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말하기 전에... 마음에게 먼저 물어 보세요
이경국 작가의 행복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넌 없어.'라니 뭐가 없다는 걸까?
물안개가 자욱한 숲길을 걷는 아이와 강아지.
먼 곳을 응시하는 둘을 포착한 표지 그림 또한
제목 못지않게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굵은 빗방울이 가득한 면지를 지나면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깥공기에도
좋아라. 산책에 나선 아이와 강아지의 대화가 이어진다.
어디든 네 마음껏 가 보라는 아이,
그러자 꼬리를 흔들며 신나서 앞장서는 강아지.
비록 목줄에 매여 있지만, 당당히 아이를 이끈다.
그러다 둘은 멀리 신기루 같은 형태를 발견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가까이 가보자는 강아지 말에 아이는 코끼리일 거라며
지레짐작으로 흥미를 떨어트리며 주저한다.
그런데도 직접 보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강아지.
반면 아이는 작은 물웅덩이조차 크게 확대해석하며
온갖 핑곗거리를 찾기 시작한다.
웅덩이는 아이의 불안과 두려움의 크기만큼 점점 커지고
웅덩이 속 괴물들로 형상화된다.
호기심이 어느덧 망설임과 주저함으로 바뀐 아이에 비해
강아지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온갖 불길한 상상을 동원하며 가지 않으려는 아이와
끝내 웅덩이에 뛰어들고 마는 강아지의 대비는
절정에 다다르고
독자의 기대와 달리 아이는 끝내 웅덩이를 건너지 못한다.
혼자서 웅덩이를 건넌 강아지는
크고 멋진 코끼리를 직접 보고는 환호한다.
언뜻 강아지와 아이의 갈등으로 보이는 이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살면서 망설이고 포기했던 순간과
강아지 이름 '행복'을 대입시켜 보면 더욱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강아지가 이끄는 대로 가겠다고 한 아이의 말은
행복을 추구했지만 실패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담고 있다.
행복해지겠노라 말만 할 뿐 막상 기회가 닥치면
갖은 핑계를 대고 주저하며 안될 이유부터 찾는 것은
처음부터 마음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꼬집는다.
작았던 웅덩이는 아이가 핑계와 변명을 덧붙일 때마다
점점 커지더니 무시무시한 괴물들 소굴이 되어 버린다.
이는 아이의 무의식을 잠식해 버린 불안과 두려움을 형상화한 것으로
두려움은 몸과 마음을 꼼짝 못 하게 붙들어 두는 요인이라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기어이 웅덩이를 건너버린 강아지의 행보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어 부딪치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의 압권은 후반 강아지의 독백에 있다.
아이는 처음부터 행복이 이끄는 대로 갈 마음이 없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친 수많은 좌절과 실패의 순간은
실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였을지 모른다는 것.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
극복하고자 하는 용기와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 준다.
“아마 코끼리일거야. 코끼리 몰라?”
“알지만 진짜로 보고싶어.”
이 둘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의 삶은 이미 알고 있는 걸 확인 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진짜로 본다.'는 것은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한 순간이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지.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법이다.
지금, 이 순간조차도 온갖 핑계와 망설임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묶어 두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작가 이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