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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 ISBN-13
    979-11-974614-7-7 (03840)
  • 출판사 / 임프린트
    밝은세상 / 든
  • 정가
    18,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1-2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TJ 클룬
  • 번역
    이은선
  • 메인주제어
    소설 및 연관 상품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든 #영미소설 #TJ클룬 #찻집 #힐링 #소설 #소설 및 연관 상품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210 mm, 564 Page

책소개

로커스상 판타지 부문 파이널 리스트 

버즈피드 선정 2022년 최고의 책!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월스트리트 저널, 인디펜던트 베스트셀러

국내주요서점 베스트셀러 《벼랑 위의 집》 저자 TJ 클룬의 신작 소설! 

 

심장이 멈춘 후에도 삶의 여정은 계속된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하루 치열한 삶의 무게와 매 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질문은 어쩌면 쓸데없는 상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죽음을 향해 간다는 점에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유한하지만 우리는 쉽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꽤 긴 시간을 망각하며 살아간다. 죽음은 ‘아직’ 내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삶에서 미뤄진 죽음은 미지의 세계가 된다. 삶의 끝이 곧 죽음이라는 사실만 확실할 뿐 그 이후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이는 우리에게 커다란 두려움과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삶이 끝나면, 우리 존재는 사라지는 것일까?

《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하루아침에 삶이 끝난 성공한 변호사 월리스를 통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판타지 소설이다. 죽음은 최종 마침표가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마침표라는 아름다운 해석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심장이 멈춘 후에도 우리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눈부신 메시지를 던진다. 각자가 마주했던, 직면한, 그리고 맞이할 죽음 앞에 자신도 모르게 건네질 하나의 선물 같은 이야기다.

 

목차

목차없음

본문인용

퍼트리셔가 울었다.

월리스 프라이스는 누가 울면 싫었다.

살짝 눈물을 비치든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든 온몸을 흔들며 흐느끼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울어봐야 소용없는 일인데 그는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퍼트리셔는 눈물로 뺨이 젖은 채 월리스의 책상에 놓인 크리넥스 상자를 향해 손을 뻗으며 물었다. 그는 월리스가 인상 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월리스가 반문했다. 그가 오크나무 책상 위로 손깍지를 끼며 등받이에 몸을 묻자 아르퍼 아스톤 의자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났다. 월리스는 이 신파극이 금방 끝날 리 없겠다고 생각하며 표백제와 윈덱스 세정제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야간 근무 조 직원이 그의 방에 뭘 쏟았는지 탁하고 역겨운 냄새가 났다. 그는 전 직원을 상대로 자신은 코가 예민해서 이런 환경에서는 일할 수 없다고 알리는 공문을 발송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건 정말이지 야만적이었다.

월리스는 오후 햇살이 들어오지 않도록 사무실 창문에 달린 블라인드를 닫고, 에어컨을 온몸이 얼어붙을 만큼 세게 틀어 놨다. 덕분에 직원들은 계속 똘망똘망한 정신을 유지했다. 3년 전에 한 직원이 실내 온도를 21도로 높이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폭소를 터뜨렸다. 더우면 사람이 게을러지고 추우면 계속 움직이게 됐다.

월리스의 방 밖에서는 회사가 기름칠이 잘된 기계처럼 바쁘게, 엄청난 인풋이 없어도 자기 혼자 알아서 잘 돌아갔다. 딱 그가 바라던 대로였다. 그가 모든 직원을 일일이 직접 관리해야 했다면 이 정도로 회사를 키우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계속 예의 주시하고는 있었다. 그의 직원들은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은 고객이었다. 월리스는 자신이 점프하라고 지시하면 모든 직원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기계처럼 점프하길 원했다.

기계가 고장 나면 마땅히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기계가 그냥 망가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까. 우리도 마찬가지다. 절대 실수를 범하지 않는 인간은 없고, 나사 빠진 자들을 그냥 두려고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게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이 회사가 역사상 가장 엄청난 수익을 냈다. 올해는 심지어 그 액수를 능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세계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든 누군가는 항상 고소를 당했다.

_9~10쪽

 

 

“진심이시로군요.” 퍼트리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심장 마비 일으킬 일 있어, 이런 거 가지고 농담하게? 자, 이제 실례하지. 할 일이 산더미―”

“이 괴물!” 퍼트리셔는 고함을 질렀다. “나는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어련하실까. “사과는 내가 뭔가를 잘못했을 때 하는 건데, 나는 잘못한 게 없어. 오히려 내가 사과받으면 모를까.”

퍼트리셔의 악다구니에 사과하는 내용은 없었다.

월리스는 여전히 침착하게 인터컴에 달린 버튼을 다시 눌렀다.

“셜리? 경비 와 있어?”

“네, 대표님.”

“좋아. 내 머리로 뭐가 날아오기 전에 들여보내.”

월리스 프라이스가 마지막으로 그를 보았을 때 퍼트리셔 라이언은 월리스가 협박죄를 두고 한 경고를 무시한 채 제랄도라는 이름의 거한에게 끌려가며 발길질하고 비명을 질렀다. 뜨겁게 달군 부지깽이를 목구멍에서 아랫도리―그가 쓴 표현이었다―까지 쑤셔 넣어 고통으로 몸부림치게 만들겠다는 퍼트리셔의 한결같은 투지는, 인정하기 싫지만 인상적이었다.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월리스는 그 층 전 직원이 듣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자신의 방문 앞에서 외쳤다. 그에게도 배려심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문이 닫히면 창문이 열린다고들 하잖아.”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닫히며 퍼트리셔의 독설을 중간에 잘랐다.

“아, 이제 좀 살겠네. 다들 다시 일에 매진합시다. 금요일이라고 해서 게으름 피워도 되는 건 아니야.”

여기저기서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완벽해. 기계가 다시 순조롭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월리스는 방 안으로 들어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그는 그날 오후 장학금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인사팀장의 이메일을 확인했을 때 말고는 퍼트리셔를 떠올린 적이 없었다. 가슴이 또 찌릿했지만 걱정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퇴근길에 텀스 제산제나 한 통 사면 됐다. 그는 흉통에 대해―그리고 퍼트리셔에 대해서도―다시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 전진하는 거야. 그는 이메일을 직원 고충 처리 폴더로 옮기며 속으로 주문처럼 외웠다.

계속 전진하는 거야.

월리스는 기분이 좋아졌다. 적어도 이제는 조용했다. 다음 주에 새 법무사가 출근하면 그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똑똑히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무능함을 맞닥뜨리느니 일찌감치 공포감을 조성하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그는 그럴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

월리스 프라이스는 이틀 뒤에 죽었다.

_20~22쪽

 

 

“떠난다.” 월리스는 중얼거렸다. “휴고와 함께.”

메이는 고개를 젓다가 중간에 멈췄다.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네. 그가 사공이니까.”

“뭐라고?”

“사공.” 메이는 다시 한번 말했다. “너를 태우고 강을 건널 사람.”

월리스의 머릿속이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뭐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너무 거대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네가―”

“아우. 내가 마음에 들었구나? 고마워라.” 메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냥 사신이야, 월리스. 너를 사공한테 무사히 데려다주는 게 내 일이고. 나머지는 휴고가 알아서 할 거야. 두고 보면 알게 돼. 그를 찾아가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그는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거든. 강을 건너기 전에 성가시고 찜찜한 부분을 그가 전부 설명해줄 거야.”

“강을 건넌다.” 월리스는 머릿속이 멍해졌다. “…어디로?”

메이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당연히 다음 단계로 건너가는 거지.”

“천국으로?” 끔찍한 생각이 천둥처럼 월리스를 강타하자 그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지옥으로?”

“그렇지.”

“그 대답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잖아.”

“나도 알아. 이거 재밌네. 나 지금 무지 재밌는데. 너는 안 그래?”

아니, 월리스는 전혀 재미없었다.

 

메이는 월리스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늘이 분홍색과 주황색으로 물들고 3월의 태양이 지평선을 향해 점점 저물 때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아래윗니로 담배를 물고 코로 연기를 내뿜는 여자가 능수능란하게 운전하는 불도저가 등장할 때까지. 무덤은 월리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금세 메워졌다. 여자가 작업을 끝냈을 무렵 샛별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도시의 빛 공해 때문에 희미하게 보였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월리스 프라이스의 잔해라고는 봉분과, 벌레들의 먹이가 될 시신뿐이었다. 엄청나게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그럴 줄은 미처 몰랐고 정말 이상했다.

월리스는 메이를 쳐다보았다.

메이는 그를 보며 미소 지었다.

월리스는 “내가….”라고 입을 열었지만 어떤 식으로 말을 맺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메이는 월리스의 손등을 건드렸다. “맞아, 월리스. 이거 진짜야.”

놀랍고 놀랍게도 월리스는 메이의 말을 믿었다.

메이가 물었다. “휴고 만나러 갈래?”

아니다. 월리스는 휴고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별을 향해 주먹을 들고 너무한 거 아니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목표가 있었다.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절대 그걸 할 수가….

월리스는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지자 화들짝 놀랐다. “나한테도 선택권이 있나?”

“이승에서? 항상 그렇지.”

“그럼 저승에서는?”

“저승에서는 좀 더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 그건 다 당신을 위해서고. 진짜야.” 그는 얼른 덧붙였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휴고가 전부 설명해줄 거야. 휴고는 대단한 사람이야. 너도 보면 알겠지만.”

그 말을 들어도 월리스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메이가 일어나 손을 내밀자 그는 1, 2초 정도 쳐다보다 그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월리스는 하늘 쪽으로 고개를 돌려 숨을 마시고 뱉었다.

메이가 말했다.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이상할지 몰라. 거리가 아까보다 머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너도 모르는 새 끝날 거야.”

월리스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메이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고, 모든 게 폭발했다.

_46~49쪽 

 

 

메이는 현관 앞 계단을 두 칸씩 올라가 문 앞에서 멈춰 섰다. 천장에 매달린 화분에서 기다란 넝쿨이 늘어뜨려져 있었다. 창문 앞에는 ‘개인 사정으로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다. 메이가 문에 달린 나뭇잎 모양의 오래된 철제 노커를 들어서 초록색 문에 대고 세 번 두드렸다.

“문을 왜 두드려? 여기 사는 거 아니었나?” 월리스가 물었다.

메이는 그를 돌아보았다. “아, 맞지만 오늘 밤은 다르거든.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준비됐어?”

“나중에 다시 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메이는 재밌다는 듯이 미소 지었고 월리스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지금이 최고로 좋은 때야. 첫걸음만 떼면 돼, 월리스. 할 수 있어. 모르는 걸 맞닥뜨렸을 때 믿기 어렵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나는 너를 믿거든. 너도 나를 살짝 믿어보는 건 어때?”

“나는 심지어 너를 알지도 못하는데?”

메이는 들릴락 말락 하게 웅얼거렸다. “하긴 그렇지. 하지만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인 거 알지?”

월리스는 메이를 노려보았다. “그런 멘트 날리려고 계속 준비하지, 맞지?”

메이는 유쾌하게 웃었다. “맞아.” 그는 문고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들어가는 거지?”

월리스는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이제는 완전히 어둠이 깔렸다. 하늘은 별이 천지였다. 그는 이렇게 많은 별을 지금까지 본적이 없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된 느낌이 들었다.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아, 길을 잃은 자여.

“첫걸음.” 월리스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집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심호흡을 하고 가슴을 내밀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조리 슬리퍼가 내는 우스꽝스러운 소리는 못 들은 체했다. 할 수 있었다. 그는 월리스 프라이스였다. 그의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움츠러들었다. 경외하며 그의 앞에 섰다. 월리스는 냉정하고 계산적이었다. 그는 물속에서 계속 빙글빙글 맴을 도는 상어였다. 그는―

―맨 위 계단이 아래로 꺼지는 바람에 자기 발에 걸려서 앞으로 비틀거렸다.

“맞다!” 메이가 말했다. “마지막 계단 조심해. 저런, 미안. 휴고한테 그거 고치라고 얘기한다는 걸 자꾸 깜빡하네. 명상의 순간이었는지 뭔지 모르겠지만 방해할 생각은 없었어. 중요한 순간인 것 같던데.”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네.” 월리스는 이를 악물고서 말했다.

메이가 카론의 나루터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끼이익 하는 경첩 소리에 이어 따뜻한 불빛이 쏟아졌고 향신료와 허브의 진한 향이 그 뒤를 이었다. 생강과 계피, 민트와 카더멈이었다. 월리스가 무슨 수로 그걸 구분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향이 났다.

그의 집보다 더 친숙했고 세정제와 인공적인 공기 냄새를 풍기며 모든 게 쇳덩이에다 엉뚱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사무실과는 달랐다. 그는 그 고약한 냄새를 질색했지만 익숙해져 있었다. 그곳이 안전지대였고 현실이었다. 그가 아는 세상이었다. 놀랍게도 그곳이 그가 아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건 월리스가 어떤 인간이라는 증거일까?

월리스를 앞으로 부르는 듯 갈고리에 연결된 케이블이 다시 한번 부르르 떨렸다. 그는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월리스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그는 메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_65~67쪽

 

 

월리스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윙 도어 사이로 어떤 남자가 등장했다.

월리스는 그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남자가 말없이 미소 짓자 치아가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빛났다. 앞니 두 개가 살짝 삐딱한 게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그는 월리스보다 키가 3, 4센티미터 작아 보였고 팔다리가 가늘었다. 청바지에 오픈 칼라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카론의 나루터라고 수놓아진 앞치마를 둘렀다. 배가 조금 나와서 앞치마가 살짝 불룩했다. 피부는 짙은 갈색이었고 눈은 초록색이 점점이 박힌 적갈색이었다. 헤어 스타일은 짧고 심하게 곱슬곱슬한 아프로 스타일로 노인과 비슷했지만 머리칼이 검은색이었다. 젊어 보였는데, 메이만큼은 아니지만 월리스보다는 확실히 어린 것 같았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룻바닥이 삐걱거렸다.

남자가 들고 있던 쟁반을 카운터에 내려놓자 찻주전자가 커다란 찻잔에 부딪혀 달가닥거렸다. 냄새가 페퍼민트 차인 것 같았다. 그가 카운터를 돌아 나왔다. 월리스는 이름이 아폴로라고 했던 개가 이리저리 들락거리다가 남자의 다리를 그대로 통과하는 것을 보았다. 남자가 개를 보며 웃었다. “알겠어. 궁금하구나?”

개는 그렇다며 짖었다.

월리스는 다가오는 남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이 왜 남자의 손에 고정되어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손가락은 묘하게 섬세했고 손바닥은 손등보다 하얬으며 손톱은 초승달 모양이었다. 남자는 손을 비비다가 월리스가 달려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그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쭈그리고 앉았다. 월리스는 자신의 가슴에서 뻗어 나온 케이블이 이 남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지만, 남자에게 갈고리는 보이지 않았다. 케이블은 남자의 흉곽 중에서도 정확히 심장이 있을 법한 지점으로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월리스 맞죠? 월리스 프라이스.”

월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주억거렸다.

남자가 함박웃음을 짓자 월리스의 가슴에 박힌 갈고리가 불에 달구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저는 휴고 프리먼이에요. 사공이고요. 궁금한 게 많으실 텐데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해결해드릴게요. 하지만 제일 먼저, 차 한잔 드릴까요?”

_83~84쪽 

서평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하나의 선물 같은 이야기._로커스 매거진

 

우리의 상처 나고 조각난 마음을 치유해주는 책. 

_카산드라 카우(소설가) 

 

이 책은 반짝이고 재밌고 매력적인 동시에 삶과 죽음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_리카 아오키(소설가) 

 

저자가 만들어낸 촘촘한 세계관에 다정함과 유머가 더해져 소설의 즐거움을 고조시킨다. 

판타지 소설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책.

_퍼블리셔스 위클리 

 

람다 문학상 수상 작가 TJ 클룬의 신작 소설은 비탄과 상실에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다. 독자들은 울고 웃으며 작품 속 매력적인 인물들에게 매료될 것이다. 

_라이브러리 저널

 

이 소설은 길을 잃고 헤매는 영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달콤한 이야기다. 

_북리스트

 

끝내 이 책을 사랑하게 됐다.

_아마존 독자평, 앰버 우드

 

이 책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관한 아름답고, 가슴 아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_아마존 독자평, 비 윌슨

 

이 책은 나를 엉엉 울게 했고, 내가 진정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서럽게 울도록 만들었다.

_아마존 독자평, 에린 마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한 눈물이 흘렀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멋진 책.

_아마존 독자평, 다니엘 앨러드

 

공공장소에서는 절대 이 책을 읽지 말아라. 

눈물과 콧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려 자신이 우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지 모른다.

_아마존 독자평, 도트다라

 

당신을 웃게, 울게, 사랑에 빠지게, 모험을 하게 만들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소설을 당장 읽어라.

_아마존 독자평, 에이 

저자소개

저자 : TJ 클룬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피워내 속삭이는 작가. TJ 클룬의 작품은 책을 읽은 모든 이에게 빛나는 특별함을 선물한다. 그 누가 우리를 깎아내릴지라도 모두 그 자체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각자가 품은 상처는 그의 세계를 만나 유일하고 아름다운 자신만의 세계로 꽃핀다.

2014년 《Into This River I Drown》으로 람다 문학상을 수상했고, 2016년 《Withered + Sere》로 플로리다 출판협회 도서상 SF/판타지 분야의 골드 메달 위너로 선정되었다. 대표작 《벼랑 위의 집: 아서와 선택된 아이들》은 미국에서 2020년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워싱턴 포스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마존 판타지 분야 1위에 올랐다. 이 소설은 TJ 클룬이 팬덤을 가진 작가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2021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알렉스 어워드를 비롯해 많은 상을 탔다. 국내에서는 2021년 출간 후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22년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었다.

2021년 출간된 《시간이 멈추는 찻집: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은 심장이 멈춘 뒤에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게 된 자와 죽은 이들을 돕기 위해 사는 자가 만나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 살아가고, 사랑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이 된다는 찬란한 메시지를 던진다. 로커스상 판타지 부문 파이널 리스트에 올랐고 버즈피드 선정 2022년 최고의 책으로 뽑혔다.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베스트셀러에 랭크되기도 하며 TJ 클룬은 이 작품으로 판타지/SF 분야에서 문학성과 대중성, 보편성과 고유성을 모두 아우르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번역 : 이은선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같은 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공부하고 출판 편집자와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옮긴 책으로 스티븐 킹의 《페어리 테일》,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어타운》,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둑 신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카디프, 바이 더 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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