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명, 래빗』은 나라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한국 전쟁에 참전했지만 군번도,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인정조차 받지 못하며 잊힌 소녀 첩보원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전쟁이 일어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전쟁 기간 동안 유엔군은 북한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고자 스파이를 이용했고, 첩보전이 시작되면서 적의 의심을 덜 받을 수 있는 어린 소녀들을 첩보원으로 선발했다. 그중 미군 소속 켈로 부대에서 활약한 소녀 첩보원들이 있었다. 작전명과 암호명에 따라 ‘래빗’이라 불린 십 대의 나이 어린 소녀들이었다.
소녀 래빗들은 피란민으로 위장해 맨몸으로 적진에 들어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임무를 해결해야 했고, 작전 중 의심을 받고 생포돼 고문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어 살아 돌아오는 이가 많지 않았다. 래빗들은 그들의 존재를 절대 드러내서는 안 되는 비밀스러운 존재였다. 따라서 군번조차 없는 비정규군으로 한국 정부에 이름도 남길 수 없었기에 전쟁이 끝나고도 50여 년이 지나서야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비정규군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다가 2020년에 와서야 처음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 첩보원이, 그것도 십 대의 어린 소녀들이 전쟁터에서 첩보원으로 목숨을 걸고 활약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김미숙 작가 역시 작가의 말에서, 2021년에 방송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래빗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 세상 어딘가에 래빗들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의 바람처럼,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한국 전쟁을 전쟁 기념관의 기록이 아닌 할머니의 이야기로 공감하기를, 할머니가 한국 전쟁의 ‘잊힌 영웅’이 아니라 ‘진짜 영웅’으로 기억되도록 함께 응원해 주길 희망한다. 또한 전쟁 중 진취적이고 용감했던 여성들이 많았음을 기억해 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