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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여우


  • ISBN-13
    979-11-6252-089-5 (7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청동거울 / 청개구리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09-0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조태봉
  • 번역
    -
  • 메인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학습
  • 추가주제어
    예술 , 인물, 문학, 문학연구
  • 키워드
    #장편동화 #변신 #붉은여우 #동물권 #동물학대 #어린이, 청소년, 학습 #예술 #인물, 문학, 문학연구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유아/어린이
  • 도서상세정보
    153 * 225 mm, 148 Page

책소개

지금은 멸종되어 사라지고 없는 붉은여우를 내세워 동물들의 생명과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엄마를 잃고 인간의 마을에서 누렁개로 변신해 살아가는 꼬마 여우가 우연히 엄마 여우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 죽음을 불러온 총잡이 아저씨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그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나아가 ‘빨강 여우’라는 은유적 상징을 통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해 온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를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과 함께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목차

어느 날 문득 

만주 할매와 누렁이 

개야, 여우야? 

돌아온 총잡이 아저씨 

사라진 수탉 

꼬리 잡힌 누렁이 

아랫마을 난이 언니 

다시 만난 엄마 

절대로 용서 못 해 

여우 사냥 

누렁이의 복수 

한밤중의 총소리 

여우에 홀린 총잡이 아저씨 

여우골로 간 누렁이 

한겨울의 손님 

다시 찾은 여우골 

 

본문인용

누렁이는 어떻게 화풀이를 할까 궁리했다. 그러다가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러자 어린 아이의 새끼손가락만 한 말벌이 되어 휘리릭 날아올랐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이제 웬만한 건 쉽게 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벌쯤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였다.

누렁이는 쏜살같이 총잡이 아저씨에게 달려들었다.

“어이쿠 이게 뭐야?”

총잡이 아저씨는 이상하게 생긴 말벌이 윙윙거리며 달려들자 깜짝 놀라서 마구 허둥거렸다. 옆에 있던 여자아이는 무서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누렁이는 총잡이 아저씨에게 따끔한 침을 딱 한 대만 쏘아 줄 생각이었다. 총잡이 아저씨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겁을 주다가 커다란 엉덩이를 향해 침을 날렸다.

“앗, 따가워!”

총잡이 아저씨는 엉덩이를 움켜쥐고는 아랫마을을 향해 부리나케 달아나 버렸다.

누렁이는 허둥대는 총잡이 아저씨의 모습이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다. 신이 난 얼굴로 촐랑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35~37쪽)

 

‘이런, 함정이구나!’

누렁이는 불길한 느낌에 얼른 몸을 돌려 달아나려고 발을 내뻗었다. 그런데 발밑에 무언가 시커먼 것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게 보였다. 아주 커다란 덫이었다. 

누렁이는 잽싸게 덫을 피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발이 땅바닥에 닿자마자 철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꼬리 끝이 꽉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으악!”

동시에 어디선가 개들이 달려오는 소란스런 소리가 귓속을 파고 들었다.

누렁이는 정신없이 있는 힘껏 달렸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질질 끌려오던 쇳덩이가 탁 하고 떨어져 나갔다. 그 순간 누렁이는 꼬리 끝이 찌릿하면서 끊어지는 듯한 아픔에 온몸을 휘청거리고 말았다.   (51~53쪽)

 

“헉! 저게 뭐야?”

총잡이 아저씨는 자신의 눈이 의심스러웠다. 두 눈을 조아려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틀림없는 여우였다. 저만치 비탈진 곳에 솟아오른 커다란 바위 위에 우뚝 서 있는 여우 한 마리. 달빛을 받아 더욱 윤기나는 붉은 털이 유난히도 탐스러워 보이는 여우. 바로 빨강 여우였다.

깜짝 놀란 총잡이 아저씨는 턱 하고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그 바람에 그만 발목을 부여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다시 한 번 몸이 출렁하면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러는 순간에도 여우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여우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총잡이 아저씨는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109~112쪽)

 

서평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깊은 산속 외딴 마을의 빨강 여우 잔혹사!

 

초등학교 중·고학년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창작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45번째 작품인 『빨강 여우』가 출간되었다. 동화작가이자 아동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태봉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다.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환상 기법을 활용해 소외된 아이의 일상이나 아동 학대 등 아이들을 둘러싼 현실 문제를 주로 담아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번에 내놓은 『빨강 여우』는 깊은 산속 마을에서 여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동물 학대와 폭력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관계, 나아가 동물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장편동화다. 한마디로 동물의 생존권과 아울러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라 하겠다. 

 

■ 인간과 동물,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

 

이 장편동화는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과거 경제개발이 한창이던 무렵의 깊은 산속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여우 사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이 흥미진지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울러 옛이야기의 여우 변신 모티프를 차용함으로써 여우와 인간이 함께 어우러진 삶을 구현해 보여준다. 곧 산속 마을에서 함께 살게 된 여우와 만주 할매 이야기가 중심서사를 이루고 있다. 

만주 할매네 집에서 살고 있는 누렁이가 바로 둔갑한 여우다. 누렁이는 엄마 여우를 잃고 산속을 헤매다가 우연히 만주 할매를 만나 누렁개로 변신해 숨어 살게 되었다. 그러다가 난이와 만주 할매를 통해 여우골에서 오래전에 벌어진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다. 바로 사라진 엄마 여우의 죽음과 그 죽음을 불러온 총잡이 아저씨의 비밀을 눈치 챈 것이다. 

엄마 여우와 동생들이 총잡이 아저씨에 의해 무참히 목숨을 잃었고, 누렁이가 만주 할매와 함께 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누렁이와 총잡이 아저씨 사이의 대결과 복수전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지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화가 난 누렁이가 온갖 방법으로 총잡이 아저씨를 괴롭히며 엄마에 대한 복수를 벌이는 것이다. 

여기서 누렁이가 멸종 위기에 처한 마지막 붉은여우라는 설정은 이 이야기에 좀더 깊은 의미를 부여해 준다. 이곳 산속 마을에서는 빨강여우로 불린다. 털이 유난히 붉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인간들에 의해 마녀화되고 무참히 희생되는 무고한 생명을 상징하고 있다. 난이 아빠 역시 사냥을 반대하다가 죽음에 이르고 만다.

인간들은 여우 사냥을 벌여 이득을 취하지만 아무 죄 없는 여우는 생명을 잃고 만다. 그리고 여우는 멸종되기에 이르렀다. 누렁이네 가족이 그 증거인 셈이다. 이 동화에서 빨강 여우는 그러한 자연의 희생을 대변하는 동시에 잘못된 인간의 행태를 드러내는 상징적 존재인 것이다. 총잡이 아저씨에 대한 누렁이의 분노는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벌어진 자연 파괴와 동물 학대, 나아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경종인지도 모른다.

 

■ 빨강 여우, 폭력에 대한 은유들

 

이 동화는 우리 삶 속에서 되풀이되어 온 폭력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총잡이 아저씨는 사냥이라는 명분 아래 힘없는 생명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역시 호랑이를 잡던 포수로서 호랑이를 잡아 일본인에게 바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심지어 총잡이 아저씨는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에 가담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우리 안에서 되풀이되어 온 폭력의 대물림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폭력의 대상은 비단 동물만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 역시 그러한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마련이다. 바로 만주 할매의 삶이 여실히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 조국을 떠나 가족을 잃고 만주에서 떠돌며 온갖 고생을 해야 했던 ‘나라잃은 백성으로서의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온 강인한 여성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성성은 이 동화에서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하는 듯하다. 만주 할매에서 난이로, 그리고 누렁이로 이어지는 여성성의 강한 연대가 총잡이 아저씨의 폭력에 맞서고 끝내는 패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총잡이 아저씨가 누렁이의 복수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 취급을 받다가 스스로 마을을 떠나게 되는 것은 타당한 귀결로 보인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눈밭을 헤치고 찾아온 손님은 여성적 연대가 이루어낸 평온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순리임을 말하는 것이다. 동물과 인간이 서로의 구역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자연의 상태. 이는 죽음과 폭력이 아닌 생명과 살림을 위한 공존과 연대의 상징이자 여성성의 본질에 해당한다. 난이의 손녀인 연우와 마찬가지로 누렁이의 증손녀쯤으로 여겨지는 꼬마 여우들과의 조우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연성과 여성성에 대한 강한 기대와 희망은 아닌지 자꾸 되새기게 된다.  

생명을 지닌 다양한 존재들이 인간과 함께 이 지구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살아왔다. 하지만 인간 중심의 문명은 지구 생태계를 훼손하면서 다른 비인간 존재들의 무차별적인 희생을 불러오고 말았다. 이 동화는 ‘빨강 여우’라는 은유적 상징을 통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해 온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를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과 함께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많은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깊은 감동을 줄 것으로 믿는다.

저자소개

저자 : 조태봉
서울 마포에서 태어났으며,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다.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비둘기 아줌마」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아동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9년 제26회 단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집 『첨성대와 아기별똥』 『한밤중에 찾아온 우편배달부』 『기린을 고발합니다』, 그림책 『당나귀 임금님』 『상아의 누에고치』, 평론집 『동화의 재인식』 등이 있다.
그림작가(삽화) : 고은지
어려서부터 상상하고 그리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 행복하다. 아이들의 세계에 작지만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린 책으로 『기막힌 효도』 『벼룩시장에서 생긴 일』 『달리다 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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