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에서는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은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체크리스트의 맨 앞엔 당연히 영어가 자리 잡을 테고, 그 다음은 여러 학과목에 대한 준비가 이을 것이다. 그 중 특별히 신경 써야 할 학과목이 있다. 바로 미국역사이다. 사회나 과학 같은 과목은 미국 학교라 해서 한국 학교에서 배운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같은 것을 가르친다. 하지만 미국역사는 다르다. 한국 학교에서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드시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미국역사를 준비할 때는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많은 학생이 미국역사를 사전에 준비한다며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책이나 집어 든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 없이 미국역사 책을 선택하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과 실제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의 내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친구의 딸이 유학 갈 때 미국역사 책을 추천했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그 학생에게 도와주려다 결국 혼란만 주었었다. 하워드 진 교수가 쓴 미국역사 책을 추천했던 것.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또 기자로서 인터뷰했던 인연이 있어서 무난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이 책이 역사 인식에서는 미국 역사 교과서와는 극과 극을 보이는 것이었다. 영웅사관의 교과서와 민중사관의 하워드 진 책.
그래서 저자는 이 경험을 계기로 미국 유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미국역사 책을 집필하기로 맘먹는다.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역사를 공부하려면 역사 교과서를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영어로 되어 있고, 또 내용이 생각보다 많아 유학준비생이 읽기에는 큰 부담이 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 교과서를 기본 텍스트로 삼고 유학생의 실제 노트필기와 학습자료까지 참고하여 미국이 원하는 미국역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책은 2012년에 처음 나왔다. 최초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막 성공했을 때였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오바마에 이어 트럼프, 또 지난해에는 팔순의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면서 이 책은 그동안 8쇄를 찍었다. 여전히 미국 유학생들이 찾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하지만 10년 전의 낡은 옷으로 MZ 세대의 감성에 다가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이번에 새 옷으로 갈아입은 개정판을 낸다.
▞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역사》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은 미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제로 가르치는 미국의 역사를 다룬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역사가 일반 교양서에서 다루는 미국역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를 수 있다. 역사는 어떤 역사적 사건을 선택하느냐, 또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흐름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서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미국역사 책은 비판적 입장에서 미국역사를 다루는 것들이 많다.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와는 일정한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가령, 미국 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전의 역사, 즉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이 중심이 되는 아메리카대륙의 역사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인디언은 미국 국민이고, 또 수만 년 동안 아메리카대륙에 살아온 미국 역사의 주인공임은 틀림없다, 그러함에도 그들은 역사적 주인공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디언의 만들어온 역사는 인디언의 역사일 뿐 미국 역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럽에서 이주해간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앵글로색슨계 백인 청교도)가 중심이 되어 세운 나라이기에.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미국 학교의 역사관은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고 미국 국민은 위대한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족주의와 영웅주의 사관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 따라서 선택하는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은 당연히 ‘위대한’ 것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유학을 준비하면서 하워드 진의 책과 같이 비판적 미국역사 책을 읽은 유학생이라면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적잖이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점을 감안하여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역사를 다뤘다. 미국학교에서 사용하는 역사 교과서는 물론 다양한 미국역사 책들을 참고하는 한편 미국 학교에 다니는 유학생의 역사 과목 노트필기와 학습자료까지 참조하였다. 물론 행간에 필자의 역사 인식을 드러내어 편향된 미국학교의 역사 인식을 균형 있게 맞추려는 노력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학생들에게는 실속 있는 유학 준비서이고, 유학 가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세계 최강의 나라,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 미국의 역사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맞춤한 텍스트이다.
▞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역사》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이 책은 미국역사를 통사적으로 개괄한다. 아메리카대륙에 인류가 처음 들어온 고대에서부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까지의 미국 이전의 역사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되어 오늘날 세계 최강의 일강체제를 구축하기까지의 역사를 아우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 인물이나 사건은 미국 학교 교과서에 따랐다. 미국 학교에서 어떤 역사를 어떻게 가르치는지가 중심 콘셉트이므로 일단 여기에 충실한 것이다.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필자의 역사관을 덧붙였다. 교과서와는 인식이 다르다거나 저자의 의견임을 밝히면서. 가령, 아일랜드인들의 대거 아메리카대륙 이주를 설명할 때는 간단하게 다루고 마는 미국교과서와는 달리 역사적 배경까지 들여다보는 식이다. 이주 원인인 감자대기근의 배경까지 살펴보는 식으로.
또한 미국역사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유럽계 백인 중심의 역사를 주로 다루는 가운데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여성 등 소수자 약자들의 피나는 권리투쟁에도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분량은 적다. 미국교과서처럼 최소한의 것을 다루면서 기계적 중립이나 균형 맞추기를 한 것이다. 교과서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곁가지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것이 애초의 기획 의도에서 벗어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3개 식민지의 건설을 시작으로 본격 시작된 미국역사는 보스턴 차 사건, 독립전쟁, 미합중국 건국, 남북전쟁, 노예 해방, 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 2차 세계대전, 냉전시대… 같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국역사의 연표들을 만들어낸다.
또한 미국은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이는 한편 멕시코와 일전을 벌여 뉴멕시코 주를 확보하고, 서부 개척과 괌이나 하와이 등을 미국 영토에 편입시킨다.
미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다지면서 말 그대로 태평성대를 구가하며 20세기를 맞는다. 자동차를 비롯한 철강, 철도, 전신 등 인류의 발전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발명품들과 함께 주식을 사고파는 금융업까지 등장하면서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가 된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흥청망청하는 가운데 끼었던 거품이 꺼지면서 1929년 대공황이 닥쳐 미국은 커다란 시련을 겪는다. 그러면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마지못해 참전하지만 전쟁 특수를 누려 경제적 이득을 챙긴다.
또 다시 터진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미국은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소련과 양강체제를 구축하며 세계를 쥐락펴락한다. 하지만 양강체제의 한축인 소련의 몰락으로 사회주의권이 붕괴하자 명실상부한 일강체제를 구축하며 21세기를 맞는 가운데,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등 새로운 진화를 거듭한다.
이 책은 이렇듯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던 상황에서부터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그리고 그를 이은 도널드 트럼프, 지금의 조 바이든 시대까지의 미국역사를 아우른다.
개정판 머리글
책 쓰는 작가들 중 ‘개정판’ 한 번 내보는 게 꿈인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그 꿈을 이룬 작가는 드물지요. 나는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역사》로 그 꿈을 이루게 되었어요.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 년이 되어 이번에 개정판을 내거든요. 요즘 책의 삶의 주기가 지극히 짧은데도 여태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끈질긴 생명력. 모두 독자 여러분의 무한 사랑 때문입니다.
나는 이 책을 쓸 때 이렇게 오래 살아 있을 거라고는 짐작도 못 했어요. 당시 그저 재선에 성공한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임기까지만이라도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이후 도널드 트럼프와 그를 이은 현재의 조 바이든까지 모두 3명의 대통령을 만나고 있어요.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역사》의 개정판은 전면적으로 뜯어고친 것은 아니에요. 1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교과서가 바뀌는 게 아니니까. 첫판에 담았던 역사적 사실들은 그대로 다루면서 부분적으로 수정이나 보충설명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첫판보다 30여 쪽이 늘었네요. 책 쓸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개정판에서도 덜어내기보단 더 넣으려는 욕심이 더 컸나 봐요.
오바마 대통령 재선 당선까지 다루었던 첫판에 이어서 개정판은 트럼프와 바이든까지 다루었어요. 당대사여서 역사적 평가보단 간략하게 몇 가지 사실 언급에 그쳤지만. 첫판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가 연합국에 가담했던 사실을 모호하게 기술했었어요. 잘 몰랐다고요? 한 독자의 날카로운 지적이 있었어요. 개정판에서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수정했어요. 지적해준 독자께 특별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미국역사》를 쓸 때 기러기아빠였던 나는 지금은 그 신세에서 벗어났고,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이 책을 쓰게 했던 두 딸은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잘 살고 있는 등 나의 가족사 연표도 많이 만들어졌어요. 회한이 따르네요. 나의 글쓰기 작업을 응원하는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자, 마지막으로 허튼소리 하나 할게요. 혹시 재개정판을 내고 싶다면 과욕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