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점점 작아지는 관계는 좋은 관계가 아니다. 좋은 관계란 ‘나, 너, 우리’가 모두 커지는 상호확장의 관계이며, 이는 마음 헤아리기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인지 학습에서 IQ가 중요하듯 인간관계에서는 ‘관계지능’ 이 중요하다. 관계지능의 핵심이 바로 마음 헤아리기다. _프롤로그
갈등으로 고통받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갈등을 풀고 서로를 이해하고 깊이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관계를 서둘러 정리하기에 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끝까지 따지기보다 무엇 때문에 힘들고 상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우선이다. _1장 1. 존중의 핵심
당신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당신의 배려가 자기중심적이었을 뿐이다. _1장 4. 진짜 배려
‘마음 헤아리기’란 한마디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왜 어떤 사람은 갈등을 겪고도 이를 풀어내서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어떤 사람은 관계를 단절하고 말까? 왜 자신의 상처를 대물림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좀 더 좋은 부모가 되는 사람이 있을까? 피터 포나기는 그 핵심이 ‘마음 헤아리기’라고 보았으며, 마음 헤아리기를 ‘자신과 타인의 마음에 관심을 두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풀어 말하면 마음 헤아리기란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표현과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원하는지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능력이다. _1장 9. ‘마음 헤아리기’란 무엇인가?
그러므로 단지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느냐는 애착유형을 분류하는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 만약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경험을 균형감 있고 안정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고 있다면 ‘획득된earned 안정애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성인 애착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와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인지란 ‘생각에 대한 생각’처럼 한 차원 높은 상위인지를 말한다. 자신의 인지 과정을 관찰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메타인지가 발달할수록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잘 안다. 메타인지가 인간관계에 적용될 때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발달한다. 이 두 능력은 한발 물러나 경험의 안과 밖을 살피며 경험을 객관화하고 통합하고 맥락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렇다면 안정애착이란 단지 안정된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 한 차원 높은 의식의 발달을 이끄는 지휘자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_2장 1. 성인의 애착유형
건강한 어른의 관계는 수평성과 상호성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그에 비해 건강하지 못한 어른의 관계는 늘 균형이 깨져 있다. 자신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않고 상대의 마음만 헤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 경우도 있다. 모두 마음 헤아리기의 실패다. 마음 헤아리기는 타인 지향적인 공감과 달리 자아와 관계의 ‘균형’을 강조한다. 하지만 타인중심성은 단순히 미숙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미러링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심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온 생존방식일 수 있기에, 타인중심성에서 벗어나려면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에 대한 애도와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_2장 4. 관계의 균형
관계는 언어로 이루어진다. 관계의 언어는 크게 ‘판단의 언어’와 ‘헤아림의 언어’로 나뉜다. 전자의 기반은 마음읽기, 후자의 기반은 마음 헤아리기다. 마음읽기는 판단적이고 자기보호가 우선인 반면 마음 헤아리기는 비판단적이고 상호교류가 중요하다. 판단의 언어는 딱딱하고 차갑고 닫혀 있다. 그에 비해 헤아림의 언어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열려 있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이렇게 느껴야 한다. 마음 헤아리기가 발달하면 말투도 달라진다. 헤아림의 말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수많은 헤아림의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내면화된 결과이거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노력의 산물이다. _2장 6. 읽기의 언어, 헤아림의 언어
그런데 엄격한 기준을 한순간에 내려놓을 때가 있다. 바로 기준이나 강박보다 ‘더 중요’하거나 ‘더 원하는’ 것이 있을 때다. 최선을 다해 애쓰는 것보다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부모 말을 따르게 하는 것보다 자녀의 건강과 행복이 더 중요해지고, 모든 사람과 잘 지내기보다 진심을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에너지의 흐름이 바뀌어 자신의 기준을 재고할 수 있다. 정호는 힘들어하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갈등하고 있다. _3장 3. 최선의 기준
일상에서 어떻게 마음챙김 연습을 하면 좋을까? 한 가지 방법은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판단에 대해 ‘혼잣말하기self-talk’를 하는 것이다. 마음을 거울이라고 하고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 감정, 감각, 판단을 거울에 비친 하나의 상이라고 한다면 ‘마음챙김을 위한 혼잣말하기’는 그 상을 바라보며 그 모습을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원들이 내 흉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 느낌에 “~구나!”를 붙인다.
“팀원들이 내 흉을 봤다고 생각하는구나!”라고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야기한다. 적으면서 말하면 더욱 좋다. _3장 5. 판단하지 않는 마음
조지아대학교의 에이브러햄 테서Abraham Tesser가 이끄는 사회심리학 연구팀은 11세에서 14세 청소년이 있는 가족들에게 TV 채널 선택이나 숙제하는 시간 등과 관련된 모든 의견대립을 기록하게 했다. 조사 결과, 부모와 의견대립이 많은 청소년이 더 행복하고,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며, 학교생활을 더 잘했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을 위해 덧붙이자면,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위와 같은 결과는 부모가 자녀와의 의견대립에 대해 열린 관점으로 대화로 풀어갈 때 가능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언 레슬리는 이를 ‘차분한 대립’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관계 또는 집단 내에서 침착하게 대화로 풀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때 바로 마음 헤아리기를 촉진하는 ‘적극적 질문’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_3장 7. 적극적 질문
경은은 결혼한 지 20년이 넘으면서 부쩍 이혼을 생각한다. 남편은 잘나가는 사업가다. 마음껏 쓸 수 있는 신용카드를 주고,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비싼 선물을 사오고, 친정 식구들의 일자리와 용돈까지 잘 챙겨주는 등 얼핏 보기에 남 부러울 게 없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다. 상담 중에 경은은 이 말을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이혼을 생각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오늘 뭐 했어?” _3장 8. 일상의 헤아림
자기불화가 심한 이들은 내면의 대화가 경직되고 지시적일 때가 많다. ‘너는 이렇게 해야 해!’ ‘너는 이런 사람이어야 해!’ 등 일방적 명령에 가깝다. 그러나 자기친절로 자기 헤아리기가 가능해지면 그런 명령에 끌려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넌 다른 사람들을 먼저 챙겨야 해’라는 경직된 내면의 언어가 있었다고 해보자. 자기친절이 자라나면 이런 의문이나 질문이 시작된다.
“왜 매번 나만 챙겨야 해?”
“그런데 지금은 내가 지쳐 있는걸.”
“그때그때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잖아?”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거나 실수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불화가 심할수록 자신에게 비난을 퍼붓지만 자기친절이 늘어나면 비난 대신 이해와 위로를 건넬 수 있다. _3장 9. 자기돌봄의 언어
당신이 아픈데 가족들이 별로 신경을 써주지 않아 서운하다고 하자. 당신은 그 서운함을 차분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가? 말로 표현하는 것은 상대를 탓하거나 “왜 이렇게 무관심해!” “왜 이렇게 사람이 못됐어?”라며 짜증을 내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사람은 대화를 한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그 감정과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아픈데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않아서 섭섭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가 그 말을 듣고 바로 “미안해! 많이 섭섭했구나. 앞으로는 물어볼게”라고 대답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꼭 말로 표현해야 해? 나는 아파도 잘 이야기하지 않잖아”라며 받아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_4장 1. 새로운 관계의 틀
마음 헤아리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자기중심성을 극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중심성을 잘 인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상대가 내 마음 같지 않은 것에 덜 실망하고 잘 받아들일 수 있다. _4장 2. 1단계: 마음 헤아리기 스위치 켜기
대화를 잘하는 것은 운전을 잘하는 것과 같다. 마음 헤아리기 대화는 목적지를 놓치지 않고 대화하는 것이고, 그 최종 목적지는 ‘이해와 연결’이다. 대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도중에 대화의 목적을 잊기 때문이다. 대화는 물과 같아서 잘 흘러가다가도 뭔가 가로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어느 틈에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린다. 특히 상대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반응하는 순간 방향을 상실한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상대가 엉뚱하게 반응해서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며 상대 탓을 한다. 하지만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은 엄연히 나의 몫이다. _4장 5. 4단계: 메타 커뮤니케이션
모든 관계에는 기울기가 있다. 이상적으로는 서로를 똑같이 위하는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가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양방 중 어느 한쪽으로 관계가 기울어 있다. 어느 한쪽이 상대를 더 좋아하고 위해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관계의 기울기를 감수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한계 안에서 관계 기울기의 불균형을 감지하고 이를 조정해야 한다. _4장 7. 관계의 기울기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