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아버지는?”
“그저께 자살했어요. 지금은 저와 남동생뿐입니다.”
내 말을 곱씹듯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린 이사가와 강사는 “말하지 그랬어” 하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더 요란하게 반응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건조한 반응이었다.
15p.
“경찰관은 자기 권력이 가진 폭력성을 이해하고 법률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사로 시민의 권리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늘 노력해야 한다. 뭐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 좀 우습지 않아?”
“전혀 우습지 않아요. 경찰관에게는 중요한 마음가짐 아닐까요?”
“그야 그렇지. 나도 이론은 알아, 이론은. 하지만 나로서는 지켜야 할 시민인지 뭔지에 범죄자가 포함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단 말이야. 남의 생명이나 정신을 위협한 범죄자를 왜 굳이 배려해야 하지? 범죄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격리해야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강사의 주장은 이상했고, 정의에 대한 그 망상 같은 집착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239-240p.
“하이빔이 뭔데?”
“핸들 옆 레버, 저쪽으로 비틀면 돼!”
나나코가 왼쪽 레버를 만지려고 했다.
“아냐, 그쪽은 와이퍼야!”
핸들 왼쪽 레버는 와이퍼, 라이트 조절은 오른쪽 레버. 나는 문득 엉뚱한 생각이 나서 웃고 말았다.
“왜 웃어요?”
“아무것도 아냐. 라이트가 라이트란 말로 기억하면 돼.”
37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