에서 주운 갈참나무 도토리를 화분에 심고 싹을 틔워 마당으로 옮겨 심은 후 18년째 키우면서 참나무를 둘러싼 생태계의 다양한 활동과 변화를 관찰했다. 참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된 작가의 이야기가 점차 우리 삶을 지탱하는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면서 독자는 사람을 포함한 생태계 구성원들이 얼마나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저자는 참나무 한 그루에 계절마다 어떤 새와 야생동물이 찾아오는지, 그 나무껍질과 이파리, 꽃과 열매, 뿌리, 낙엽층에 이르기까지 어떤 곤충과 미생물이 기대어 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살펴 하나의 우주와도 같은 생태계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이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때 우리 삶에 다방면으로 혜택을 주는 기능들, 즉 참나무 한 그루가 제공하는 고마운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지구 북반구 생태계의 핵심종, 참나무
식물분류학상 참나무과 참나무속(Quercus)에 속하는 참나무는 약 6천만 년 전, 오늘날 동남아시아의 공통조상에서 갈려져 나왔다. 북미 대륙에 등장한 것은 3천만 년 전이다. 현재 지구 북반구의 온대부터 열대 지역에 걸쳐 약 600종이 폭넓게 분포하며 평균 900년을 사는 동안 사람을 포함한 주변 생물들에게 어마어마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 북위도상에 서식하는 나무 중 참나무만큼 다양한 생명체를 길러내고 먹여 살리는 나무는 없다. 도토리를 수집하는 새들과 참나무에 기대어 살며 알을 낳고 먹이활동을 하는 곤충과 그 천적, 두터운 낙엽층과 땅속 뿌리부에 붙어사는 수많은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그중에 참나무가 없다면 지구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생명체의 이름은 수없이 많다.
참나무는 무엇보다 수많은 곤충을 길러내는 데 최적의 서식지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층에서 직간접적으로 식물과 연결돼 있는 곤충은 대부분이 3종 이하의 특화된 식물만 먹으며 살아가는데 그 기주식물 역할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참나무다. 참나무가 길러내는 막대한 양과 숫자의 곤충이 없다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새도 번식에 성공하기 어렵다. 생태계를 든든하게 떠받치는 이런 역할 때문에, 그 하나가 없으면 전체가 무너진다는 의미에서 ‘쐐기돌(keystone) 식물’이라 부른다. 벚나무, 버드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등 자연에서 쐐기돌 역할을 하는 나무가 더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생명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단연 참나무를 꼽는다.
참나무가 없다면 함께 사라질 생물들
저자는 참나무가 일 년 사계절 동안 불러 모으는 생명체의 활동을 18년째 관찰하며 그 각각의 생태와 서로를 잇는 연결고리를 밝혀냈다. 글을 쓰기 시작한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책에는 다양한 생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참나무에서 태어나 성장하거나, 참나무에 기생해 살아가거나, 참나무로부터 생존에 중요한 먹이를 얻는다.
참나무와 오랜 진화 과정을 함께하며 ‘도토리 물어 나르기’의 일인자가 된 어치, 겨울에도 참나무에 숨어있는 곤충과 거미를 잘도 찾아먹는 상모솔새, 참나무에 혹 같은 알집(충영)을 만들어 애벌레를 키우는 혹벌과 그 애벌레의 몸에 알을 낳는 말벌류, 거대한 빗살 모양 더듬이로 밤마다 참나무 향기를 따라오는 멸종위기 누에나방과 그것을 노리는 박쥐와 올빼미, 참나무 뿌리에 붙어 짧게는 4년, 길게는 17년을 애벌레로 사는 매미와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를 주식으로 삼는 매미잡이벌, 참나무 잎에 굴을 파는 굴파리와 나뭇가지 흉내를 아주 잘 내는 대벌레와 자벌레(자나방 애벌레)들, 한여름 바글바글하게 들끓는 방패벌레와 그것을 먹으러 찾아오는 풀잠자리, 우렁찬 노랫소리로 여름의 끝을 알리는 여치류, 참나무에 기생하는 착생식물 겨우살이, 버섯류 등등……. 그 외에도 참나무의 잎과 줄기, 낙엽층에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숨어 사는 곤충들과 그것을 찾아다니는 천적들의 숨바꼭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지표 밑에서 죽은 동물의 사체와 식물의 잔해를 처리하는 분해자의 세계까지, 저자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참나무 한 그루에서 사계절 내내 벌어지는 숨 막히는 생명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참나무 성장사와 생태적 수수께끼
저자는 가을에 참나무가 떨어뜨린 열매(도토리)가 그 다음 날로 바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해 환경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천 년 가까운 생활사를 거치는 동안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지표 위에 드러난 나무보다 세 배는 더 넓게 퍼져나간 뿌리부, 초봄 잎눈을 틔우기 시작해 8월에 리그닌을 잔뜩 품은 크고 질긴 이파리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 4월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 생기는 변화, 도토리가 여물어 완전히 익기까지 걸리는 시간, 사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의 낙엽수로는 흔치 않게 겨울에도 마른 잎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모습……. 이 모두가 참나무를 가장 참나무답게 만드는 특성들이다. 그 외에도 한 지역의 참나무 무리가 가끔 한꺼번에 평년과 달리 어마어마하게 많은 열매를 생산하는 이유, 이파리와 도토리의 크기와 모양이 알려주는 정보, 참나무가 오래 나이 들어갈수록 몸통 속이 비어가는 현상과 다른 나무보다 거칠거칠한 수피가 지닌 효용성 등, 참나무의 성장 과정에 목격되는 재미난 생태적 현상들까지 낱낱이 풀어 해설한다. 그리고 이런 특성들이 바로 참나무가 지구상의 어떤 나무보다 많은 생명체를 먹여 살리고 우리 삶도 건강하게 지탱해주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참나무가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이로움
저자가 들여다보는 건 생태계 그 자체만이 아니다. 참나무를 둘러싼 생태계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즉 참나무 한 그루가 제공하는 이로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광활한 이파리 표면과 복잡한 뿌리체계를 지닌 참나무는 폭우가 내릴 때 그 압력을 분산시키고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역할을 해 홍수와 토양 침식, 수중 생태계 파괴와 같은 큰 피해를 막아준다. 실제로 참나무의 무성한 이파리에 닿은 빗물 대부분(매년 최대 1만1000리터)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증발하며, 맨바닥에서라면 홍수를 일으킬 수도 있는 강수량 5센티미터 정도의 폭우는 참나무 낙엽과 그것이 분해되며 생기는 부엽토에 대부분 포집된다. 또한 기후위기의 시대, 우리가 매일 참나무로부터 얻는 생태계 서비스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탄소 격리다. 다른 식물처럼 참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조직 안에 탄소를 고정하는데, 특히 거대한 뿌리부의 근균(根菌)이 나무의 생활사 전반에 걸쳐 주변 흙에 탄소가 풍부한 글로말린을 침전시킨다. 이 탄소는 대기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수 백 년, 혹은 수천 년을 흙에 남아있을 수 있다. 그밖에도, 우리 주변에 무심히 서 있는 참나무들이 날씨가 좋지 않을 때 강한 비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에는 그늘을, 겨울에는 따뜻함을 제공해 에너지 경제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크다는 점을 되새긴다. 이런 모든 근거를 들고 저자는 누구나 집 마당에 어떤 나무보다도 생태적으로 유용한 참나무를 먼저 심으라고 권하면서 우리가 앞으로 심고 양육할 참나무들이 빠르게 악화돼 가는 지구의 기후문제를 완화하는 데 지구의 거의 모든 식물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신의 정원에 참나무를 심고 싶다면
정원에 커다란 나무 하나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정말 많다. 그러나 참나무는 실제보다 너무 크게 자랄 것 같다는 오해와 낙엽 쓰는 일의 귀찮음, 혹시나 거대한 뿌리 탓에 주변 도로나 시설물을 망가뜨린다거나 태풍에 나무줄기나 가지, 혹은 뿌리가 뽑혀 큰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집 가까이에는 심지 않는 사람이 많다. 전작 『Bringing Nature Home』과 『Nature’s Best Hope』를 통해 우리 주변의 조경에 토종식물을 활용하는 일의 중요성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 북미의 많은 정원사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던 저자는 ‘참나무 심기’의 실무에 관해서도 세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며 올바른 해답을 제시한다. 가능하면 큰 나무를 옮겨와 심기보다 도토리나 작은 묘목을 심어 큰 나무로 키울 것, 적당한 거리를 두고 한 번에 두세 그루를 함께 심을 것, 그리고 참나무 주변에 토종식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화단을 만들어줄 것 등 참나무를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기를 수 있는 지침 몇 가지와 함께, 도토리나 묘목을 심고 그것이 자라는 동안 관리하는 요령까지 꼼꼼히 소개한다.
그저 집 앞마당에 참나무를 심고 싶어서든, 참나무를 둘러싼 생태계 이야기가 궁금해서든, 혹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건강을 책임지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참나무의 역할에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든, 이 놀라운 책을 다 읽고 나면 주변에 흔하디흔한 참나무를 완전히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