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똥! 초인종 소리에 연두가 현관 밖으로 나갔어요. 문 앞에 예쁜 택배 상자가 하나 있었지요. 연두는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예쁜 것이라면 뭐든지 다 모으는 게 취미인 연두에게 택배 상자는 수집품으로 안성맞춤이었거든요. 연두는 내용물을 얼른 정리하고 상자를 방에 가져다 놓고 싶었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 뚜껑을 열었는데…. 으아아아아아악! 연두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지 뭐예요. 대체 상자 안에는 뭐가 들어 있었던 걸까요?
연두의 평화로운 일상을 뒤흔드는 못난이의 등장
예쁜 겉모습과 다르게 택배 상자 안에는 벌레 한 마리와 함께 모양도, 색깔도 이상한 채소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연두는 분명 잘못 배송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채소를 어떻게 먹는다는 말인가. 그러나 연두는 곧바로 아주아주 끔찍한(?) 소식을 듣게 된다. 앞으로는 못난이 채소로 요리를 해 주겠다는 엄마의 예상치 못한 선언! 이게 다 연두와 동생 하늘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니, 연두는 엄마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집에서 못난이 채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운데, 채소 공예 수업 때문에 학교에 못난이 채소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연두는 더욱 심란해진다. 도대체 이 이상한 채소는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 버린 일상. 연두는 예전의 평화롭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마트에 있는 채소 과일이 가진 비밀
마트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채소 과일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생김새가 모두 비슷하다는 것이다. 윤이 나는 색색의 파프리카, 상처 하나 없는 고구마, 일정한 굵기를 가진 애호박, 완벽하게 둥근 사과 등 하나같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그러나 실제로 농산물을 키우고 수확하면 각양각색의 농산물을 만나게 된다. 같은 밭과 나무에서 자란다고 하더라도 햇빛, 바람, 비, 온도 등 자연환경이 날마다 바뀌기 때문에 모양과 색이 다양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너무 휘어져 부러질 것처럼 생긴 오이, 끝부분이 두세 갈래로 갈라진 당근, 울퉁불퉁 혹이 난 듯한 감자, 얼룩덜룩한 귤은 예측할 수 없는 자연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당당하게 자란 결과물인 셈이다.
우리는 왜 그동안 다양한 모양의 채소 과일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답은 쉽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채소 과일들은 어디로 갔을까? 충격적이게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모습과 다른 ‘못생긴’ 채소 과일들을 대부분 버려지며, 상품성이 높은 보기 좋은 채소 과일만이 마트로 향한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지구 환경
비정형화된 모양의 채소와 과일을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은 13억 톤이라고 한다.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이렇게 많은 양의 못난이 농산물이 판매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버려진다. 1년간 공들여 농사지은 농부들의 노고가 한순간에 헛수고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못난이 농산물과 같이 버려진 음식물들은 썩을 때 메탄가스를 뿜어내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열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그런데 맛과 영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조금 흠이 났다는 이유로, 혹은 겉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버려져 환경 오염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맛난이 채소》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전해 주어 건강한 먹거리와 지구 환경, 윤리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한다.
편견으로 보지 못한 진실
못난이 채소와 연두 짝꿍 시온이가 연두에게 미움받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겉모습 때문이다. 연두는 예쁘지 않은 건 쳐다도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흠집이 있고 이상하게 생긴 못난이 채소는 먹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음식이었다. 시온이 역시 연두에게는 못난이 채소와 같다. 군데군데 갈색 얼룩이 묻은 티셔츠에 무릎이 툭 튀어나온 바지를 입고, 손톱에 시커먼 때가 낀 채로 등교하는 시온이는 꼬질꼬질함 그 자체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그러나 사실 못난이 채소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당당히 살아낸 기록의 산물이며, 시온이는 그저 텃밭 가꾸기밖에 모르는 반전의 깔끔쟁이였다. 연두는 그저 겉모습만 보고 편견을 가지며 거부해 버린 것이다. 《맛난이 채소》는 독특한 생김새를 가진 못난이 채소를 소재로 이용해 편견과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고 있다. 편견은 우리의 눈을 가리고 편향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편견 없이 본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