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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 ISBN-13
    978-89-6262-581-3 (03330)
  • 출판사 / 임프린트
    동아시아 / 동아시아
  • 정가
    2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1-22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승섭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사회과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보건학 #사회역학 #건강 #질병 #사회적약자 #소수자 #에이즈 #HIV #장애 #장애인 #트랜스젠더 #미투운동 #노동자 #이주민 #차별 #인종차별 #편견 #낙인 #정신질환 #트라우마 #사회, 사회과학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5 mm, 320 Page

책소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후 6년,

김승섭이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분투한 기록

공부는 무엇이고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문해 온 김승섭이 그간의 연구를 소개하는 공부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고백하는 분투의 기록이다.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노동자 등 한국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의 고통에 구체적 데이터와 정확한 문장으로 응답하기 위해 그는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막막한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 분투한다. 책에는 과학의 이름으로 소수자에게 낙인을 부여했던 19세기 논문부터 국내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최신 연구까지, 풍부한 학술 자료가 적재적소에 소개된다. 데이비드 윌리엄스, 캐런 메싱 등 세계적 학자들과 김승섭이 만나 나눈 대화들은 한국 상황을 객관적 시각에서 돌아보게 하며, 그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현장감을 더한다.

 

김승섭은 말한다.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6쪽). 그의 질문은 현실적 해결책만을 구하지도, 정치적 올바름만을 좇지도 않는다.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도 “한국 여성에게 공중화장실은 불법 촬영과 폭력을 걱정해야 하는 불안한 공간”(124쪽)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함께 지적한다. HIV 신규 감염을 줄일 보건정책을 논하면서도, 동시에 그 질병과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감염인의 사회적 존엄을 지킬 길을 고민한다. 그가 말하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란 공기처럼 존재하는 차별을 정확한 데이터로 마주하고, 당사자의 고통을 함께 이야기하고, 문제의 복잡한 맥락을 헤아리는 모든 과정이다.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이미 생산되어 있는 지식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읽고 만나고 부대끼며 길을 찾으려 했습니다.”(6쪽)

 

 

차별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아도 아프다

지워진 존재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응급의학과 의사인 녹스 토드 박사 연구팀이 1993년 발표한 논문은 큰 논란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의료진의 진통제 처방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이 환자의 인종이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긴뼈 골절로 응급실을 찾은 히스패닉 환자 중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지 않은 비율이, 백인 환자와 비교해 2배에 육박했던 것이다. 명시적으로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의료진조차 이처럼 인종에 따른 ‘불평등한 치료’를 한 것은 무의식에 내재된 ‘암묵적 편견’ 탓이다. 문제는 암묵적 편견이 실제 차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소수자의 몸을 아프게 한다는 점이다.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과의 관계가 여러 질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어떤 이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출생 시 법적 성별과 외모에 드러나는 성별 정체성이 다른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두려워 병원 이용을 포기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많은 경우, 운전기사나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대중교통 이용을 포기한다. 김승섭은 한국 사회가 종종 암묵적 편견을 넘어 명시적 편견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8년 내전을 피해 제주도에 온 예민인 484명에 대한 난민 수용 논란에서 많은 호응을 얻은 주장은 이들이 ‘범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명시적 편견에 호소하는 목소리였다.

 

김승섭은 차별을 연구하는 과정에도 차별이 존재한다고, 모든 고통이 동등하게 주목받지는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는 연구에 참여한 보상으로 지급한 기프티콘에 있는 ‘트랜스젠더 연구’라는 말이 아웃팅이 될 수도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후 장애인 이동권 연구에서 같은 실수를 피했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동료에게 편의점 기프티콘을 받아도 직접 사용하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는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한편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연구를 처음 진행했던 2015년 당시 연구자인 자신조차 해고 노동자의 아내를 ‘고통의 당사자’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성찰은 후속 연구와 백화점·면세점 여성 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로 이어진다.

 

“저는 연구자이지만 제가 비평가가 아니라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생산되지 않은 지식을 생산하는 일은 누군가가 매우 의도적으로 준비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습니다.”(47쪽)

 

목차

들어가며

 

1.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1

당신은 ‘정상인’입니까? 그럼 특권층입니다

: 흑인, 여성, 성소수자를 차별해 온 기득권의 논리

절대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미국의 흑인 범죄율과 한국의 난민 수용 논란

당신들의 쉽고 잔인한, 어떤 해결책에 대하여

차별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아도 아프다

: 인종차별과 건강 연구 본격화한 사회학자 데이비드 윌리엄스

벽장을 벗어난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 정신질환 당사자 운동 강조하는 심리학자 패트릭 코리건

이동, 낙인, 정치, 합리성

 

 

2. 지워진 존재, 응답받지 못하는 고통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2

‘오줌권’을 위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화장실로 살펴보는 차별과 배제의 역사

한국 사회의 ‘상아 없는 코끼리’는 누구인가

: 생존경쟁 속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묻다

가장 아픈 사람이 가장 앞에 나선 싸움 ‘미투’

: 용기를 낸 사회적 약자가 겪는 2차 고통

‘보이지 않는 고통’을 응시하다

: 여성의 일터로 걸어 들어간 과학자 캐런 메싱

누구를 위한 반지하방 퇴출인가

 

 

 

3. 한국 사회의 ‘주삿바늘’은 무엇인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3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에이즈에 대한 인식

: 주삿바늘 교환 프로그램과 비과학적 낙인

균열과 혼란에서 시작되는 변화

: 김도현, 김지영 활동가와의 HIV 감염과 장애 대담

손쉬운 낙인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 HIV 감염인에 대한 낙인 연구하는 보건학자 돈 오페라리오

두려움도 검열도 없는 하루

: 스무 번째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축하하며

누구도 두고 가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 포괄적 차별금지법 단식농성 제정 활동가 미류, 종걸

차별에 침묵하는 정치 움직이려면

: 정치권의 ‘합리적 주장’을 데이터로 반박하는 경제학자 리 배지트

근거의 부재인가, 의지의 부재인가

 

 

4. 우리의 삶은 당신의 상상보다 복잡하다

 

내 본질은 누구도 무엇도 바꿀 수 없어요

: 서지현 검사가 말하는 한국 사회 피해자의 ‘말하기’

피해자는 피해자답지 않다

: 고통의 개별성을 포착한 영화 「공동정범」의 김일란 감독

헬렌 켈러의 빛과 그림자

: 오류와 모순을 품고 당대를 살아낸 한 인간과의 대화

이것의 저의 싸움입니다

: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길 수 있을까? 유희경 시인과 나눈 이야기

 

본문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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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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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김승섭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 대학교 보건대학원과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에서 일했고, 2022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부교수로 재임 중이다.
의학과 역학을 이용해 차별 경험과 고용불안 등 사회적 요인이 장애인,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체장애인, 발달장애인,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과 건강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와 이주민을 비롯한 취약계층 노동자의 근무환경과 건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이후, 재소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2014년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6년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세월호 특조위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2018년 「천안함 생존장병 건강 연구」,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 연구」, 2021년 「소방공무원의 COVID19 관련 근무환경과 건강 연구」, 2022년 「코로나19 취약계층의 건강불평등 연구」, 2023년 「LG전자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 접근성 개선 연구」 등을 진행했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동성결혼 소송,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소송, 군형법 위헌소송, 성폭력 생존자 PTSD 소송 등에서 법정 증언을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오롯한 당신』(공저),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장애의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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