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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이어리


  • ISBN-13
    979-11-92837-01-7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말그릇 / 말그릇
  • 정가
    1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0-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한승희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9 * 198 mm, 264 Page

책소개

한승희 수필가의 《서울 다이어리》가 말그릇 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총 42편 1부 품다, 2부 여물다, 3부 펼치다 4부 날다, 네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부드럽게 쓰다듬는 듯한 문장이 아주 맛깔나다. 잘 절인 오이지에서 ‘오도독’ 소리 나듯 단어와 문장, 단락이 적재적소 배치된 게 놀랍다. 한 골목 다섯 가족 이야기로 최고시청률을 보인 ‘응답하라 1988’ 드라마를 보는 듯 감동과 웃음, 아련한 슬픔이 페이지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만난다. 힘들었던 시절, 맏이였던 작가는 가족을 위해 희생도 묵묵히 감당했다. 쌉싸름할 만큼 마음에 멍울졌던 그날의 기억과 감정을 담담하게 써낸 작가의 다이어리는 순연하고 따뜻하다. 손끝 야문 여인이 손바느질한 듯 엮어낸 글들을 읽다 보면 한승희 작가가 아주 길고도 뭉근하게 문장 수련을 했다는 게 대번에 느껴진다. 바림질한 듯한 빛깔로 이끄는 서울 이야기, 성실하고 진솔하게 살아낸 작가의 삶이 투영된 작품에 사람 냄새 물씬 풍기고 콩고물 같은 웃음을 짓게 한다. 작가는 60여 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문장 속 아스라한 골목길을 따라 가면 당시 천호동은 아이들이 뛰노는 허허벌판이고 쑥이나 냉이를 캐는 시골 풍경이었다. 장맛비로 풍납동 백묵공장이 잠기고 가재도구와 양계장 닭들이 떠내려가는 장면들의 묘사가 생생한 것은 독보적인 작가의 역량이리라. 《서울 다이어리》는 한승희 수필가의 공들인 삶과 꿈의 목마름에서 나온 결과물로 독자에게 주는 울림이 오래 남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 4
1. 품다
그리운 인현동 … 12
그해 여름 … 18
집으로 가는 길 … 25
재동 83번지 백송 … 32
서울운동장을 아시나요? … 37
여고 시절의 환유換喩 … 42
경희궁 뜨락을 거닐며… 46
맹꽁이 사총사의 크리스마스이브 … 50
진토닉 한 잔 … 55
경춘선 완행열차 … 62
정릉 경국사를 찾아서 … 67
딸기잼을 만들며 … 74
2. 여물다
마음에 불빛이 들어올 때 … 80
수세미 덩굴 그늘 아래서 … 87
단맛을 찾는 하이에나 … 93
당신을 환영합니다 … 98
베란다에서 … 103
꽃씨 한 알 … 108
한눈팔기 … 113
데스밸리 단테스 뷰 … 118
간절곶에서 하룻밤 … 124
오이지 … 133
3. 펼치다
조용한 알람 … 140
순수한 맹목 … 146
지금, 화양연화 … 152
그날의 춘천 … 159
연신내 보름달은 … 166
천국과 지옥 사이 … 172
별이 빛나던 밤에 … 179
플랜테이션 카페 … 185
춤추는 하모니카 … 191
엄마의 스카프 … 196
깻잎 조림 … 201
4. 날다
한마디 말이 … 208
시어머니의 다듬잇돌 … 212
화석이 된 글 … 216
다시 피는 산국화 … 223
나비, 날다 … 228
불광문고 … 234
방구석 휴가 … 239
신인류로 진화 중 … 246
동지팥죽 … 252
끝나지 않은 항해 … 257
에필로그 … 263

본문인용

눈을 감고 잠시 서 본다. 양팔을 뻗으면 닿을 듯 손금처럼 퍼져 있는 좁은 골목길 고샅마다 숨바꼭질 구슬치기하던 어린것들의 웃음이 들리는 듯하다. 낡은 속옷들과 양말 짝들이 허공에 매달려 펄럭이던 풍경도 떠오른다. 골목을 깨우던 두부장수의 종소리. 저녁이면 힘든 하루를 보낸 식구들을 불러 모으던 깻잎 조림 냄새도 코로 스며드는 듯하다. ‘아이스게~기’를 외치던 정다운 목소리도, ‘찹쌀~알 떡’ 하던 구성진 목소리도 어스름한 골목 저쯤에서 새어 나올 것만 같다.(p.16)

-〈그리운 인현동〉 중에서

지금까지 많이 길을 잃고 헤맸다.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뒤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빙 둘러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버스정류장을 지나쳐 종점에서 내린 우리를 집까지 바래다 준 아저씨 같은 귀인이 있다면 사는 게 좀 더 수월했을까. 내 인생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이 있었다면 삶이 더 편안했으려나. 나이가 들면 사는 일에 익숙해지고 지혜로워질 줄 알았는데 삶의 길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p.30)

-〈집으로 가는 길〉 중에서

순간 바람이 불어와 도토리가 널빤지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우두둑 쾅.”
생각보다 큰 소리에 깜짝 놀랐다. 도토리 하나가 내 어깨 위로 떨어졌다.
“아얏!”
부처님이 내리친 죽비인가! 올려다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번져오는 황금빛 가을볕이 얼굴을 간질인다. 나뭇잎 사이를 타고 오는 선선한 바람이 내 귀에다 속삭인다. 애써 외면했던 나의 가여운 스무 살을 껴안아 주라고, 애달파서 더 아름다운 청춘이었다고, 힘겨워서 자랑스럽다고, 꿈은 그렇게 도달해야 보석이 되는 것이라며 어깨를 어루만지며 스쳐 지나간다. (p.73)

-〈정릉 경국사를 찾아서〉 중에서


‘빙빙 돌아라. 빙빙 돌아라. 나를 멀리멀리 보내 다오’
그날 나는 작품을 내지 않았고, 지금까지 내 기억 속 뚝섬유원지에는 회전그네만이 돌고 있다. 가끔 생활에 지치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기억 속 회전그네에 앉아 오즈의 마법사 나라로 날아가는 나를 만난다. 만약에 그때 글을 잘 써서 상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과 달라져 있을까.
(p.116)

-〈한눈팔기〉 중에서

이게 내 이름이구나. 내 이름을 이렇게 쓰는 거구나!”
눈물까지 흘리는 어르신들. 짝꿍이 말도 없이 지우개를 가져다 썼다고 삐지고, 친구가 받아쓰기를 자꾸 훔쳐본다고 귀엣말로 이른다.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눈을 내리깔고 딴청을 부린다. 보청기를 안 끼고 와서 들리지 않는다고 둘러대거나 안경이 없어 침침해 보이지 않는다고 핑계 댈 때는 영락없는 1학년 학생들 모습이다.
교실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정자야, 순심아’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처음엔 어색해서 서로 쭈뼛거렸다. 우리 반 분위기 메이커인 한 어르신이 큰 소리로 말했다.
“난 김윤덕이야. 너네 이름이 뭐니?”
까르르, 깔깔깔 웃는 소리가 천장을 뚫고 메아리쳤다. (p.154)

-〈지금, 화양연화〉 중에서


지금 와서 생각하니 엄마는 멋을 부리기 위해서 스카프를 한 것이 아니었다. 눈속임을 하기 위해서 스카프를 하셨던 것이다. 내가 지금 서둘러 외출할 때 스카프 한 장으로 눈가림하듯이. 엄마는 자신의 남루한 삶을 감추기 위한 소품으로 화려한 스카프 한 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쩌면 엄마는 가난에서 오는 슬픔도 아픔도 외로움까지도 모두 한 장의 스카프로 가리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스카프를 하고 있을 때 엄마는 언제나 구김살이 없고 당당하게 보였으니까.(p.200)


-〈엄마의 스카프〉 중에서

약국 유리창 너머는 시장이어서 항상 시끌벅적했다. 힘겨운 생활이었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다. 날마다 드잡이가 벌어졌고 막걸리 한잔으로 만족해하는 껄껄거리는 웃음도 있었다. 무엇이 삶의 동력이 되는지 어렴풋이 알아갔던 것도 그때가 아닌가 싶다.
약국 일이 끝나고 내 방으로 올라가면 서울 집과는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일깨웠다. 조그만 옷 보따리 하나 달랑 있는 좁은 방이 내 현실이었지만 보이지는 않아도 가까운 곳에 끊임없이 파도가 들썩이는 넓은 바다가 있었다. 그 바다는 내 미래요 희망이었다. 가끔씩 울리는 뱃고동 소리는 하루빨리 도시 서울로 가라는 재촉과도 같았다. 그러나 나를 태우고 갈 배를 볼 수 없어 불안하고 초조했다. 꿈과 희망을 움켜쥘수록 남루하고 초라해지던 시절이었다.(p.261)

-〈끝나지 않은 항해〉 중에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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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no image book
저자 : 한승희
국어국문학 전공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 글쓰기 논술지도
살레지오 수녀원 주부학교 국어교사
KBS, CBS 라디오 모니터 활동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을 했고, 현재 불광복지관 '한글 문해 교육' 강사로 어르신들과 부듯한 기쁨을 어우렁더우렁 엮고 있다. 뒤꼍 산을 즐겨 찾으며 마음을 씻고 숨 고르기하며 소소한 일상에서 글 씨앗을 찾는다. 순간순간 화양연화라 여기며 푸른 숨을 들이켜며 지낸다.

2016년 《에세이문학》 등단
2021년 서울문학의집 '서울 우리 동네 이야기 공모' 수상
2022년 제16회 동서 문학상(시) 수상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
2023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창작준비지원금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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